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경제관련 첫 일정으로 6개 경제단체 수장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기업의 자유로운 투자를 위한 제도적 방해 요소 제거를 언급하는 등 친(親)기업 정책을 펼칠 것을 시사했다.
경제단체 수장들 역시 윤 당선자에게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동법규 수정 등을 건의하면서 자유로운 기업활동 여건 마련을 강조했다.
윤석열 당선자는 2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6개 경제단체 수장들과 도시락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상의)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과 구자열 한국무역협회(무협)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중기) 회장과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회장 등이 참석했다.
경제계, 중대재해법 등 기업 규제 완화 요구
윤석열 당선자는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후보자 시절부터 강조해오던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강조했다.
윤 당선자는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나가는 게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며 "방해요소가 어떤 것인지 앞으로도 조언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경제가 탈바꿈해야 한다"며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자는 정부의 기업 활동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가 인프라를 만들어 도우면 기업이 앞장서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이 커야 나라가 커간다는 게 윤 당선자의 생각이다. 기업 성장을 통한 소득 증가가 경제 성장이라는 의미다.
경제 단체장들은 일제히 윤 당선자에게 기업들에게 부담스러운 중대재해처벌법 수정과 노동관련 법 개정 등을 건의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처벌 중심인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인 걱정이 많다"며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예방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모습이 다양해져 노동자 법제가 대폭 개정돼야 하는데, (지금의) 우리 노사관계 풍토가 국가 경쟁력 발목을 잡고 있다"며 "공권력 집행이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역시 "노동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등으로 중소기업이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토로했다.
최진식 중견련 회장은 전통적 제조업 기업의 성장 한계를 토로하며 작은 회사와 뜻 있는 젊은 기업인과의 호흡을 강조했다. 구자열 회장은 물류 인프라의 안정적 운영과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각별히 관심을 가져달라는 점을 요청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기업이 창의와 혁신 DNA를 발현할 수 있도록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며 "안전이 중요하지만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상의 회장은 "진취적 소통 플랫폼을 마련하고 경제 안보 등을 민관이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경제단체장들은 상속세와 법인세 완화,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산업 투자방안 등 건의사항을 인수위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자는 언제든 기업인들과 직접 통화할 수 있는 핫라인 구축을 약속하며 기탄없는 의견 전달을 당부했다.
'기업 규제 푼다' 윤 당선자 공약은
윤 당선자는 이번 경제단체장들의 건의사항을 적극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 시절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수정 등을 강조하는 등 친시장 정책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그의 공약집을 보면 기업 친화 정책이 다수 포함돼있다. 국내 일자리 확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국내 복귀 기업에게는 규제제로와 사후규제 보조금 확대, 감세 조치 등 혁신 시스템 도입을 통해 세액감면 요건을 완화한다는 구상이 담겼다.
노동 시장 유연성을 위해선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1~3개월→1년 이내)하고, 연 단위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한다. 여기에 새로운 고용형태인 '시간선택형 정규직 일자리'를 도입해 선택지를 늘린다는 그림도 그렸다.
노사관계 개선 방안으로는 노동위원회 조정기능을 강화한다. 노조 불인정과 무단사업장 점거 등 불법행위는 엄정한 법 적용으로 노동기본권을 존중하되 법과 원칙을 지키는 노사관계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윤 당선자와 이번 경제단체장들의 오찬 회동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전경련과 먼저 연락이 닿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기업 중심의 전경련 역할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전경련과 접촉이 거의 없어 이전과 달리 존재감이 크게 약화됐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전경련을 비롯해 재계에서 역할 확대를 위한 경제단체들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