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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건설 빨간불]①황무지로 변한 텃밭

  • 2015.07.21(화) 16:33

올해 中東 수주..작년 대비 4분의 1로 '뚝'
어닝쇼크 후유증에 발주감소-경쟁격화 영향

우리 건설사들의 외화벌이 주무대인 중동에서 날라오던 수주 낭보가 뚝 끊겼다. 올 상반기 중동 지역에서의 건설 수주는 작년 같은 기간의 4분의 1로 줄었다. 오일머니를 풀던 발주처들은 유가 하락 탓에 사업을 늦추고, 건설시장 후발주자인 중국·인도 업체들은 낮은 가격에 시공품질을 더해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2의 중동 붐'을 얘기했지만 수주 가뭄은 깊어만 가고 있다. 급격히 악화된 건설사들의 중동 수주 현황과 그 배경, 향후 사업 전망과 개선방향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쿠웨이트 알주르 신규 정유공장에 탱크 저장시설 63기를 설치하는 프로젝트 패키지(NRP) 4번 사업은 한국 건설사의 수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돼 왔다. 국내 업체들의 사업 경험이 풍부한 분야인 데다 정부간 관계를 생각해도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 7일 입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사업비 15억8000만달러를 써낸 이탈리아 사이펨(Saipem)과 인도 에싸르(Essar) 컨소시엄이 이를 따낸 것. 각각 16억6000만달러, 17억7000만달러를 써낸 대림산업과 대우건설은 이 입찰에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 1일 마감된 아랍에미리트(UAE) 밥(Bob) 원유생산시설 통합 및 확장 프로젝트는 스페인 건설사 인텍사(Intecsa)가 최저가를 써내 수주했다.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 산하의 육상석유운영사 아드코(ADCO,  Abu Dhabi Company for Onshore Oil Operations)가 발주한 이 사업은 20억달러 규모로, 국내에서 GS건설과 SK건설이 각각 수주전에 뛰어들었지만 실패했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중동지역 건설 사업 수주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중동은 올해로 50년을 맞은 해외건설 역사에서 '건설 한국'을 있게 한 텃밭이었다. 누적 금액 7000억달러의 해외수주고 중 절반이 넘는 3885억달러어치의 일감이 중동에서 나왔다.

 

하지만 올 들어 중동발 수주 소식은 '가물에 콩나듯'하는 수준으로 급격히 줄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7월21일)까지 중동지역 수주 금액은 69억8081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56만3556만달러)의 27.2%에 그친다.

 

올해 전체 해외수주금액(257만6339만달러) 가운데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7.1%에 불과하다.(작년 동기 수주 비중 65%)

 

이 같은 중동 지역 수주 부진은 국가별로 볼 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전후 재건사업 등이 활발해 중동 지역내에서도 발주량이 많았던 이라크의 경우 작년에는 국내 건설사가 80억6052만달러어치(12건)의 일감을 따냈지만 올해 수주는 3분의 1 수준인 27억1051만달러(7건)에 그치고 있다.

 

쿠웨이트에서는 작년 같은 기간 71억5626만달러어치(4건) 일감을 가져왔지만 올해 실적은 10만달러(1건)뿐이다. 알제리의 경우 작년 42억4809만달러에서 올해 7005만달러로, 아랍에미리트(UAE)도 16억5495만달러에서 3억659만달러로 급감했다.

 

 
이처럼 중동지역 수주가 급감한 것은 과거 저가수주에 따른 어닝쇼크를 겪은 후유증 영향이 크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2009~2012년 수주한 중동지역 플랜트 현장에서 막대한 손실을 본 뒤 입찰 전 수익성 판단이 더 꼼꼼해졌다"며 "담당임원 실적도 수주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공사 수행 및 준공 후 턴오버까지 책임지는 구조로 바뀌다 보니 물량 확보에 더욱 신중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유가로 발주물량 자체가 감소한 영향도 적지 않다.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의 1~5월 프로젝트 계약 실적은 61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8% 감소했다. 컨설팅업체 리스타드(Rystad) 에너지에 따르면  쉘(Shell)이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메이저 석유기업들도 계획된 사업중 1180억달러 규모, 26개 프로젝트 추진을 최근 보류했다.

 

최중석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 정책지원부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 영향으로 산유국의 재정 수입이 감소하면서 전반적으로 프로젝트 발주 규모가 감소했다"며 "여기에 남유럽, 인도 등의 업체들이 치고 들어오면서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도 국내 건설사들의 입지가 좁아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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