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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의 해법` 그리고 그 미래

  • 2013.08.01(목) 15:08

그리스를 시작으로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로 번져 간 유로존 재정위기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증상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는 것이 가장 이해하기 쉽다.   

증상 1. PIGS 국가들의 국채를 매입해 줄 세력이 없다.
증상 2. 유로존 은행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
증상 3. 재정위기가 전염되고 있다. 

 

이들 증상 아래 유로존 재정위기를 뒤흔들었던 `단서`가 숨어 있다. 바로 유럽중앙은행에게 걸려있는 `광의의 구제금융 금지` 조항이다. 유럽중앙은행이 특정 회원국의 신규 국채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주는 양적완화 정책 자체가 금지돼 있다. 미국과 일본과 같이 중앙은행이 자국의 신규 국채를 매입해주는 자전거래(自轉去來)가 원칙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에 비해 유럽중앙은행은 반쪽짜리 권한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래서는 `증상 1`조차 치유할 수 없다.  이는 유로존이 통화동맹으로 시작되었던 탓에 회원국들 스스로가 화폐 남발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극도로 경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유럽중앙은행은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축에 가장 큰 정책의 무게추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해 왔는데, 이를 유럽중앙은행의 양 기둥 정책(two pillar policy)라고 부른다.

유럽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주도 할 수 없으니 `증상 1`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임시기구를 만들어야 했다. 유로존 회원국들이 협상을 할 때마다 온갖 잡음이 끼어들었고, 그 때마다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가 출렁거렸다. 

 

마침내 최대 전주(錢主) 독일의 재가를 얻어 2010년 5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이 출범했다.  PIGS 국가들의 신규 단기국채를 1차 시장에서 매입할 수 있는 양적완화의 교두보가 확보된 것이다. 이후 유럽재정안정기금은 유럽안정화기구(ESM, European stability mechanism)로 상설기구화 된다. 

PIGS 국가들은 단기국채를 팔아 현금을 유통할 수 있게 돼,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기존에 발행된 장기국채들의 만기가 지속적으로 도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PIGS 국가들이 신규 국채를 팔아 겨우 융통한 값비싼 현금으로 기(旣)발행된 장기국채를 상환해야 했으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었다.

 

이에 유럽중앙은행은 2010년 5월 2차시장인 유통시장에서 장기국채를 집중 매입해주는 증권시장프로그램(SMP, security markets programme)을 유럽재정안정기금과 함께 시작하게 된다. 양적완화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유럽중앙은행이 직접 관장할 수 있었다.

`증상 2`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공급이 유일한 해법이다. 특히 고수익을 목적으로 PIGS 국가들의 국채를 대량매입 했던 프랑스 은행권의 유동성 부족이 문제였다.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는 유럽중앙은행과 담판을 지어 장기유동성대출프로그램을 만들어 낸다. 바로 3년에 1%의 저리로 유럽은행이 유럽 은행권에 직접 대출을 해주는 LTRO(long-term refinancing operation)다. 실제 LTRO를 가장 많이 빌려다 쓴 국가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었다. 이들은 원님 덕에 나발 분 셈이었다.

`증상 3`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하늘높이 치솟는 신규 국채 이자율이 재정을 압박하는 PIGS 국가들이기에 근근이 유동성을 제공하는 정도로는 잠재적 위험성을 억제할 수 없다. 더구나 재정위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손쉽게 국가부도사태로 비화되는 `괴물`로 변질되어 있는 상황이니 최강의 `패`가 필요했다. 

 

2012년 9월 무제한 국채매입프로그램인 전면적 통화거래(OMT, outright monetary transaction)가 전격 도입된다. 일단 유럽중앙은행에 대한 광의의 구제금융은 여전히 금지된 상태이므로 전면적 통화거래는 신규국채 매입과 장기국채 매입의 두 가지 미션을 각각 두 가지 기구가 나누어 담당하도록 설계되었다.

 

신규국채 매입은 전적으로 유럽안정화기구가 담당한다. 여기에 만기 3년 이내의 장기국채 매입 미션이 얹어진다.  만기가 3년 이내일 경우 상환일자가 곧바로 다가와 PIGS 국가들의 신규국채 발행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기 3년 이내의 장기국채는 2차 시장인 유통시장에서 유럽중앙은행이 무제한 매입해 준다. 이로써 유로존의 위기는 서서히 수면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던 것이 2013년 3월 키프로스 사태로 재점화 되었다. 키프로스 사태는 향후 유로존 재정위기 해법에 대한 새로운 방점을 찍는 이벤트로 이해해야 한다. 향후 재정위기가 불거질 경우,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은행권만 보유국채에 대한 상각(헤어컷)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예금자의 예금 역시 헤어컷을 요구받을 것이다.

 

이미 2013년 7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공식 의제로 처리되었으니 향후 유로존 부실은행 청산시 민간 예금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일국에 대한 신뢰도의 척도이자 정부재정의 한 축인 조세부담을 담당하는 은행권의 피해를 줄이자는 것이 그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유로존 은행권의 피해는 일정부분 민간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유로존 재정위기가 재차 대두될 경우 뱅크런 사태는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미국의 출구전략이라는 `파도`가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의 이곳저곳에 밀어닥친다. 먼저 미국의 10년 물 신규 국채 이자율이 1% 이상 뛰어 오르더니 곧바로 유로존 PIGS 국가들의 신규 국채 이자율도 대폭 상승했다. 그 후폭풍으로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했다. 

 

2013년 7월 자민당의 압승으로 탄력을 받은 아베노믹스를 스폰지 삼아 미국의 국채매입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경우 유로존 PIGS 국가들의 신규 국채 발행이 또 다시 문제가 될수 있다. PIGS 국가들과 전주(錢主)인 독일 그리고 유럽중앙은행이 펼치는 `삼박자`에 미국과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엇박자`를 섞일 경우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에는 또 한번 `쓰나미`가 닥쳐올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미국이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내의 큰 충격을 바라지 않고 자국의 경기회복이라는 대명제로 전 세계의 모든 것을 덮어 버리는 것이다.

 

이미 중국은 내치의 시대로 전향해 서부내륙개발이라는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비록 느슨하기는 하지만 유로존의 안정과 일본의 안정이 `미국의 경기회복`이라는 과실을 맺기 위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 연계성이 매우 느슨한 만큼 약간의 충격으로도 모두 부스러지고 뒤집히기 쉽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는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유로존은 각 국가들이 서로의 국채에 꼬리가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다. 유로존 재정위기는 적어도 2014년까지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결코 아니다. `글로벌 경제 매트릭스 유럽편`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 

 

임형록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hryi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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