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기존 인하우스 개발 전략에서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의 개편을 선언했다. 오랜만의 흥행작 '쓰론 앤 리버티'(TL)를 비롯해 신규 IP(지식재산권)을 별도의 스튜디오로 분사시켰다. 높은 인건비를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동시에 엔씨소프트를 짓누르던 '리니지' 꼬리표를 지우기 위해서다.
TL의 반격…출시 한 달째 동접 15만
1일 글로벌 PC게임 유통플랫폼 스팀에 따르면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는 일일 최고 동시접속자 수 15만6263명을 기록했다.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1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위 10위권을 유지 중이다. 지난달 22~29일 기준 글로벌 매출 상위 3위를 기록했다.
당초 엔씨소프트에서 'TL'의 글로벌 서비스에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TL은 국내 서비스 당시 부진한 성적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북미 지역에서 예상하지 못한 초기 흥행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TL이 글로벌 MMORPG(다중역할접속수행게임)으로 경쟁력이 여전하다는 점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신규 IP(지식재산권)으로의 가능성을 확인한 'TL' 개발팀을 자회사로 분사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최문영 CBO(최고사업책임자)가 이끄는 스튜디오엑스(스튜디오 X)이 TL의 개발을 맡는다. 전략게임 '택탄'과 슈팅게임 'LLL' 개발팀도 각각 스튜디오지, 스튜디오와이로 분사된다.
'택진이형' 눈치 안 보고 개발
그간 엔씨소프트는 대부분의 인력과 기능이 본사에 집중되는 '중앙집권형' 방식으로 운영됐다. 나머지 2N(넥슨·넷마블)이 개발 스튜디오 체제로 운영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독립적인 권한이 주어진 개발 스튜디오의 경우, 본사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유연하게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엔씨소프트는 그간 리니지 시리즈가 최고의 흥행작으로써 회사를 이끌어왔지만, 신작 IP가 나와도 '리니지'와 비교되고는 했다. 신작 IP가 나와도 BM(비즈니스모델)에서 비판을 받거나, 리니지의 색깔이 묻어있다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가 워낙 큰 성공을 거두었고, 매출 기여가 크기 때문에 사내 리니지 시리즈 개발자와 비리니지 개발자 간 얇은 유리의 벽이 존재했고, 레거시라는 벽에 막혀 신규 게임의 성과가 묻히는 경우가 존재했다"고 짚었다. 이번에 시도한 독립 스튜디오 체제가 이러한 엔씨소프트의 신규 IP 발굴에 힘을 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엔씨 경영 효율화의 일환
개발 스튜디오 체제는 박병무 공동대표가 주도하는 엔씨소프트 경영 효율화 과정의 일환이다. 엔씨는 이번 물적분할에 앞서 '엔씨큐에이(NC QA)'와 '엔씨아이디에스(NC IDS)'를 설립하며 사업분할을 시작했다.
회사 규모 비대해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엔씨소프트의 직원수는 4886명, 1인평균급여액은 5500만원이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 말 엔씨소프트 직원 수 4985명, 1인평균급여액이 6000만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직원 수와 평균급여액 모두 감소했다.
다수의 프로젝트 개발을 중단하면서 솎아내기에도 나서고 있다. 신작 '배틀크러쉬'는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혔고, 액션 게임 '프로젝트 E'와 캐주얼 게임 '도구리 어드벤처', 메타버스 플랫폼 '미니버스'의 개발도 중단한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8일까지 희망퇴직을 추가로 접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