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이 선거공약으로 부동산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워 10년 만에 서울시장으로 돌아왔다.
오 시장은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 도시 공간 구조를 바꾸는 '한강 르네상스' 정책을 추진했다.
다만 재임 기간 동안 한강 르네상스 일환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와 세빛섬뿐이다. 나머지 사업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거의 대부분 구역해제됐다.
10년 만에 서울시장으로 돌아온 오 시장은 옛 '한강 르네상스'와 거의 일치하는 도심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그는 '5대 공약'을 중점적으로 강조했다. ▲스피드 주택 공급 ▲스피드 교통 ▲균형발전 ▲1인 가구 안심특별대책본부 설치 ▲청춘이 밥 먹여준다 등으로 요약된다.
오 시장이 돌아오자 한강 르네상스 계획의 대표 지역이었던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일대가 들썩이는 분위기다.
오 시장은 지난 2007년 한강변을 끼고 있는 성수1, 2가 내 총 53만399㎡ 면적을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한바 있다.
이후 강변북로 일부 구간을 지하화한 뒤 문화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기부채납(공공기여) 비율을 25%로 늘리는 대신 총 8200여 가구가 건립되도록 아파트를 최고 5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채 시장직에서 물러났고 시장직을 이어받은 박 전 서울시장이 발표한 서울시 용도지역 층수 제한, 이른바 '35층 룰'을 이 지역에 적용해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로 이어져 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일 압구정동 현대7차 245.2㎡는 6개월 전 67억원(9층)보다 13억원 뛴 80억원(11층)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전국 최고가다.
정부는 작년 '6·17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아파트를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구입하면 입주권을 주지 않기로 했다. 이에 재건축 단지들은 규제를 피해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조합설립을 마치는 절차를 진행중에 있다.
이달 초까지 30억원 중후반대의 현대1·2차 아파트 전용 131㎡ 매도 호가가 2억~3억원 정도 올라 40억원대 초입에 진입했다. 조합설립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거래가격이 뛸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또 강남구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호가도 최근 1억~2억원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시범·공작 아파트가 있는 여의동 역시 '재건축·재개발 속도전'이라는 오 시장의 핵심 공약이 제대로 먹힌 지역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한강주변 특정 재건축 단지들의 호가 상승이 이어지자 오 시장도 숨고르게 들어갔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방송 인터뷰에서 "주변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 쓸 수 있는 행정수단으로 토지거래허가 구역 등 방법이 있다"며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더라도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대한 애착이 쉽게 바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오 시장은 선거 유세 때부터 자신이 추진했던 사업의 흔적찾기에 나섰다. 지난 4일 재보궐 선거를 사흘 앞두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세빛섬을 찾았다. 세빛섬은 한강 반포대교 남쪽에 떠 있는 인공섬으로, 한강 르네상스 일환으로 추진해 2014년 개장했다.
오 시장은 당시 "세빛섬을 만들며 오해도 많았고 비판도 꽤 받았지만, 이제 세빛섬이 정착돼 세빛섬을 찾은 누적인구만 4000만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