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찡해지는 겨울이면 거리 곳곳에 들어선 빨간 냄비와 커다란 사랑의 온도탑이 '기부의 계절'이 왔음을 알린다. 날씨는 추워도 마음은 따뜻할 수 있도록 연말연시 집중적으로 기부 행렬이 이어진다. 하지만 최근 지속적으로 기부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제도 개선은 물론 공익법인 투명성 강화를 고민해야한다.
비즈니스워치가 공익 목적으로 2017년부터 매년 연재하고 있는 [기부금워치]가 시즌3을 맞이했다. 시즌3은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눠 약 3개월간 연재한다. 먼저 [기부금 제도]편을 통해 공익법인 투명성과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제도 변화와 의미를 살펴본다. 두 번째로 [기업과 재단]편을 통해 우리사회 기부문화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민간기업이 만든 공익법인의 운영 실태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기부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치후원금] 내역을 분석한다. 우리사회가 기부금 제도 개선, 공익법인 회계투명성, 정치후원금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데 작은 생각을 보태고자 한다.[편집자]
작년 9월 동남아시아 3개국(태국·미얀마·라오스)을 순방하던 문재인 대통령은 라오스 방문 일정 중 이만수 전 SK와이번스 감독을 공식 만찬에 초청했다. 이 감독이 국가 정상들이 만나는 공식행사에 참석한 것은 그가 현지에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라오스 최초의 야구단 라오J브라더스 창단은 물론 라오스야구협회 창립, 라오스 최초의 야구장 건립 등을 주도하며 현지에서 '라오스 야구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이 감독의 발자취에는 그가 2015년 설립한 공익법인 헐크파운데이션이 함께 하고 있다.
헐크파운데이션이 국세청에 제출한 2018년 결산서류를 보면 한 해 동안 라오스야구단 훈련용품 지원 1억1233만원, 라오스 대홍수로 인한 이재민 긴급구호사업 5000만원, 국내소년야구단 지원 6177만원 등의 공익활동을 진행했다.
자선단체라면 흔히 사랑의열매, 구세군 자선냄비와 같은 사회복지법인을 떠올리지만 문화·예술은 물론 스포츠분야 자선단체도 많다.
이만수 감독은 물론 박찬호 양준혁 이승엽 장미란 박지성 등 각 스포츠종목의 레전드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자선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설립한 자선단체는 모두 기획재정부로부터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승인받은 지정기부금단체다. 지정기부금단체에 기부하면 기부금액의 15%를 연말정산때 세액공제받는다. 예를 들어 지난해 지정기부금 단체에 낸 기부금액이 2000만원이라면 300만원(2000만원×15%)을 돌려받는다. 기부금액이 2000만원을 넘으면 공제율이 30%로 올라간다.
아울러 이들 자선단체는 국세청에 결산보고서를 제출하고, 자체 재단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수입·지출내역을 공시하고 있다. 본인들의 이름을 내건 만큼 활동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 이만수 박찬호 양준혁 '야구레전드'의 자선사업
박찬호장학회는 20년 이상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자선단체다. 1997년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던 박찬호 선수가 1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장학사업을 시작한 것에서 출발한다. 2001년 재단법인 박찬호장학회를 공식 설립했다. 출범 때부터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박찬호 선수는 장학회 설립 이후에도 매년 1~2억원의 현금을 재단에 내놓고 있다.
박찬호장학회의 주요 공익활동은 유소년야구캠프, 야구장학생 선발, 학교발전기금 지원 등이다. 박찬호장학회의 장학금을 받은 이들 가운데 키움히어로즈 서건창 선수 등 국내 프로야구단에 진출한 선수가 37명에 달한다. 2011년부터 매년 경기도 고양시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박찬호유소년야구캠프는 현직 프로야구선수들이 1일 코치로 참여해 전국 리틀야구단소속 학생들을 대상으로 야구는 물론 멘탈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박찬호장학회가 국세청에 제출한 2018년 결산서류를 보면 한해 3억4900만원의 기부금을 포함해 3억8683만원의 수입을 올렸고, 유소년야구캠프(6653만원) 학교발전기금(3000만원) 야구장학생 선발(2926만원) 등의 공익사업에 사용했다.
양준혁야구재단은 2011년 '양신' 양준혁 선수가 현금 2억원을 출연해 만든 재단이다. 양준혁 선수는 재단 설립이후에도 매년 현금을 추가 기부한다. 재단 설립 이듬해인 2012년부터 해마다 12월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를 열고 있다. 야구시즌이 끝나고 개최하는 대회여서 투수가 타자로 변신하고 타자는 마운드에 등판하는 등 야구팬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행사다.
양준혁야구재단이 2018년 국세청에 제출한 결산공시자료를 보면, 2018년 한해 기부금 10억7000만원을 포함 총 11억8875만원의 수입을 올렸고 이중 11억4319만원을 자선야구대회, 자선골프대회, 멘토리야구단 운영비 등 공익목적사업에 지출했다.
2018년에는 이승엽 선수가 현금 2억원 출연해 이승엽야구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승엽 선수는 부인 이송정씨와 함께 재단 이사로 활동한다. 재단 설립 첫해 박찬호 선수가 이승엽재단에 1억원을 기부했고, 이승엽 선수도 박찬호장학회에 1억원을 기부했다. 야구계의 '레전드'들이 서로의 공익법인에 같은 금액을 기부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승엽재단은 설립 첫해인 2018년 1억300만원 규모의 장학 사업을 수행했다.
# 홍명보 박지성 등 축구계도 자선활동 활발
야구계 못지않게 축구계 레전드들의 자선활동도 활발하다.
홍명보장학재단은 박찬호장학회와 같은 1997년 만들어졌다. 당시 포항제철 아톰즈 소속의 홍명보 선수가 일본 J리그 벨마레히라츠카로 이적하며 얻은 수익금 5000만원으로 장학회를 설립했고, 2004년 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홍명보재단은 스포츠선수가 만든 공익법인 중 자산규모(31억6600만원)가 큰 편이다. 2003년부터 매년 연말 자선축구경기를 열어 소아암 환아,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어린이를 돕는다. 2018년 대회에선 2002월드컵 레전드들과 K리그 현역선수로 구성한 올스타 팀 간 대결을 펼치는 등 매년 다양한 이벤트를 축구팬들에게 선사한다.
매년 초중고 축구선수 대상 장학금 지원, 도서후원, 축구 전문수비수 육성프로젝트(KSP)도 진행한다. 홍명보재단의 2018년 결산서류를 보면 한 해 동안 기부금 1억1280만원을 포함 총 6억1353만원의 수입을 올렸고, 공익목적사업에 2억2918만원을 사용했다. 장학사업(6500만원) 자선축구(6000만원) 수비수육성프로젝트(1400만원) 등이 주요 공익사업 내역이다.
제이에스파운데이션은 2010년 박지성 선수가 3억7300만원어치 현금·토지·건물을 출연해 만든 재단이다. 박지성 선수는 아버지 박성종씨와 함께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재단이 국세청에 제출한 2018년 결산보고서를 보면 수원JS컵 U-19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 5억168만원, 초중고대학생 장학금 지원에 2968만원을 사용했다.
손흥민 선수의 부친 손웅정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SON축구아카데미도 지정기부금단체로 등록돼 있다. 2018년 기준 4억4320만원의 기부금을 거둬 4억3665만원을 공익사업에 사용했다. 축구인재 발굴 및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조광래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2012년 설립한 조광래축구재단도 축구장학생후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역도 장미란 골프 최경주... 루게릭병 지원하는 승일희망재단
역도레전드 장미란 선수가 2012년 부친 장호철씨와 함께 설립한 장미란재단도 활발한 공익활동을 펼치는 곳이다. 2018년 기준 2억2332만원을 공익사업에 사용했다. 스포츠멘토링, 장미운동회, 장밋빛인생(토크콘서트), 커리어코칭(체육인 진로교육), 드림장학금, 평창올림픽 대학생 기자단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경주재단은 아시아최초로 개인 이름을 따서 개최하는 골프대회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진행한다. 후원기업의 이름을 따서 대회를 진행하기 때문에 다른 스포츠스타들의 공익법인보다 기부금 규모가 크다. 2018년에는 현대해상이 22억원을 기부하는 등 법인(기업)기부금이 많다. 재단은 자선골프대회를 통해 젊은 신예를 발굴하는 동시에 후원모금사업을 진행한다.
스포츠선수가 만든 공익법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체가 있다. 바로 승일희망재단이다. 2011년 만들어진 승일희망재단은 국내 프로농구 최연소코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박승일 전 현대모비스 프로농구단 코치가 주도해 만든 공익법인이다.
2002년 루게릭병이 발병한 박 코치는 자신과 같은 루게릭병 환우를 돕기 위해 재단을 만들었다. 설립 때부터 기부천사로 유명한 가수 션이 재단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으며 소녀시대 서현, 축구선수 장현수 등 수많은 연예 스포츠 스타들이 이 재단의 후원자다.
아이스버킷챌린지, 루게릭희망콘서트, 자선바자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모금활동을 이어가는 이 재단의 궁극적 목표는 루게릭병을 전문적으로 간병할 수 있는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이다. 루게릭병 환우와 가족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의료기기, 학자금, 의료보장구, 응급의료비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특히 승일희망재단은 매년 국세청을 통한 결산공시외에도 자체 홈페이지에 월별 기부내역과 수입·지출내역을 공개하며 대형 공익법인보다 더 뛰어난 재정 투명성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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