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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저축성보험]②왜 애물단지가 됐나

  • 2020.01.17(금) 09:27

생보업계 저축성보험 신계약 매년 감소
투자수익 저하·새 회계제도 도입 부담커져

저축성보험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저금리 여파에 역마진으로 고심하는 보험사들이 2022년 새 회계제도인 IFRS17 적용을 앞두고 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관련 상품 판매를 줄여가는 추세다. 저축성보험은 사적연금의 한 축이다. 저축성보험의 위축, 이대로 괜찮을까. [편집자]

"저축성보험 판매 감소는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입니다.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을 파는 것이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유리한 게 사실이거든요."

최근 3년새 KDB생명의 보험상품 구성은 크게 바뀌었다. 과거에는 연금보험과 양로보험 등과 같은 보장금리가 높은 저축성보험을 주로 팔았다면 최근에는 사망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 판매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 연간 상품 신규판매에서 저축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70% 수준에서 2018년 25% 가량으로 줄었다. 실적 악화로 나빠진 재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다가오는 시장 변화에 대응한다는 의미도 컸다.

생보업계 저축성보험 줄이기 '안간힘'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는 업체는 KDB생명뿐만이 아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4개 생보사의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변액보험을 제외한 저축성보험 신계약 누적액은 26조6910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수치는 아직 집계가 안됐지만 30조원을 밑돌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통계 데이터가 공개된 2014년 저축성보험 신계약액(변액보험 제외)은 80조원 규모였다. 이후 매년 전년대비 두자릿수 감소폭을 기록하면서 2018년에는 36조원 수준까지 줄었다. 대형사 중소형사 할것 없이 업계 전체적으로 저축성보험 신규판매를 5년 연속 줄이고 있는 셈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최근 4~5년 사이 중소형 생보사를 중심으로 저축성보험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며 "기존에 판매된 상품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업계가 관련 상품 자체를 억누르는 기조가 강해진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저축성보험 성격상 채권 자산에 집중할 수 밖에

현행법은 보험 만기때 받는 돈이 보험료 납입 총액보다 많은 상품을 저축성보험이라고 정의한다. 연금보험과 연금저축보험, 교육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보험사는 상품 만기에 반드시 약정한 환급금을 지급해야 한다.

구조 자체는 여타 상품과 다르지 않다. 먼저 보험사는 보험료를 받으면 운영에 드는 비용을 사업비 명목으로 뺀다. 삼성·한화·교보 등 대형 생보사 평균 사업비는 보험료의 7% 수준으로 알려졌다. 사업비를 뺀 재원은 여러 자산에 투자해 환급금으로 지급하고 남은 돈은 수익으로 챙긴다.

여기까지 보면 생보사 수익성 확대를 위해서는 공격적인 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작정 고수익을 좇을 수는 없다. 환급금 지급 의무가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장기운용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축성보험의 국공채와 특수채 등 안전자산 위주로 운용되는 배경이다.

문제는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투자 이익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국공채 10년물 평균금리는 2012년 3.45%에서 작년 8월 1.25%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3개월 사이에 소폭 상승하고 있다.

과거 생보사는 이율이 10%에 가까운 금리확정형 저축성보험을 판매하기도 했는데, 현재 시황을 고려하면 채권 투자 등을 통해 해당 수익률을 실현하기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당 계약이 계속되면 손실이 불가피 하다.

새 회계기준 도입도 큰 부담

새로운 회계제도가 도입되는 것도 부담이다. 우리나라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마련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을 2022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IFRS17 도입은 보험사 운영 법규와 감독규정, 세법 등 다양한 제도 변경을 수반한다.

가장 큰 변화는 부채를 원가 기준에서 시가 기준으로 바꾸는 점이다. 미래의 현금흐름을 추정하고 리스크 요소를 반영해 할인율(금리)을 적용한 뒤 결산 시점의 부채를 현재 시점에 계상한다. 이럴 경우 부채 규모가 급격히 커져 재무 건전성이 위협받게 된다.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신지급여력제도(K-ICS)도 상당한 여파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제도와 비교해 리스크 측정 방식을 국제 기준으로 세분화해 금리 부담이 지금보다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과 달리 사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만기에 맞춰 환급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부채다.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지 않은 채 회계제도가 개편되면 부채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저축성보험 자체가 보험사 입장에서 주력할 만한 상품이 아니었다고 본다"며 "과거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판매를 급격하게 늘린 것이 시장이 꽉 차고 제도가 선진화하면서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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