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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오피스텔, 나도 주택이고 싶다

  • 2014.08.18(월) 10:12

오피스텔, 다들 잘 아실 겁니다. 도시 젊은 사람들이 제법 많이 살고 있는 주거 공간이니까요. 제 주변에도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1989년 가수 윤수일은 '아파트'라는 노래를 불렀고 1995년엔 DJ DOC가 이를 개사한 '오피스텔'을 내놨죠. 

 

그런데 오피스텔을 뜯어보면 묘한 구석이 적지 않습니다. 짐작하시다시피 오피스텔(officetel)은 오피스(office)와 호텔(hotel)의 합성어인데요. 우리나라에만 있는 말이란 거 혹시 알고 계셨나요? 위키피디아에는 '한국에서(In South Korea) 주거와 업무를 함께 할 수 있는 다용도 건물'이라고 콕 집어 설명돼 있답니다.

 

그러니까 뉴욕 복덕방에 가서 살 곳을 찾을 때 오피스텔이라는 콩글리시를 쓰면 알아듣지 못한다는 얘깁니다. 미국에서는 '스튜디오 아파트먼트(studio apartment)'라고 부르는 게 오피스텔과 비슷한 형태입니다.

 

 

오피스텔은 서울시 도시계획용어 사전에 '업무를 주로 하는 건축물이고, 분양 또는 임대하는 구획에서 일부 숙식을 할 수 있도록 한 건축물로서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시하는 기준에 적합한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주거 용도로 쓸 수 있지만 엄밀하게는 업무용 시설인, '이중성'을 가진 건물 형태 입니다.

 

오피스텔의 효시는 1984년 고려개발이 서울 마포구에 지은 '성지빌딩'입니다. 상업지역(업무시설지역)에 건물을 올려야 하는데 이를 모두 사무실로 채울 자신은 없고, 집처럼 쓸 수 있게 하면 잘 팔리겠다 싶었던 건설사의 아이디어 상품이었던 셈이죠.

 

공식적으로는 1986년 8월 건축법에 '주거용 오피스텔 건축 허용'이라는 조항이 생기면서 통용됐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도 집이 훨씬 부족했고, 집값도 자고나면 오르던 때였으니 정부도 오피스텔 건축을 말리지 않았죠.

 

국내에 오피스텔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1995년 7월 당시 건설교통부가 바닥난방을 허용하면서부터입니다. 입주자들이 온돌방에 누울 수 있도록 주거 기능을 강화해준 것이죠. 1998년에는 주거면적을 50%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하면서 더욱 주택에 가까운 형태로 변신했습니다.

 

▲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성지빌딩. 오피스텔의 효시인 이 빌딩 외벽에는 성지아파트상가라고 쓰여있다.(사진: 네이버 거리뷰)

 

건설사들은 너도나도 오피스텔 짓기에 나섰죠. 오피스텔 공급은 해마다 늘어 2004년에는 한 해 준공물량이 9만8209실에 이를 만큼 시장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정부는 오피스텔에도 칼을 댔습니다. 2004년 6월 바닥 난방을 금지하고 욕실을 1개만 허용해 주거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끌어내린 것이죠. 오피스텔 공급은 2010년 7606실까지 확 쪼그라들었습니다.

 

이렇게 오피스텔 정책은 주택시장의 동향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갔는데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하락세를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전세시장움직임에 정책 방향이 결정됩니다. 2011년 전후 전세난이 가중되자 정부가 오피스텔에 연 2%의 저리 건설자금을 지원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부양책에 힘입어 2011~2012년 1만3000여실에 그쳤던 오피스텔 입주물량은 작년 3만2606실, 올해 4만3339실까지 증가했습니다. 저리자금 지원은 2012년말로 종료됐지만 미리 인허가를 받은 오피스텔 물량은 지금도 분양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 오피스텔 입주 물량 추이(단위: 실, 자료: 부동산114)

 

그러다보니 요즘 오피스텔을 내놓는 건설사들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공급물량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비슷한 상품을 찍어내서는 임대소득을 바라는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하니까요.

 

"과거에는 일부만 복층형 구조로 설계했지만 최근에는 모두 복층형으로 시공하거나 원룸형 중심의 공급에서 벗어나 투룸, 쓰리룸으로 분양하는 오피스텔도 증가하는 추세"라는 게 김현진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의 설명입니다.

 

SK건설이 판교신도시에 짓는 '판교역 SK 허브(HUB)'는 전용 31~48㎡ 대부분을 거실분리형으로 설계했습니다. 효성이 위례신도시에 분양중인 '위례 해링턴타워 더 퍼스트'는 전용 47~60㎡ 규모지만 널찍한 평면에 거실과 2개의 침실로 구성됐고요. 경기도 안산의 '안산 스타캐슬'은 통풍과 환기에 유리하도록 'ㅁ'자 중정형 구조로 설계됐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수위를 다투는 대형 건설사들은 오피스텔보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아파트의 브랜드를 오피스텔에 사용하고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래미안 용산 SI', '마곡 힐스테이트 에코' '강남역 푸르지오시티'처럼 말이죠.

 

▲ '송파 아이파크' 투시도(자료: 현대산업개발)

 

또 다양한 수요층을 확보하기 위해 테라스를 갖춘 오피스텔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피스텔에 원래 법적으로 발코니가 허용되지 않는데요. 현대산업개발의 '송파아이파크'는 외벽을 올록볼록한 계단식으로 설계해 전실(全室)에 테라스를 마련하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국토교통부가 오피스텔도 아파트처럼 분양보증도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오피스텔을 짓던 건설사가 설사 망하더라도 분양 받은 사람이 돈을 떼이지 않게 된거죠.

 

이렇게 오피스텔은 점점 더 주택을 닮아가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업무용'이다보니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취득세 감면 대상에서 빠지고, 중개수수료도 주택에 비해 2~3배 비쌉니다. 임대인이 부가세 환급을 위해 업무용으로 신고해둔 경우는 세입자가 전입신고도 못하죠.

 

오피스텔은 이젠 틈새상품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거용 부동산 시장에서의 비중도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름이 가진 이중성 만큼 제도에 빈틈도 적잖은 게 여전한 현실입니다.

 

아직까지 건축법과 주택법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오피스텔, 이제는 명확한 기준을 가진 제도로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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