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가 많으면 재건축 어렵다'
재건축에 투자할 때 단지 내 상가가 많은 아파트는 멀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가 소유자는 재건축 하는 동안 수익을 내지 못하는 데다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 재건축에 반대하는 경우가 더러 있거든요.
일부 단지들이 '따로 재건축'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규제의 문턱이 낮아 이른바 '썩상'(썩은 상가·오래된 재건축 단지 내 상가를 뜻하는 은어) 투자가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상가 있는 아파트, 재건축 잘 될까요?
상가가 없어야 빠르다?
통상 아파트와 단지내 상가는 하나의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때문에 '통합 재건축'을 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상가 소유자의 경우 상가 종전자산 평가가 주택에 비해 낮게 잡히고,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상가를 운영할 수 없어 개발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건축에 동의했다가도 영업 중단에 따른 피해 보상 수준을 주택 소유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해 갈등을 겪다가 다시 발을 빼기도 하고요.
이렇게 되면 결국 재건축 동의 비율이 낮아져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집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5조에 따르면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려면 토지 등 소유자의 3/4 이상 및 토지 면적의 1/2 이상 등에 해당하는 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하거든요.
'상가 쪼개기'가 진행된 경우라면 재건축 추진이 더 어렵습니다.
도시정비법상 상가는 감정평가에 따라 아파트를 받을 수도 신축 상가를 받을 수도 있는데요. 분양권을 노리고 '쪼개기'(지분 나눠 매매) 투자를 하는거죠. 이에 상가동의 호실보다 소유주가 더 많은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관심이 높은 강동구 둔촌주공의 경우도 상가 지분 쪼개기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단지 내 상가는 총 309실이지만 상가 지분권자가 약 530명에 달합니다. 투자자들이 지분을 사들인 뒤 일부는 웃돈을 붙여 재매각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진 거죠.
그러다보니 한 사람이 소유한 지분 면적이 4㎡가 채 안 되는 사례도 있는데요. 물론 모든 지분권자가 각자 한 개의 신축 상가를 분양받을 순 없습니다. 도정법상 '소유권과 지상권이 여러 명의 공유에 속하면 그 여러명을 대표하는 1명을 재건축 조합원으로 본다'고 규정돼 있거든요.
하지만 신축된 상가를 지분별로 나눠가진 뒤 공간을 분리해 임대할 순 있습니다. 이에 상가 소유주들이 '무상지분율'(현재 소유 지분에 견줘 각 조합원이 추가 분담금을 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지분의 크기)을 높여 분양받을 점포의 크기를 넓히는 작업을 추진하면서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요.
이같은 갈등 탓에 주택과 상가의 재건축을 '따로' 진행하는 단지도 나옵니다.
상가 재건축을 단독으로 진행하면 주택 소유주와의 이해관계 불일치에 따른 사업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고요. 도정법이 아닌 건축법을 따르게 되면서 조합원 동의율 규정만 넘기면 인허가 절차도 간편해집니다.
실제로 한강변 초고층(56층) 아파트인 '래미안첼리투스'의 경우 상가를 분리하고 일대일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사업 속도를 높이고 고급화 이미지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썩상' 투자 눈길…괜찮을까?
다만 요즘은 상가 재건축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재건축 사업을 빨리 진행하기 위해 주택 조합이 상가 조합원을 포용하는 쪽으로요.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입니다. 이곳 조합은 상가 산정비율을 0.1까지 낮춰 사실상 상가 소유자 대부분에게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습니다.
산정 비율은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지를 좌우하는 숫자로 조합에서 특별히 정하지 않으면 '1'로 봅니다.
분양주택의 최소 분양가에 산정 비율을 곱한 값보다 상가 조합원의 권리차액(새 상가 분양가-종전 재산가액)이 커야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데요. 이 비율이 낮을수록 상가 조합원이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집니다.
A아파트의 단지 내 상가를 소유한 a씨의 상가 권리차액은 5억원이고, 조합에서 분양하는 가장 작은 아파트 분양가가 10억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때 산정비율이 '1'이면 아파트 가치는 10억원(최소 분양가x산정비율)으로 권리차액보다 커서 분양권을 받을 수 없는데요. 산정비율을 '0.1'로 낮추면 아파트 가치가 1억원으로 떨어지면서 권리차액이 더 커져 분양권이 생깁니다.
여기에 집값 상승, 주택 규제 심화 등도 맞물리면서 '썩상'이 틈새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상가는 주택에 비해 종부세, 취득세 등에서 자유롭고 주택 수에 산정되지 않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최근 재초환법 시행령 개정안 통과도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입니다.
이 개정안은 재건축 초과이익 분담금을 산정할 때 주택뿐만 아니라 상가 가격도 반영하는 게 골자인데요. 이에 따라 상가 조합원 부담이 크게 줄어들면서 상가 조합원 반발로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에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이런 분위기에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상가, 노원구 상계주공3단지 상가 등 일부 노후 상가 매맷값이 꿈틀대고 있는데요.
다만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데다 재건축 사업엔 각종 변수가 뒤따르는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권강수 상가의신(상업용부동산 거래정보 플랫폼) 대표는 "재건축 단지 내 상가는 타 상가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희소성이 있어서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도 "금리 인상, 코로나 등 외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시기인 데다 분양권 및 입주권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으니 꼼꼼히 확인하고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