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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GS건설은 왜 '과천주공1단지'를 거론했을까

  • 2019.05.22(수) 17:12

과천자이 고분양가 논란에 과천주공1단지가 '더 높을 듯' 지적
과천주공1단지, HUG 분양가 줄다리기 끝에 후분양 결정
그나마 꾹꾹 눌러온 분양가, 후분양에 풀려버릴 가능성도

“과천주공1단지 분양가가 과천 전체 시세에 더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얼마전 문을 연 GS건설 ‘과천 자이’ 견본주택 현장에서 분양 관계자가 한 얘기입니다. 한창 분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과천 자이에서 갑자기 '과천주공1단지'를 콕 집어 언급한 이유는 뭘까요.

과천 자이는 과천주공6단지를 재건축해 짓는 아파트로, 올해 과천 지역 마수걸이 분양 단지인데요. 지하철 4호선 과천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데다 학교, 공원 등도 가까워 입지 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양가에 대해선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이 아파트의 3.3㎡(1평)당 평균 분양가는 3253만원. 전용 면적별로 분양가는 7억6610만~15억7830만원(59~125㎡)에 책정됐는데요. 일반분양 물량 783가구 중 약 70%(533가구)는 사실상 중도금 대출이 불가한 분양가 9억원을 넘습니다.

지난 17일 과천 자이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청약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지난해까지만 해도 과천 지역에서 신규 분양한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3000만원을 넘지 않았는데요. 과천 자이가 그 벽을 무너뜨렸습니다. 그러면서 고분양가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고요.

이날 현장에서도 기자들이 고분양가를 지적하자 이 관계자는 "과천 자이보다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통제 없이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는 과천주공1단지가 과천 전체 시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 겁니다.

다소 엉뚱한 답변입니다. 이후로도 또 한차례 과천주공1단지를 언급했는데요. 그만큼 과천자이가 고분양가로 낙인찍히는데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과천시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8억~9억원 선이었다가 올 초 11억원을 넘어섰는데요. 정부의 지속된 부동산 규제로 주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올해 3월 10억9750만원, 4월 10억7500만원으로 조금씩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분양가가 높은 단지가 나오면 다시 시세가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집값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정부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고요. 가뜩이나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보유한 단지여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점도 부담인데 말이죠.

이러다보니 자꾸 그 공(?)을 '과천주공1단지'로 넘기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과천주공1단지의 상황은 어떨까요.

이곳은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단지인데요. 후분양을 하기 때문에 비교적 분양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애초 보통의 경우처럼 선분양으로 추진, 평당 분양가로 3147만원을 HUG에 제시했지만 HUG로부터 번번이 퇴짜를 맞았습니다.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것이죠.

결국 줄다리기 끝에 후분양을 택한 겁니다. 통상 후분양(준공 60~80% 이후 분양)의 경우 HUG의 보증심사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입장에서는 분양가가 높을수록 좋고, 인근 아파트 시세도 평당 4000만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HUG에서 제시하는 3000만원 이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면서 후분양을 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합니다.

해당 조합은 3500만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이고요. 게다가 후분양의 경우 주택을 짓는 동안 금융비용이 늘어나고 미분양 리스크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선분양보다 분양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천주공1단지는 올 하반기에 전체 공정의 80%를 넘기면서 이르면 올 하반기에도 분양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하반기 혹은 준공 완료 시점인 내년 3월(준공후 분양) 중 분양시기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자칫 HUG가 꾹꾹 눌러온 분양가가 후분양을 계기로 점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쯤되면 GS건설과 과천자이 분양관계자들의 심경(?)이 느껴지시나요.

폭탄돌리기 게임 다 아시죠? 제한된 시간 안에 폭탄을 돌리되 내가 갖고 있을때 터트리지 않으면 되는 게임인데요. 서둘러 다음 사람에게 폭탄을 건네주려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문제는 과천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 재건축을 위주로 ‘후분양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가뜩이나 정부도 후분양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으로 확대도 추진하고 있고요.

정부가 가장 싫어하는 분양권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나 부실시공을 막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하는 후분양제가 전혀 예상치 못한 분양가 상승의 주범이 되는게 아닐지 걱정됩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후분양제는 분양 대금, 대출 이자, 미분양 리스크 등을 전부 사업자가 지고 가는 것이라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부가 후분양 보증상품, 대출상품을 마련하거나 미분양 시 LH 등 공공기관이 매입하게 해주는 등의 리스크 헤지 환경을 조성해주면 후분양제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함 랩장의 말대로 부작용을 다소 줄일 수는 있을 겁니다. 다만 건설사나 조합이 후분양을 선택하거나 검토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하면 정부와는 출발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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