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새로운 사업은 앞으로 기술연구본부가 담당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건설은 건설 및 토목 기술과 관련해 국내특허 287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기술 12건, 녹색기술도 5건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해외사업이 중동지역 플랜트 건설에 집중된 것과 달리 현대건설은 아시아와 태평양, 미주지역 및 유럽과 아프리카 등 다양한 시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플랜트 사업의 비중도 낮다. 이런 이유로 건설사 중 가장 안정적인 AA-의 신용등급을 확보하고 있다.
◇ 사업화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
18일 경기도 용인 마북동에 위치한 현대건설의 연구개발본부를 찾았다. 이 곳에는 현대건설 뿐 아니라 현대차의 환경연구파트, 현대중공업 및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연구시설도 함께 있다. 각 회사들의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될 기술들이 이곳에서 탄생하는 셈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1년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후, 기술연구소를 연구개발본부로 승격시켰다.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전통적인 R&D(연구·개발)에서 벗어나 R&D를 통해서 신사업을 발굴해 나가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를 R&D혁신의 원년으로 삼고, 회사가 미래 사업을 설계하는데 중심이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석홍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장 상무는 “미래 건설산업 트렌드와 신성장 사업을 고려한 R&D 분야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술경영 관점으로 R&D 전략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본부는 연구동과 구조실험동,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GSIC), 환경실험동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산 중턱에 들어선 입지와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키는 건물 조성으로 R&D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
| ▲ 풍동실험실의 아모레퍼시픽 본사 및 주변 건물 모형 |
이 중 구조실험동의 풍동실험실과 재료실험실, 구조실험실과 환경실험동의 음향실험실 등을 둘러봤다. 풍동실험실에선 풍력과 풍압, 풍환경 등 건물이 지어졌을 때 바람의 영향에서 버틸 수 있는지를 체크한다. 실험실에는 현대건설이 용산역 인근에 짓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본사 사옥 축소 모형건물이 있고, 17m/s의 바람을 불게 해 버텨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초고층으로 지어질 현대차 본사 사옥(GBC)에 대한 실험도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재료실험실에선 일반 시멘트보다 강도가 센 시멘트, 현대제철에서 받은 철부스러기로 만든 콘크리트 등 다양한 건설재료를 볼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 만든 고강도 시멘트를 사용해 시공하면 중간에 철재가 들어갈 필요가 없어 다양한 형태의 건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재료는 GBC를 지을 때 사용될 예정이다.
이외에 음향실험실은 층간소음에 대한 실험여건을 갖추고 있고, 지하터널실험실도 지하 시설물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석홍 부장은 “지하터널실험실은 20년에 걸쳐 뚫었고, 이 곳에서 의미 있는 실험결과를 상당수 만들어냈다”며 “싱가포르에 있는 지하 유류저장창고가 대표적인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 에너지 잡는 GSIC
현대건설은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의 해결과제 10개 중 에너지연료와 자원부족, 물부족 및 환경오염, 도시화 문제에 집중할 계획이다. 건설사가 해결할 수 있고 신사업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SSIC)는 그 중심에 있다. 친환경 설계가 적용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이른바 ‘Net Zero(외부 에너지사용 0)’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 건물은 국내 녹색건축인증의 최고 등급을 획득했고, 미국에서도 친환경인증제도 LEED의 가장 높은 등급인 플래티넘(Platinum)을 따냈다.
| ▲ 현대건설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 전경 |
현대건설은 건물 형태부터 재료선정까지 친환경 및 저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기술 분석과 시뮬레이션 및 성능검증을 실시했다. 이와 함께 우수재활용시스템과 절수시스템, 미활용에너지를 활용한 하이브리드 급탕시스템 등도 갖췄다.
GSIC에는 ‘주거실증시설’과 ‘오피스 실증시설’,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다목적 실험시설’ 등이 있다. 주거실증시설은 흔히 볼 수 있는 모델하우스처럼 생겼다. 하지만 이 곳은 일반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연구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 및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주택 내부에는 마치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처럼 일정 시간에 TV와 청소기, 헤어 드라이어 등 전자제품이 켜지고, 화장실 사용시간 등도 데이터로 만들어 활용한다. 표준주거패턴에 따라 낭비되는 에너지를 잡아 전체적인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 ▲ GSIC 통합운영실 현황판. 이곳에선 GSIC의 에너지 생산량 및 소비량 등을 파악할 수 있다. |
건물 에너지 전체를 통제하는 통합운영실에선 GSIC의 에너지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연료전지와 태양광설비 등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에너지 현황과 사용된 에너지, 남아있는 에너지를 파악하고 남은 에너지는 다른 연구동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보내진다.
다만 아직까지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진 못하고 있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데이터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상용 가능한 기술부터 현대건설의 주택 브랜드인 ‘힐스테이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GSIC를 담당하는 연구개발본부 관계자는 “건물 속 에너지 생산과 저장 시스템은 어떻게 설계하고 저장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데이터가 검증을 통해 상용화가 가능한 것부터 힐스테이트에 적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