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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건설 빨간불]②3가지 이유

  • 2015.07.23(목) 10:02

①아물지 않은 어닝쇼크 후유증
②저유가로 물량 축소
③유럽·日업체 저가 공세

우리 건설사들의 외화벌이 주무대인 중동에서 날라오던 수주 낭보가 뚝 끊겼다. 올 상반기 중동 지역에서의 건설 수주는 작년 같은 기간의 4분의 1로 줄었다. 오일머니를 풀던 발주처들은 유가 하락 탓에 사업을 늦추고, 건설시장 후발주자인 중국·인도 업체들은 낮은 가격에 시공품질을 더해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2의 중동 붐'을 얘기했지만 수주 가뭄은 깊어만 가고 있다. 급격히 악화된 건설사들의 중동 수주 현황과 그 배경, 향후 사업 전망과 개선방향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삼성엔지니어링은 누가 뭐래도 중동 플랜트 사업의 강자였다.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오는 대형 화공·정유산업설비 공사를 독식하다시피하면서 2000년 초부터 덩치를 급격히 불렸다. 중동을 중심으로 2009년과 2011년에는 각각 92억9208만달러, 70억6791만달러 어치를 수주했으며 2012년에는 100억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1조원을 웃도는 최악의 '어닝 쇼크'를 겪으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수주 실적이 급감해 재작년 31억7278억달러, 작년 42억4208달러로 쪼그라든 데 이어 올해는 단 한 건의 수주 실적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새 사업을 벌이기보다 부실 현장의 잔불 정리가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① '돌다리도 두드린다'..보수적 수주

 

 

해외 수주 부진은 비단 삼성엔지니어링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 110억6544만 달러의 수주고로 업계 1위를 차지했던 현대건설은 올들어 현재까지 수주계약액이 그 10분의 1도 안되는 10억2428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작년 35억4858만달러를 수주했던 대우건설도 올해는 수주 실적을 내지 못하고 사업비 증액으로만 1억4374만달러의 계약실적을 내고 있는 수준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가뭄은 수주 성향이 보수적으로 바뀐 영향이 크다. 2013~2014년에 걸쳐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SK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이 중동 등지의 해외 사업장에서 대규모 손실은 본 뒤 '일단 따놓고 보자'는 식의 수주영업 행태는 자취를 감췄다.

 

대형 건설사 D사의 플랜트 영업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더 이상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삼지 않는다"며 "신규 분야는 물론이고 주력 분야도 수익성 계산을 더 꼼꼼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업체들 사이에서 횡행했던 최저가 경쟁, 덤핑 입찰이 줄어든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러다보니 수주 영업이 죽을 쑤고 있다"고 덧붙였다.

 

② 유가 하락으로 오일머니 홀쭉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이에 더해 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진행된 유가 하락은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한 발주량 감소로 연결됐다. 중동 주요 산유국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이 더뎌 석유화학 설비 증설 수요가 줄어든 데다 유가 하락으로 재정 압박까지 받다보니 공사 입찰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이 역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에 직격탄이 됐다. 카타르의 경우 74억달러 규모의 알-세질 석유화학단지 입찰을 취소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20억달러 상당의 라스타누라 유화시설 발주를 취소했다. 이라크도 7억달러의 웨스트 쿠르나 가스터빈 발전소 입찰을 사실상 내년으로 미뤘다.

 

S사 해외사업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시기에 세워졌던 중동지역 설비 증설 계획이 유가가 6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절반 가량은 취소되거나 미뤄진 상황"이라며 "일정에 맞춰 발주되는 프로젝트 역시 예산이 축소되면서 건설사들의 사업비용 압박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③ 유럽·일본 업체 저가 공세

 

EPC(설계-구매-시공)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과 경쟁 관계에 있던 유럽과 일본 건설업체들이 각각 유로화, 엔화 가치 하락을 기회 삼아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키운 것도 악재다.

 

S사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렸던 이탈리아 사이펨(Saipem), 스페인 테크니카스 리유니다스(Technicas Reunidas), 일본 JGC 등은 작년 이후 인도, 중국의 후발 업체들과 컨소시엄이나 조인트벤처(JV)를 구성해 사업을 따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의 수주가 유력했던 쿠웨이트 알주르 신규 정유공장 프로젝트 패키지(NRP) 4번 사업은 이달 초 재입찰에서 이탈리아 사이펨과 인도 에싸르 컨소시엄이 최저가 낙찰을 받았다. 지난 3월 진행된 쿠웨이트 LPG 트레인 5 프로젝트 입찰에서도 스페인의 테크니카스 리유니다스가 최저가를 써내 국내 업체를 따돌렸다.

 

사정은 설상가상이지만 수주 실적 악화에 무턱대고 조급증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 경영 목표를 채우려다 오히려 더 큰 화를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의 어닝쇼크가 채 아물지 않았고 저유가 국면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당장 실적을 채우기 위해 중동 지역 수주에 공격적으로 달려들기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지역과 공종별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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