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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하면 통한다' 청국장찌개

  • 2013.08.30(금) 11:13

"청국장도 장이냐? 거적문도 문이냐?"

거적문은 짚을 엮어 간신히 바람만 막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니 임시변통이지 제대로 된 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청국장 역시 급하게 만들어 먹는 식품이니 된장이나 고추장처럼 제대로 된 장이라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맛있는 청국장을 놓고 왜 이런 속담이 생겼을까?

청국장찌개는 맛있다. 묵은 김치와 두부 송송 썰어 넣고 기름기 살짝 낀 쇠고기까지 넣고 끓이면 구수한 맛에 밥 한 그릇이 뚝딱 사라진다. 물론 퀴퀴한 냄새 때문에 싫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 맛에 익숙해지면 냄새마저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로 바뀐다.

어머니의 손맛까지 배어있는 청국장찌개는 한국인에게 소울푸드와 다름없다. 게다가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 청국장은 요즘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꼽힌다. 이런 청국장을 놓고 우리 조상님들은 맛있게 먹는 한편으로는 청국장을 거적문에 비유하면서 뒷담화를 서슴지 않았다. 무슨 심보였을까?

아마 청국장이 만들어진 배경 때문일 것이다. 청국장은 속성으로 만든다. 콩을 발효시키면 바실리스균이 작용해 하루 이틀 만에 발효가 된다. 반면 된장은 청국장과 같이 콩을 삶아 발효시키지만 곰팡이를 비롯해 각종 미생물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서너 달을 숙성시켜 만든다.

청국장은 빠르면 하룻밤에라도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급하게 만든 된장에서 비롯된 음식이라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지금은 청국장이라고 하지만 옛날 문헌에는 한자로 전국장(戰國醬)이라고 적었다. 이름 때문에 전쟁 중인 나라에서 만들어 먹던 된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청국장의 유래는 조선시대 문헌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19세기 초반의 실학자 이규경은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대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전국장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하지만 근거가 될 만한 기록은 없는, 소문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규경 보다 두 세대를 앞선 인물로 숙종 때 주로 활약했던 김간 역시 "사람들이 콩을 볶아 으깬 후 소금물을 섞어서 끓이는데 이를 전국장이라고 한다. 칠웅전쟁(七雄戰爭) 때 만들었다고 하는데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는 알지 못한다"는 기록을 남겼다.

왜 전쟁 때 만든 식품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속성식품이라는 점 이외에 굳이 전쟁과 관련짓자면 청국장이 의약품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다친 상처를 치료하고 한질에 걸렸을 때 청국장을 끓여 먹으면 땀이 흐르면서 치료가 된다고 했다. 상처 치료에 청국장을 썼다니 혹시 전쟁 중 비상식량 겸 구급약으로 쓴 것이 아닐까 싶은데 역시 근거는 없다. 다만 옛 문헌에 청국장이 열 내리는데 좋다는 기록이 보이니 요즘 청국장이 노화방지를 비롯한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것과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

청국장의 기원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속성으로 만든 식품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물론 전쟁 때 임시변통으로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급하게 먹던 임시 군용식량이 지금은 맛있는 건강식품으로 꼽히게 됐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라는 말이 있다. 주역에 나오는 이야기로 "막히면 스스로 변하고, 변하면 통할 수 있으며, 통하면 오래 간다"는 뜻이다. 막히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길이 열린다. 청국장이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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