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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요리, 기절하거나 보신이 되거나…

  • 2015.08.07(금) 08:31

어린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채소 중 하나가 가지다. 사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초딩’ 입맛에는 가지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입맛도 바뀌어 어느새 담담하면서도 기름진 듯 고소한 가지 맛이 싫지가 않다.

 

하물며 요즘처럼 맛있는 음식이 흔치 않았던 옛날에는 가지를 환상적인 맛으로 여겼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요리와 속담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무슨 까닭인지 옛 사람들은 가지에 대해 환상을 품었던 것 같다.

 

먼저 아랍 음식 중에 이맘 바이일디라는 요리가 있다. 이맘, 즉 이슬람 성직자가 기절했다는 뜻이다. 요리 이름의 유래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중 하나가 이맘이 결혼 했는데 아름다운 신부가 만들어준 가지 요리가 기절할 정도로 맛있어 생긴 이름이라는 것이다.

 

이맘 바이일디는 속을 비운 가지를 올리브기름에 볶은 후 마늘과 토마토, 양파 등으로 양념한 소를 채워 먹는 음식이다. 중동에는 알려진 가지 요리만 150 종류를 넘는다고 하니까 아랍인들은 실제로도 기절할 정도로 가지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중국도 가지를 많이 먹는다. 중국 고문헌에는 가지의 이름이 여러 가지가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곤륜과(崑崙瓜)다. 곤륜산에서 자라는 오이라는 뜻이다. 곤륜산은 실제로 존재하는 산이 아니라 전설에 나오는 산으로 신선들이 사는 곳이다. 신화에 의하면 티베트와 중국 서쪽 칭하이(靑海) 사이에 있다고 하는데 곤륜과라는 별명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인도가 원산지인 가지가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중국으로 전해졌다는 의미다. 또 하나는 곤륜산에 사는 신선들이 먹는 채소라는 뜻도 있다. 가지를 그만큼 귀한 채소로 여겼다는 것인데 중국의 고전소설 ‘홍루몽’에서도 중국인들의 가지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홍루몽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청나라 때 쓰여 진 이 소설은 당대의 생활상을 집대성했기에 청나라 사회상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쓰인다. 홍루몽에서는 가지의 별명을 초별갑(草鼈甲)이라고 했다. 풀로 만든 자라라는 뜻이다. 중국 사람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자라를 최고의 보양식품으로 꼽는다. 가지를 풀로 된 자라라고 했으니 가지가 자라에 버금갈 정도로 최고의 강장 식품이라는 소리다.  

 

▲ 삽화: 김용민 기자/kym5380@


아랍에서는 가지를 먹고 기절하고, 중국은 채소 중에서 최고의 보양식이라고 했는데 일본에서는 며느리한테는 가지를 먹이지 말라고 했다. 두 가지 의미로 풀이한다. 하나는 몸에 좋고 맛좋은 채소이니 며느리한테까지 돌아갈 몫이 없다는 뜻이다. 고부 사이는 어느 나라나 비슷했던 모양이다.

 

또 하나는 가지는 성질이 차가운 채소다. 며느리가 임신을 해서 손자를 보려면 몸이 따뜻해야 하는데 찬 성질의 가지를 먹으면 좋지 않다. 그래서 며느리에게는 가지를 먹이지 말라는 것인데 뒤집어 보면 한여름 더위를 식히는 데는 가지가 좋다는 소리가 된다.  여름에 가지 냉국을 많이 먹는 이유다.

 

가지와 관련된 속담은 우리도 만만치 않다. 재수 좋은 여자는 넘어져도 가지 밭에 넘어진다고 했으니 여러 의미가 있지만 어쨌거나 가지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다.  여름철 입맛 없을 때 가지를 먹어보자. 맛있어서 기절하거나, 몸보신이 되거나, 아니면 재수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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