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집값 상승률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지만 서울 강남에선 여전히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평(3.3㎡) 당 1억 원을 넘어선 초고가 아파트들이 1년 도 안 돼 다시 수억원씩 높게 거래되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강남 주민들이 구내 아파트를 사들인 비중도 지난해 급격하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높아진 집값 부담에 외지인의 유입이 줄어든 반면, 강남 내 자산가들이 이른바 '똘똘한 한채'를 챙기는 흐름이 확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상승세 주춤…'강남 3구'는 신고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강남에선 신고가 거래가 줄줄이 이뤄졌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의 경우 전용 89㎡가 종전보다 1억원 이상 오른 36억 2500만원에 거래됐다. 삼성동 아이파크도 195㎡가 70억원에 팔리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압구정 현대 2차 역시 전용 160㎡가 60억원으로 전보다 2억원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서초구에서도 정비 사업이 기대되는 단지를 위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잠원 신반포 2차와 4차 등에서 종전보다 수 억원 높은 가격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최근 정부가 '추세적 집값 하락'을 장담할 정도로 전국의 집값 상승세는 확연하게 꺾이는 분위기다. 수도권과 서울 외곽 지역 일부는 집값이 하락 반전하거나 보합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강남구를 비롯한 강남 3구의 경우 집값이 여전히 평균 이상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상승폭은 다소 축소했지만 서울 평균보다 높은 집값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05% 오르며 서울 평균(0.03%) 이상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서초구의 경우 0.07%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초구는 구축 대단지 위주로, 강남구는 상대적 저평가 인식 있는 중대형이나 진척 기대감(신통기획 등) 있는 재건축 위주로 아파트 매매가가 상승했다"며 "다만 상승폭은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똘똘한 한채 선호…강남 사람들끼리 거래
강남 3구의 경우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지속하리라는 전망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거래가 줄고 상승세도 완화하겠지만, 가격이 오르는 현상 자체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선 자산가들이 서울 강남권의 '똘똘한 한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부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세 압박 등으로 알짜 지역의 고가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강남권 내에서 한 채를 갖고 있던 이들 역시 신축이나 입지가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타는 경우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최근 강남에서는 외지인이 매매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주민들이 매수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구 아파트 매입 거래 중 구내 거주자의 비중은 55%가량으로 전년보다 15% 포인트 올랐다.
윤수민 HN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 아파트 가격은 대출을 끼지 않고는 들어오기 힘든 수준인 탓에 현금이 충분하지 않으면 진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 3구의 경우 아파트 가격이 15억원 이상으로 대출 규제와는 상관없는 '차별화된' 지역"이라며 "이에 따라 공급이 가격의 핵심인데, 현실적으로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꺾이는 가운데 강남의 오름세가 이어질 경우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강남 아파트는 워낙 가격이 높은 탓에 조금만 올라도 '억 단위'로 집값이 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등으로 일부 투자 수요까지 더해져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강남의 경우 들어오려는 수요는 굉장히 많은데 대출이 나오지 않아 일반 서민들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시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종의 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