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월곡1구역이 12년 만에 시공사와 결별할 위기에 처했다. 오랜 기간 지지부진하던 재개발 사업이 지난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으며 속도를 내는가 싶더니 다시 난관에 봉착하는 모습이다.
비대위를 중심으로 일부 조합원들은 '랜드마크'급 개발을 위해선 시공사를 바꾸고 하이엔드브랜드를 적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시공사 교체 없이 빠른 사업 추진을 요구하고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제 속도내나 했더니'…시공사 결별 위기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신월곡 도시환경정비사업 1구역'은 오는 20일 시공자 선정 취소의 건을 두고 임시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신월곡1구역은 지난 2009년 롯데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아직까지 본계약을 하지 못한 상태다.
성매매업소 폐쇄에 따른 이해관계 대립, 조합 내분 등의 이유로 사업이 지체되면서 유효한 조합원 총회가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시만 해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직후 시공사를 선정해 가계약을 체결한 다음 사업시행인가가 확정되면 본계약을 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조합설립인가(2009년8월)가 난 지 11년 만에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속도를 내기 시작해 올해 초 조합원 분양 신청을 마무리한 상태다.
하지만 비대위를 중심으로 롯데·한화건설 컨소시엄에 대한 불만이 나오면서 다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비대위는 이들 컨소시엄이 제시한 공사비가 3.3㎡(1평)당 560만원으로 타 사업장에 비해 과한 데다 단지명인 '마크원'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실제로 신월곡1구역의 평당 공사비는 서초구 신반포15차(래미안원펜타스·570만원), 서초구 방배삼익(553만원), 강동구 흑석11구역(540만원) 등 강남권 사업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비대위 측은 기존 시공사와 결별하고 경쟁입찰 후 대형건설사의 단독입찰 및 하이엔드브랜드 적용을 기대하고 있다. 단지 규모가 크고 입지적 장점을 지닌 만큼 '랜드마크'급 단지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다.
신월곡1구역은 지하 6층~지상 47층, 10개 동, 아파트 2244가구와 오피스텔 484실의 대단지로 조성되며 총 사업비가 1조원을 넘는다. 이곳은 길음역 초역세권으로 재개발 후 해당 사업구역 내 있는 미아리 텍사스촌(집장촌)이 없어지고 초고층 아파트가 건립되면 가치가 크게 오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이엔드브랜드·경쟁입찰 등 기대…지연 우려도
다만 조합원들 중에는 시공사 계약 취소 없이 '빨리 가자'는 목소리도 많다.
시공사를 재선정하게 되면 롯데·한화건설과 법정 다툼으로 이어져 사업이 더 지체될 수 있어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달 총회 결과 등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반포15차는 기존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계약을 해지하고 삼성물산을 새 시공사로 선정해 공사를 진행중이었는데, 최근 대우건설이 신반포15차 조합을 상대로 낸 시공자 지위 확인소송 2심에서 승소하면서 공사 중지 위기에 처했다.
시공사 입찰에서 흥행을 장담하기도 힘들다. 최근 노원구 상계1구역, 송파구 마천4구역 등 '알짜배기'로 꼽히는 정비사업장도 단독입찰로 수의계약 수순을 밟고 있다.
하이엔드브랜드 적용도 불투명하다. 최근 조합원들의 요구로 기존 강남, 한강변 위주로 쓰이던 건설사들의 하이엔드브랜드 적용 범위가 넓어지긴 했지만 아직 성북구에 적용된 사례는 없다.
앞서 신월곡1구역 조합도 롯데건설엔 '르엘', 한화건설엔 '갤러리아포레' 등의 하이엔드브랜드를 적용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시공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공사비는 브랜드에 따른 차이보다 입지, 물가상승분 등이 반영되는 것"이라며 "하이엔드브랜드는 컨소시엄 특성 등의 문제가 있어 추가 검토할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화건설 관계자도 "한화건설은 오벨리스크, 꿈에그린, 갤러리아 등의 주거 브랜드를 '포레나'(FORENA)로 일원화했기 때문에 하이엔드브랜드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