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산층을 더욱 두텁게 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국회에서 당선 인사를 통해 큰 틀의 경제정책 방향을 내비쳤다. 시장경제를 앞세운 민간 중심의 경제 체제다.
윤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 역시 이런 틀 속에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를 완화해 민간이 더욱 많은 주택을 짓게 하고, 세제 완화 등으로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기조다. 이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당장의 집값 상승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대로 온갖 규제를 다 풀 경우 단기적으로는 집값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 50만 가구 공급…규제·세제 대폭 완화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임기 내 주택 공급 물량은 250만 가구다. 매년 50만 가구씩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중 민간 주도로만 200만 가구를 소화한다. 특히 수도권에는 130만~150만 가구를 짓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재건축·재개발 47만 가구 ▲도심·역세권 복합개발 20만 가구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 18만 가구 ▲소규모 정비사업 10만 가구 ▲공공택지 142만 가구 등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그동안 주택 공급과 관련해 "상당한 공급 물량이 들어온다는 시그널을 줘서 가격 상승을 잡겠다"는 기조를 지속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민간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또 부동산 세제 완화를 통해 기존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더해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까지 완화하는 등 대출 규제 개선을 통해 실수요자들이 집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윤 당선인은 이와 관련, 지난달 TV토론에서 "집을 구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제도들을 제거해야 한다"며 "먼저 대출규제를 완화해 집 사는데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언급했다.
한꺼번에 규제 풀다 집값 더 오를라
전문가들은 윤 후보가 연 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 자체는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주택 공급 규모가 48만 가구 수준인 만큼 달성 가능하다는 평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그간 평균 주택 공급 물량을 보면 충분히 실행 가능한 규모"라며 "수도권 150만 가구 공급 역시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신설 지역에 신규 택지를 개발하거나 도심 지역에는 용적률을 높이는 식으로 추진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집값 안정화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윤 후보가 공약했던 대로 대대적인 규제 완화 정책이 한꺼번에 추진한다면 되레 단기 집값 상승을 초래할 거라는 지적이다.
우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할 경우 해당 단지는 물론 인근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2년 배제와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완화까지 더해지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 원장은 "윤석열 당선인의 주택 대량 공급은 중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재건축·재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경우, 집값이 오르고 전세대란 가능성까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꺼번에 규제를 다 풀기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 역시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한꺼번에 완화할 경우 다주택자는 매물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시장에서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권 교체로 인한 '정책 공백기'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가 임기 하반기에 추진한 대책이 지체할 경우 되레 공급 물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다.
윤 책임연구원은 "새 정부의 공급 기조는 민간이 중심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 정부가 세운 공급 계획을 그대로 끌고 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2.4대책에서 도입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등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빠른 주택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