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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시대, 일자리 패러다임을 바꾸자

  • 2018.02.01(목) 08:44

[연중기획]좋은 일자리, 희망을 노래하자
<기고>원종우 과학과사람들 대표

▲ 원종우 과학과사람들 대표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전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무척 높아졌습니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거나 멸망시킬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우려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가깝고도 현실적으로 대두된 걱정은 바로 일자리에 관한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과장이 아닙니다.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2011년 미국의 게임 쇼 ‘제퍼디’ 우승 후 의학영상 진단 분야로 진출해 인간을 넘어서는 능력을 선보이고 있고, 이미 우리나라에도 진출해 있습니다.

알파고는 바둑을 의미하는 '고'를 떼고 알파 제로라는 새로운 버전으로 범용 컴퓨터화의 길에 들어서는 중인데, 2년 전 이세돌과 대전을 치렀던 알파고 리 버전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향상된 성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의사는 물론 회계사와 변호사, 판사, 증권 애널리스트 등 전문직의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몸을 움직이는 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을 필두로 공장 제조 공정에서 자동화된 기계가 활약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반복적이고 판에 박힌 일만을 할 수 있었던 기존의 경우와는 달리 앞으로는 사람이 사용하던 작업대의 일을 로봇이 이어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이런 전망은 최근 몇 년간 두드러진 인간형 로봇의 급속한 발달로 점점 현실적인 무게를 얻고 있습니다. 2015년 우리나라 카이스트의 로봇 '휴보'가 미국 국방성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재난구조로봇 경연대회에서 험난한 과정을 뚫고 우승한 사례가 있었고, 지난 겨울에는 미국의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이족보행의 수준을 넘어 두 다리로 공중제비를 하고 균형을 잡는 로봇의 영상을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인간의 신체 능력에 근접하거나 어떤 의미에서는 넘어선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처럼 팔다리를 갖고 전체적인 몸의 크기나 동작 방식이 거의 같은 인간형 로봇은 사람이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거의 모든 것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문제가 무척 암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런 지금이야말로 이 변화에 발맞춰 긍정적이고 건강한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입니다. 기계가 전면에 나서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사회적인 고민과 변화들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한다면 막상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일상 속에 투입되는 시점에서는 상당한 충격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기계를 상대로 경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고유의 능력이 무엇인지 확인하면서 기계에게 맞길 수 없는 일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한편으로는 생산성이 높은 기계가 인간 대신 일 하도록 하고 그로 인해 창출되는 부가적인 이익과 여유 시간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일자리의 개념도 경제적 대가보다는 개인의 취향과 기호, 적성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바꿔가고 또 그 가치들이 고루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일과 삶,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구조의 수립은 선택이 아닌 필연입니다.

인류는 그간 기술발전에 따른 변화에 놀랍도록 능동적으로 대처해왔습니다. 이번 4차 산업혁명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모두 머리를 모아 사회와 경제, 일과 여가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시대를 현명하게 열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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