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가 공익 목적으로 2017년부터 매년 연재하고 있는 [기부금워치]가 이번에는 기업 공익재단을 분석합니다.
영리활동을 하는 사기업이라도 사회와 별개와 지속 성장할 수는 없기에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합니다. 대표적 사례가 총수일가 또는 계열사가 기부한 재산으로 공익재단을 만들어 장학·문화·의료 등 다양한 공익활동을 펼치는 것인데요. 하지만 기업 공익재단을 언급할때마다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에 이용된다는 부정적 인식도 꼬리표처럼 붙습니다. 오늘날 존재하는 기업 공익재단의 상당수는 창업주 세대의 기부로 시작한 것이며, 후세대는 권리(이사 또는 이사장으로서 재단 소유 지분 영향력)만 물려받는 경우가 적지않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워치는 [기부금워치] 시즌3을 통해 기업 공익재단의 현 주소는 어떠한지 재무구조와 활동내역 분석을 통해 차근차근 풀어봅니다. 삼성·현대차 등 굴지의 대기업부터 중견기업이 만든 공익재단까지 살펴봅니다. [편집자]
# 1965년 첫 공익사업 시작…현재 14개 공익법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에 따르면 삼성그룹 관련 공익법인은 총 14개가 있다.
삼성 공익법인의 출발은 1965년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주식·토지·건물 등 재산 10억원 가량을 출연해 설립한 삼성문화재단이다. 리움·호암미술관을 운영하고 해외유학생 지원, 문화·학술단체 지원 사업도 한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1982년 삼성생명이 출연해 만든 동방사회복지재단으로 시작해 1991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고, 노인복지시설과 어린이집도 지원한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018년 529억8900만원의 기부금을 모집, 그해 기부금 모집순위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삼성전자가 417억9000만원을 기부했고, 이서현 전 제일모직 사장도 1억1845만원을 기부했다.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 창업주인 조부 이병철 회장과 부친 이건희 회장에 이어 2015년 두 재단의 이사장에 선임됐는데 당시 그룹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련기사 삼성 이재용, 삼성공익재단 이사장 연임…'총수' 존재증명
삼성복지재단은 1989년 이건희 회장이 주식·토지 등 자산 102억800만원을 출연해 설립한 곳이다.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육사업인 삼성어린이집, 사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학생들에게 방과후 주요교과목 학습을 지원하는 삼성드림클래스를 운영한다. 2018년 230억원의 기부금을 모집했으며, 삼성전자가 195억원을 현금 기부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에서 물러난 이서현 사장이 지난해부터 신임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호를 딴 호암재단은 1997년 삼성전자(50억원)를 비롯해 제일제당(12억5000만원)·신세계백화점(10억원)·한솔제지(8억5000만원)·새한(7억원) 등 범삼성 계열사 12곳이 현금 100억원을 모아서 설립한 재단이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과학·공학·의학·예술 분야 발전에 공헌한 인사를 시상하는 호암상을 운영한다.
이밖에도 삼성출신 인사가 재단 이사진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재산 출연으로 설립에 참여한 공익법인으로 ▲학교법인 성균관대학 ▲삼성의료재단 ▲삼성언론재단 ▲인성의과학연구재단 ▲성균관대학교산학협력단 ▲삼성미소금융재단 ▲글로벌투게더음성 ▲글로벌투게더경산 ▲학교법인 충남삼성학원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이 있다.
# 회계기준 변경으로 주식비중 큰 폭 증가
삼성그룹 관련 14개 공익법인의 2018년 국세청 결산자료 기준 자산합계는 6조7824억원이다.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곳은 삼성문화재단(2조1551억원)이며, 삼성생명공익재단(2조1210억원)이 뒤를 잇고 있다. 두 공익법인이 보유한 자산은 14개 공익법인 자산합계의 63%(4조2761억원)에 달한다.
2년전인 2016년과 비교해 자산증가율이 높은 곳은 삼성복지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이다. 각각 자산증가율이 599%, 176%에 달한다. 특히 자산 대비 주식비중은 삼성문화재단이 8.4%(2016년)에서 66.9%(2018년)로, 삼성복지재단은 33.7%(2016년)에서 88.5%(2018년)로 각각 크게 늘었다.
공익법인이 갑자기 주식을 늘려 자산이 증가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2018년 정부가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바꾸면서 나타난 결과다.
정부는 지난 2017년 공익법인 회계기준을 마련하면서 2018년 1월 1일부터 공익법인의 주식평가방법을 일반기업에 적용하는 회계기준과 같은 공정가액 평가로 일원화했다. 공정가액은 거래의사가 있는 당사자 간 거래될 수 있는 교환가격으로 현재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시가를 의미한다.
회계기준이 바뀌자 삼성복지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자산증가율이 큰 폭으로 올랐다.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기존까진 과거에 주식을 취득(수증)할 당시 원가를 기준으로 주식의 장부가액을 평가해왔는데 2018년부터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주식가치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14개 공익법인은 2018년 2조3495억원을 공익목적사업비로 지출했다. 총 자산의 35% 수준이다. 공익목적사업에 지출한 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생명공익재단으로 1조5233억원을 지출했다.
다만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공익목적사업비 중 99%인 1조5126억원은 삼성서울병원의 인력 및 시설·의학연구 등 병원 운영에 쓰인 것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 홈페이지에서 홍보하는 저소득층 의료지원 및 보육지원사업에는 106억원이 지출됐다. 전체 공익목적사업비의 0.7% 수준에 불과하다.
# 계열사 지분 보유한 공익법인 3곳…총수 지배력 강화 도구?
14개 공익법인 중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곳은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3곳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삼성문화재단은 ▲삼성SDI(40만723주) ▲삼성생명보험(936만주) ▲삼성물산(114만4086주) ▲삼성증권(19만5992주) ▲삼성화재해상보험(145만1241주) ▲삼성전자(188만750주)의 주식을 갖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의 총 자산(2조1551억원)에서 주식 비중은 66.9%에 달한다.
삼성복지재단의 주식비중은 88.5%로 삼성문화재단보다 주식의존도가 훨씬 더 높다. 삼성복지재단은 ▲삼성화재해상보험(17만517주) ▲삼성SDI(17만100주) ▲삼성물산(8만946주) ▲삼성전자(448만4150주)를 보유하고 있다.
공익법인의 계열사 주식 보유는 매번 논란거리다. 보유주식을 현금화 공익목적사업에 직접 활용하지는 않는 이상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6년 2월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 주식 3000억원어치(200만주, 지분율 1.05%)를 사들였다. 같은시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삼성물산 주식 2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을 두고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재단 이사장인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배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익재단이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 20조원 육박하는 이건희 회장 지분…공익법인 역할 주목
최근 삼성전자 주가 상승으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보유한 삼성 계열사 지분가치가 꾸준히 올라 20조원에 육박하는데, 공익법인의 역할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증가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4.18%)·우선주(0.0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4%), 삼성SDS(0.01%)를 보유중인데 주식가치 합계가 한때 19조원을 넘는 등 꾸준히 불어나고 있다. 이 지분을 이건희 회장의 가족들이 물려받으면 상속·증여세만 10조원 가까이 내야하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삼성물산→ 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분구조가 핵심이다. 따라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중 가장 비싼 삼성전자(시가 14조9000억원), 두번째로 비싼 삼성생명(시가 2조9000억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 관점에서 보면 막대한 증여세를 내면서까지 물려받아야할 주식은 아니다.
반면 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하면 지분율 5%까지 상속·증여세가 면제된다. 삼성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공익법인 14개에 이른다. 자연스레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막대한 지분이 앞으로 향할 곳에 공익법인이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