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시장 앞으로 한걸음 진격하고 나섰다. 카카오는 국내 최초로 미국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면서 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기 시작했고, 네이버는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전격적 귀환을 계기로 사업 본격화를 예고하는 한편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도 타진할 방침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세계적 AI 기업인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기술 협력뿐 아니라 공동 상품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AI 에이전트 서비스 '카나나'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에 오픈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오픈AI의 '챗GPT 엔터프라이즈'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는 현재 개발중인 카나나에 자체 언어모델과 더불어 오픈AI의 모델을 함께 활용한다. 카나나는 일대일 대화뿐 아니라 그룹대화에서도 맥락을 이해한 답변을 제시해 이용자와 관계 형성 및 강화를 돕는 AI 에이전트 서비스다. 오픈AI의 기술로 이를 더욱 고도화해 이용자에게 최고 수준의 AI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시장은 카카오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구체적 내용으로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오픈AI와의 협업은 카나나 출시를 앞둔 시점에서 성공적 안착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면서도 "AI 기술 활용에 따른 수익화와 이익 여부에 대한 증명이 과제"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추가 딜에 대한 기대감은 지켜봐야 할 요소 중 하나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제휴의 수준은 유저 데이터 기반 협력·지분 관계를 기반으로 한 신규법인 설립 등이 배제된 상태"라며 "해당 딜이 성사된다면 기업가치에 대한 탄력적인 업사이드(상향) 부여가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네이버의 경우 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창업자 이 GIO의 사내이사 복귀 안건을 통과시켜 AI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AI에 이어 중국 딥시크가 전세계를 강타하는 등 인공지능 전환(AX) 시기를 맞아 '이해진'이란 강력한 구심점의 귀환이 의미하는 바는 적지 않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최근 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는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걸쳐 'On-service AI'(인공지능 기술의 서비스 적용) 전략을 본격 구현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규정했다. 특히 딥시크의 등장은 네이버 입장에서 기회라고 보고 있다. 최 대표는 "딥시크는 후발 주자가 선도 업체를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투자로 추격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례를 보여줬다"며 "저희에게도 의미가 있고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같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이 훌륭한) AI 모델의 등장이 자사 서비스 고도화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열위로 평가됐던 AI 사업은 딥시크 등장에 따라 많은 투자를 수반하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은 갖출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며 "네이버의 'On-service AI' 전략은 네이버 전체 트래픽, 체류시간 증가는 물론이고 광고, 커머스, 핀테크 등 주요 사업의 매출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가 카카오처럼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국내 주요 AI 플레이어를 보면 SK텔레콤은 퍼플렉시티, KT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AI 사업을 전개하는 가운데 네이버도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글로벌 빅테크의 LLM(대규모언어모델)이라든지 외부의 다양한 LLM에 대해서도 협업의 가능성은 당연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