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공적 연금을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부과 방식이 아닌 적립 방식으로 전환할 기회가 아직 있습니다. 고령화가 상당하게 진행된 일본에서는 이제 변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한국보다 앞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해법은 무엇이었을까. 일본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일본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
도시히로 이호리 국립정책연구대학원 교수는 11일 비즈니스워치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주최한 국제경제 세미나 '위기의 한국경제, 일본의 경험에서 배우자'에서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내놨다.
▲도시히로 이호리 국립정책연구대학원 교수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비즈니스워치 국제경제 세미나-시즌5 '위기의 한국 경제, 일본의 경험에서 배우자'에서 일본의 고령화 문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이호리 교수는 일본 정부의 저출산 고령화 대책의 효과에 아직 물음표를 찍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국가 재정 파탄의 우려가 여전하고, 연금 개혁 등 사회보장제도 개선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경제협회 회장과 일본재정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고령화 이슈의 권위자로 꼽힌다.
이호리 교수가 분석한 일본의 현재는 밝지 않다. 일본 정부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23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리고 부채 비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오는 2017년 4월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0%로 인상할 계획이다.
고령화로 인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노동인구 수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데다가 노동생산성까지 낮아지면서 성장률이 마이너스에 접어드는 상황이다.
그는 특히 정부 예산 가운데 사회보장 지출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령화로 인해 연금이나 장기 요양 비용이 늘고 있어서다. 이호리 교수는 현재 일본에선 경제인구 2.5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고 있는데, 2055년쯤에는 1.2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호리 교수는 일본은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금 방식을 비롯한 사회보장 제도 개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는 베이비붐 세대가 '기득권'이 되면서 정치적 힘이 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혜택을 줄여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개혁'을 시도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공적연금 등 사회보장 제도를 젊은 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공적 연금 운용 방식도 젊은 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호리 교수는 "부과(pay-as-you-go) 방식이 아닌 적립(fully funded) 방식으로 가면, 젊은 세대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령화 사회에서는 적립방식이 유리하며, 또 그렇게 해야만 젊은 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적연금의 재원을 충당하는 방법에는 적립 방식과 부과 방식이 있는데, 부과 방식은 젊은 세대에 부양의 짐을 지우는 방식이다.
그는 한국 역시 적립방식으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에서는 적립방식으로 옮기는 것이 정치적으로 어려워졌지만, 아직 고령화가 덜 진행된 한국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부분 적립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재정 고갈 이후 '부과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