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는 왜 생일에 케이크를 자를까? 결혼식 웨딩 케이크에는 어떤 의미가 있고 성탄절을 비롯해 각종 기념일에는 왜 어김없이 케이크를 준비할까?
전통이고 관습이라지만 각각의 케이크에는 나름의 역사와 이유가 있다. 왜 특별한 날을 케이크로 기념하는지 기원과 유래에 대한 흔적을 그리스 로마 문헌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2세기 그리스 철학자 아데나이오스가 ‘현자의 식탁’이라는 글을 남겼다. 여기에 술의 신이며 풍요의 신, 디오니소스 기념 축제에 보리 케이크를 제물로 바친다고 나온다. 인류학자 프레이저는 저서, ‘황금가지’에서 그리스인들은 가을 축제 때 페르세포네에게 케이크를 바치며 곡식의 신이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봄에 다시 부활하기를 기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바친 것이 밀가루로 만든 초승달 케이크였다. 기원전 2세기, 로마의 정치가이며 학자였던 카토는 ‘농업론’에서 로마인도 종교적인 이유로 다양한 케이크를 만들었다는 기록을 남겼다.
▲ 삽화: 유상연 수습기자/prtsy201@ |
이렇게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 케이크는 축제의 음식이었다. 당시 축제는 신화에 나오는 신들을 위한 잔치였기에 케이크는 바로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었다. 곡식의 신에게는 추수 감사와 풍년을, 술의 신에게는 맛있는 포도주와 맥주를 빚게 해달라며 신을 기념하는 다양한 형태의 케이크를 만들었다.
그러면 생일 케이크는 누구에게 바치는 제물이었을까? 여러 설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그리스 여신, 아르테미스에게 바친 제물이라는 설이다.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이며, 사냥의 여신이다. 이런 여신이 생일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엉뚱하게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 여신이지만 출산을 돕는 산파와 아이의 수호신이기도 했다. 때문에 아이가 태어난 생일에 무사 출산에 대한 감사와 아이의 무병장수를 빌면서 케이크를 만들어 아르테미스 신전에 바쳤다. 생일 케이크를 둥글게 만드는 이유 역시 아르테미스가 달의 여신이므로 달을 본 따 둥근 형태가 됐다는 것이다. 물론 여러 설 중 하나로 문헌으로 입증된 것은 없다.
생일에 케이크를 먹는다는 문헌 기록은 1세기 때 보인다. 로마의 극작가 오비디우스가 쓴 ‘트리스타’라는 작품에 주인공이 형제들과 생일에 케이크를 먹었다는 구절이 있다. 생일 케이크는 특별히 소원을 빈 후 촛불을 불어 끈다. 이유가 무엇일까? 역시 다양한 설이 있지만 소원이 촛불을 끌 때 피어오르는 연기에 실려 하늘에 전달된다는 것이다.
결혼식 때도 층층이 쌓은 웨딩 케이크를 준비하는데 웨딩 케이크의 유래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웨딩 케이크 역시 뿌리는 로마시대로 보고 있다. 로마의 사제 계급은 사제의 자녀끼리만 결혼을 했다. 이때 케이크를 자르고 나누며 한 가족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의식(Confarreation)이 있었다.
이 전통이 이어지면서 웨딩 케이크로 발전했다는 것인데 결혼식 케이크는 참석자들이 모두 골고루 나누어 먹는 것이 전통이었다. 케이크에 다산과 장수의 소원을 담았기 때문으로 하객들이 케이크 조각을 나누어 먹으며 그 조각만큼이나 아들, 딸 많이 낳아 오래 살기를 기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하객이 많이 참석해 케이크를 먹으면 먹을수록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했으니 웨딩 케이크에는 다복(多福)의 소망이 담겨있다. 특별한 기념일이면 습관적으로 먹는 케이크지만 알고 보면 나름의 유래와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