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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들은 어떻게 서울 아파트를 샀을까

  • 2020.04.24(금) 13:12

작년 이어 올해도 부동산 매매 '주도'
작년 집값 오르자 "지금 아니면 못산다" 매수확산
'영끌'로 산 집, 집값 조정국면·고용불안 등에 '부담'

#30대 맞벌이 직장인 나이자 씨(가명)는 지난해 서울에서 내집마련에 성공했다. 기쁜 일이지만 마냥 좋아할 수도 없었다. 막상 계약을 하고 보니 이집이 내집인지 은행집인지 남의집인지 헷갈린다. 6억원 후반대에 샀지만 은행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직장대출에 지인에게 빌린 돈까지 합치면 60%는 빚으로 산 셈이다.

#30대 맞벌이 직장인 김영끌 씨(가명)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서울에서 6억원 초반대의 집을 구매했는데 은행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까지 받았지만 부족해 역시 지인의 대출까지 동원했다. 이 경우도 빚 비중이 70% 가까이 된다.

지난해 집을 산 30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사례들이 많습니다. 대출 40~50% 받아 집을 샀다면 그야말로 양호한 사례입니다. 금수저는 아닐지라도 은수저 정도는 된다고 할 정도인데요. 그만큼 많은 구매자들이 영혼까지 끌어온다는 뜻의 '영끌'로 집을 샀다는 겁니다. 물론 이 와중에도 증여 비중이 10%(서울 아파트 거래유형중) 가까이 되는 것을 보면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금수저들도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경/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에서 30대가 차지한 비중은 28.8%로 가장 많았습니다. 40대가 28.6%로 30~4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놀라움을 안겼는데요. 대부분 신혼부부 특별공급도 넣어보고 일반분양도 해보고, 정부 말마따나 집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려보기도 했겠지요. 그러다 포기하고 결국 불과 1~2년 전보다 더 오른 가격으로 집을 사게 된 겁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올해들어 3월까지 30대의 매매 비중이 더 늘었다는 겁니다. 올해 2월엔 33%까지 높아졌고요.

지난해까진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지난해 12.16대책이 발표되고 또 올해 1월 하순 이후부터는 코로나19발 위기가 확산되기 시작했던 때입니다. 집값도 자연스레 조정국면에 진입하기 시작했는데요. 여전히 30대들은 내집마련에 나선 겁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지난해의 사자세가 이어진 듯 하다"면서도 "통상 조정국면에서는 30~40대보단 자금여력이 있는 50~60대가 사는데 조정이 본격화하면 다시 세대간 손바뀜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건 아닙니다. 서울 집값이야 떨어지더라도 다시 오를 테니까요. 다만 그 기간을 어떻게 버티느냐이죠. 자기돈보다 빚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 시간들이 힘겨울 수 밖에 없을 테고요.

특히 대출 유형을 보면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 비중이 상당합니다. 1억원 안팎 수준으로 신용대출을 받기도 하더군요. 주택담보대출이 2%대라면 이들 상품들은 3%대 이상의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합니다.

실제 월급의 30~40%는 대출 원리금 갚는데 쓴다는 30대들도 많습니다.

최근 코로나19발 경제위기로 인해 더는 '안전한 직장'도 없어 보입니다. 무급휴직이 늘어나거나 임금삭감, 그게 아니라도 '긴축경영'에 각종 수당 등이 깎이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를 기록했는데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여만에 최저치라고 합니다. 올해 역성장 가능성도 거론되고요. 이 여파는 고용충격으로 이어질 겁니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감소폭이 2009년 5월 이후 최대치(19만5000명)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일시휴직자 역시 160만7000명으로 1983년 3월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2분기 이후 충격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여파가 모든 세대에게 충격을 주겠지만 가장 활발히 경제활동을 해야 할 30대들에겐 더욱 아플 수 있습니다. 특히 영끌로 내집마련을 했다면요.

사실 진짜 부자들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상가, 빌딩 등 수익형부동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결국 과거에도 그랬듯이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것은 어쩔수 없이 보통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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