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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부동산]공급부족, 집값하락 '저지선' 될까

  • 2020.04.14(화) 09:00

내년부터 입주물량 급감…집값 급락 막을 수도
3기 신도시 사업초기…집값 영향 제한적

'집값 하락' 전망이 대세가 되면서 부동산 시장 충격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단기간에 집값이 급락하거나 침체가 장기화되면 내수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집값상승의 기폭제가 됐던 '공급부족'은 집값 조정기에선 집값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내년부터 신규 주택 입주물량(주택 공급량)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집값 상승 완화와 수요분산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3기 신도시' 조성을 통한 주택공급은 여전히 사업 초기단계여서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 내년 입주물량, 절반 '뚝'

그 동안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보유세를 인상하는 등 각종 규제를 포함한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주택 시장에서는 공급 확대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수요를 억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서울 주요지역에 신규 주택이 공급돼야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정부는 소규모 주택 재정비 사업인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유휴부지 활용 등을 통해 주택 공급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정부 주장과 달리 향후 주택 공급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간 주택경기 호황으로 서울을 포함해 주택공급이 활발했지만 최근에는 분양가 통제 등으로 분양 일정이 지연되는 등 주택사업이 위축된 까닭이다.

당장 내년부터 신규 입주물량은 절반 가량 감소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45만8208가구로 정점을 찍었고 올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34만8013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내년은 23만8301가구로 올해보다 31% 감소한다.

서울 입주물량의 경우 2019년 4만3181가구에서 올해는 4만2321가구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내년에는 45% 급감한 2만2977가구에 머물 전망이다.

주택 공급량 감소는 집값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방어기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집값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매수 시점을 늦추기에는 앞으로 공급될 주택 숫자가 많지 않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올해부터 거시경제 요건 등을 보면 주택 시장도 전반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주택 공급량이 줄어든다는 점은 집값 하락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신규 입주 물량이 줄면 전셋값이 오르는데 이는 집값을 받쳐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시장에서의 '수요-공급'보다 대내외적 경제 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론적으로 공급 감소는 가격 상승 요인이라 지금 같은 하락장에서는 집값의 낙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맞다"면서도 "지금은 부동산 시장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 경제 환경(글로벌 경기위축)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공급 감소가 크게 중요한 변수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 속도 내는 '3기 신도시' 영향은

정부가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한데는 '수도권 30만호 공급계획'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부는 이 정책의 핵심인 3기 신도시 조성에 속도를 내며 조기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30만호 공급계획 중 20만호를 공급할 수 있는 18곳의 공공주택지구에 대한 지구지정을 완료했다. 부천 대장지구와 안산 장상지구 등 약 5만호를 공급하는 나머지 지구도 올 상반기 내에 지구지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입지가 좋은 일부 지역에서는 이르면 내년 말부터 입주자모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 3기 신도시가 실수요자의 관심을 끌지 미지수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가 클 때는 집값 부담이 큰 서울 대신 인근에 조성되는 3기 신도시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생길 수 있지만 지금처럼 가격이 하락하고 주택 경기가 위축되는 시점에는 3기 신도시의 매력이 반감될 수 있다.

김인만 소장은 "수요가 있을 때는 3기 신도시가 수요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매수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3기 신도시에서 미분양 단지가 속출할 수도 있고, 수요자가 아닌 투자자들이 이를 투자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정 연구위원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택 공급은 입주자 모집이 아니라 실제 입주하는 주택"이라며 "3기 신도시는 이제 사업 초기라 집값 안전판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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