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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부잡]집값 두 배 뛰었다는데, 겨우 0.01% 하락?

  • 2022.03.20(일) 10:30

정부 "뚜렷한 하락세"…통계치론 찔끔?
부동산원·KB는 '표본조사'…"흐름 파악"

서울 아파트값, 한 주간 0.01% 하락. 이게 떨어진 건가요?

요즘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제 관련 통계를 봐도 그렇고, 정부도 지속해 부동산 시장의 하향안정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요.

하지만 이런 소식을 의심쩍어하는 시선도 있는데요. 이번 정부 들어 집값이 두 배 넘게 뛰었다는데, 한 주간 변동률이 겨우 -0.01%, -0.02% 기록한 걸 놓고 과연 '하락'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집값 상승을 막으려는 정부가 괜한 호들갑을 떠는 것 아니냐는 시선인데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정부 관계 부처 장관들은 때마다 모여 부동산시장점검 회의를 엽니다. 이 회의가 가장 최근 열린 건 지난달 23일이었습니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부동산 매매시장은 올해 들어 서울은 4주, 수도권은 3주, 강남4구는 2주 연속 하락하는 등 하향안정세가 뚜렷하고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홍 부총리가 들고나온 통계는 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입니다. 그런데 하락률을 보면 서울의 경우 3주간 -0.01%씩 떨어지다가 2월 둘째 주에 -0.02% 떨어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하락률은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원이 17일 발표한 3월 둘째 주(14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서도 서울의 아파트값은 0.02% 하락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번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은 두 배 이상 뛰었는데요. 실제 KB부동산에서 확인할 수 있는 2월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12억 6981만원을 기록했고요. 현 정부 출범 전인 2017년 4월 평균 가격이 6억 215만원이었습니다.

이런 수치를 보면 요즘 하락세를 보고 집값이 떨어졌다고 강조하는 게 조금 이상해 보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통계들을 두루 살펴보면 정부가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은 말 그대로 '주간'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슬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죠. 이 주간 변동률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월간, 연간 변동률은 당연히 커지겠죠.

실제 최근 부동산원이 발표한 2월 기준 서울의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4%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0.04% 역시 큰 변동폭이 아니라고 볼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부동산 시장 흐름에는 심리가 주요하게 작용합니다. 많은 이들이 집값이 지속해 떨어질 거라고 인식하게 될 경우, 하락세가 급격하게 가팔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최근 집값이 추세적 하락을 보였던 때는 지난 201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와 국내 주택 공급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도 시작은 월간 집값 하락률이 0.08%에 불과했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KB부동산의 월간 통계에 따르면 2011년 5월 서울 아파트값이 전월 0.01%에서 한 달 만에 -0.08%로 하락 반전했습니다. 이후 완만한 하향세를 기록하는가싶더니 다음 해에는 '부동산은 끝났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집값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시의 집값 흐름이 똑같이 반복될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때와 지금은 여러모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관련 기사:[집잇슈]10년 전 집값 폭락, 정말 재현될까요(2월 9일)

다만 정부가 내세우는 것처럼 하락세가 조금씩 이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집값이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작은 숫자라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내 부동산 시세를 대표하는 통계는 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이 제공하는 주택가격동향, 그리고 부동산원이 내놓는 실거래가지수가 있습니다.

부동산원은 지난해 7월 주택가격동향 조사 방식을 개선했는데요. 통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 대상을 더욱 늘렸다고 합니다. 당시 각 통계의 특장점을 상세하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한국부동산원과 KB국민은행이 매주, 매월 내놓는 주택가격동향은 표본 조사 방식입니다.

이중 부동산원의 경우 전문 조사원이 직접 실거래가 등을 참고해 거래 가능 가격을 산출하는 식으로 산정합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중개업소가 입력하는 호가 등 가격 정보로 통계를 내고요.

이 두 통계는 '거래 가능 가격'이나 '호가' 등이 적용되는 탓에 실제 거래가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전체 주택의 '가격 변화 흐름'을 관찰하는 데에는 유용하다는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부동산원에서 내놓는 '실거래가지수'는 어떨까요. 일단 실제 거래 가격을 반영하니 '정확도' 면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실거래가지수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조사의 특성상 전국 중에서도 거래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 특히 대형 아파트 단지 위주로 가격이 반영된다는 점입니다. 또 시장 침체기에는 급매물 위주의 가격이 주로 반영될 거고요. 회복기에는 수익성 높은 재건축 단지나 입지가 좋은 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탓에 실제 시장 상황을 과잉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결국 세 통계 모두 장단점이 있는 셈인데요. 하나의 통계로 판단을 하기보다는 여러 통계를 비교해보며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원의 의견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원은 "물가도 근원물가와 생활물가 등 여러 지표를 활용하듯, 주택시장도 이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지표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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