"인공지능(AI) 사업은 IT기업의 숙명이죠. AI 시대의 거대한 물결에 올라타야만 IT기업으로서 도약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30년 넘게 쌓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AI 기반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첫 국내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장승현 한글과컴퓨터 전략사업본부장(상무·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컴타워에서 진행한 비즈워치와 인터뷰에서 "AI를 통해 고객의 업무부담을 혁신적으로 줄여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공지능 사업 본격화
'한컴오피스'와 같은 토종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유명한 한글과컴퓨터가 AI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고객사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적극 지원해 결과적으로 한컴의 수익성도 높이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AI 기반 질의응답 솔루션 '한컴피디아'를 정식 출시하고, 구독형 문서 편집 서비스에 생성형 AI를 결합한 '한컴독스 AI'와 AI 기반 지능형 문서 작성도구 '한컴 어시스턴트'도 연내 정식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한컴은 한컴어시스턴트의 베타 버전을 최근 내놓고 PoC(개념증명)를 시작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컴어시스턴트는 사용자가 자연어로 명령하면 고객 환경에 맞는 AI 모델을 활용해 내용을 이해하고, 사용자 의도를 분석해 목적에 맞도록 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서비스다.
장 본부장은 "100곳이 넘는 기관과 기업에서 PoC를 요청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며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 형태로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과 달리 한컴어시스턴트는 SaaS뿐 아니라 고객사 맞춤형 '온프렘(특정공간에 물리적 IT 인프라를 구성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구성해, AI 제품을 고객사에 제공하는 특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특화 기능을 '애드온즈(AddOns·확장기능)'를 통해 추가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며 "솔루션의 기능을 고객사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데다 보안을 고려해 폐쇄망 환경에서도 구현 가능하고, 대형 LLM(대규모 언어 모델)과 소규모 sLLM도 선택 사용할 수 있어 비용 절감의 효과 또한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컴은 이 서비스를 한컴오피스 패키지의 최신 버전과 연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더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웹 서비스와 연동해 사업의 외연을 확장할 방침이다. 장 본부장은 "한글 데이터와 관련한 고객사의 니즈를 누구보다 빠르게 캐치하고 맞춤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 한컴"이라며 "고객사의 AX를 지원하면서 매출도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확장전략 가동
한컴은 자사의 대표 오피스 프로그램 '한글'의 유통에 국한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낸다는 구상이다. 장 본부장은 "유럽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많이 쓰지만, 한컴어시스턴트는 '한글'이 아닌 플랫폼에서도 작동하도록 구현할 것"이라며 "AI 사용 시나리오도 다수 제작해 AI를 잘 사용하는 방식도 홍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선보인 '한컴 데이터 로더'를 통해서도 글로벌 시장을 두드린다. 이 제품은 PDF 문서뿐만 아니라 한글문서 등 다양한 문서에서 AI 데이터를 추출하는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다. LLM의 단점인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을 최소화하는 해결책으로 글로벌 AI 시장에서 주목받는 'RAG(검색 증강 생성·Retrieval-Augmented Generation)'에 문서의 AI 학습용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장 본부장은 "쉽게 말해 기관이나 기업에 쌓인 방대한 자료를 데이터화하고 지식검색을 해주는 것"이라며 "아무곳에나 있는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기업 내부에서 작성한 문서를 기반으로 의미있는 내용을 추출하고 답변을 해주므로 할루시네이션을 크게 낮추는 구조"라고 했다.
또한 한컴이 투자한 스페인 AI 보안 솔루션 기업 '페이스피(FacePhi)'의 네트워크와 고객사를 연계하는 방식의 글로벌 확장도 시도한다. 장 본부장은 "협력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SDS와도 글로벌 확장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내달부터 스페인, 프랑스, 폴란드 등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컴은 '한컴얼라이언스'를 출범해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힘을 모으는 전략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기술과 비즈니스 기반을 빠르게 확보하고 국내외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장 본부장은 "한컴 오피스를 플랫폼이자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모델로 보고 있다"며 "얼라이언스라는 공동체를 통해 서로의 다양한 기술을 플랫폼 위에 올려 효율적으로 AI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빅테크 도약
한컴은 이같은 AI 확장전략이 재무성과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 본부장은 "한컴의 공공시장 점유율은 다른 국내기업보다 압도적"이라며 "한컴어시스턴트는 '한글'이란 플랫폼에 붙는 '플러스 팩'이라고 보면 된다. 공공기관들이 추가로 구매하는 부분 모두가 매출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미 경기도청, 한국전력공사 등과 PoC를 진행하면서 사업성을 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컴의 가격정책은 AI 사업을 통한 매출 성장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게 할 전망이다. 다만 한컴은 고객사마다 다른 기능을 구현하므로 제품 가격이 유형마다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업 협력 수준을 넘어서는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 지배력이 있고 AI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 국내외 기업을 가리지 않을 방침이다. 장 본부장은 "한컴은 부채비율이 낮고 현금성 자산도 충분해 M&A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컴은 이같이 AI 사업을 집중 공략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세웠다.
장 본부장은 "적극적인 투자와 기업 인수를 통해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고 채용도 대폭 확대하면서 역량을 강화해 국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가 잘 하지 않는 맞춤형 AI 시장을 집중 공략해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