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집 사도 될까요? 전셋값 올려달라고 하는데 이사 다니는 것도 이젠 지겹고… 그렇다고 무리해서 대출 받아 집 사면 은행의 노예가 될텐데, 뭐가 나은 건지 모르겠어요."
새해 들어서도 집을 살까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집을 사도 좋을 만큼 자금 형편이 좋아졌다거나 집값이 오를 테니까 사겠다는 이들은 좀처럼 없다. 전세난에 이리저리 치이는데 집값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테니 이참에 집을 사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는 사람이 열이면 여덟 아홉이다. 전세 재계약을 2~3개월 앞둔 세입자들의 고민이 가장 깊다.
◇ "전세시장 불안 올해도 지속"
세 사는 데 드는 비용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전셋값은 껑충껑충 뛰는데 오른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변두리로 이사를 가거나 은행 금리보다 훨씬 높은 월세금을 내야 한다.
서울시가 지난 16일 내놓은 '2013년도 서울 부동산시장 동향 및 2014년 전망'에 따르면 작년 서울 전세가격은 평균 6.6% 상승했다. 2008~2013년 5년 동안 32.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5년전 2억원에 전셋집을 얻을 수 있었다면 지금은 2억6500만원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작년 12월 기준 59.5%, 아파트는 63.6%를 기록했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임대시장에서 반전세(보증부월세)를 포함한 월세 비율은 2011년 31.2%에서 지난해 36.7%로 높아졌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동산시장 모니터링 그룹(RMG)의 조사에서도 '전세난이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78%으로 나타났다.
◇ 또 돌아오는 전세난 막으려면?
벌써부터 서울 전세시장은 심상치 않다. 부동산114(www.r114.com)에 따르면 올들어 17일까지 서울의 누적 전셋값 상승률은 0.47%로, 작년 같은 기간의 0.35%보다 0.12%포인트 높았다. 1월 셋째 주(17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5% 올라 7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도시와 경기·인천도 각각 0.02% 올랐다.
물량 부족이 고질적인 데다 지역별로 학군을 찾아 움직이는 수요, 설 이후 재계약을 앞둔 수요가 벌써부터 몰리며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도 봄 전세난은 불보듯 뻔하다.
각종 부동산 포털에는 전세난 걱정에 집을 사려고 셈을 해보지만 정책 혜택을 받지 못해 아쉽다는 얘기가 눈에 많이 띈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 1주택자 주택 및 신규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5년 감면 등의 조치가 끝나 아쉽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가 아니라도 공유형 모기지를 받을 수 없나"는 말이 오간다.
정책 담당자들이 "전셋값 상승은 구조적인 부분이 있다. 올해는 입주물량이 더 많아 작년보다 나을 것이다" 같은 말만 되풀이하기보다는 세입자들의 이런 목소리에 좀 더 귀기울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