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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부잡]경제위기 안 왔는데, 역대 최저 주택거래 왜?

  • 2022.09.07(수) 14:22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639건…통계 이래 최저
2008년 금융위기땐, 가격하락 뒤 증가 흐름
지금은 거래량만 '급감'…대내외 불확실성에 이례적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지난 7월 639건에 머물며 다시 한번 역대 최저치를 찍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2006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적은 수치인데요. 최저치 기록을 경신한 건 올해에만 벌써 지난 2월(820건)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이번 '거래절벽' 현상은 지난 금융위기와 비교되곤 하는데요. 애초 역대 최저치의 기록은 지난 2008년 11월(1163건)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으로 전 세계 경제가 충격에 휩싸인 터라 국내 경기 역시 급격하게 위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동산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지금의 거래절벽 수준만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훨씬 더 심하다는 점입니다. 강도가 센 데다가 기간도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위기로 인해 2008년 당시 거래가 위축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금세 이해할 수 있는데요. 지금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만 있지, 본격적인 '경제 위기'가 닥쳤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런 역대급 거래절벽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또 금융위기 당시와 지금의 거래 절벽은 어떤 점이 같고 다를까요.

대내외 불확실성 '역대급'…불안감에 심리 위축

이번 거래 절벽이 시작된 건 지난해 9월쯤으로 여겨집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8월까지만 해도 4000건 대를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9월이 되자 2000건 대로 가라앉더니 연말부터는 1000건 대에 들어서며 가파르게 위축했습니다.

당시 주택 거래가 줄어든 이유는 명확합니다. 정부가 국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면서 금융사들이 줄줄이 대출을 중단하던 때입니다. 정부가 대출을 틀어막은 겁니다.

더욱이 앞서 8월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끝났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대출이 막힌 데다가 금리에 대한 부담이 확산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여기에 더해 거래가 위축할 만한 요인들이 겹겹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올해 초에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기 시작했죠. 2월 거래량이 최저치를 기록한 건 이런 영향입니다.

이후 대선이 끝난 뒤에도 정부는 지금껏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집을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일단 지켜보자는 심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물가가 치솟고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집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하면서 당장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줄었고요.

이처럼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불확실한 요인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거래 심리가 위축하는 모습입니다. '경제위기'만큼의 뚜렷한 충격이 있지는 않았지만, 금융위기보다 더한 '불확실성'이 시장의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는 분석입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세금과 대출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거래를 틀어막은 영향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금리 인상과 가격 고점 인식,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친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로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정부는 규제 완화를 약속해놓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는 등 정책의 불확실성도 더해졌다"며 "매수 심리가 더욱 위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금융위기 땐 거래량 금세 회복…올해는 장기 지속

통상 거래가 위축할 경우 2~3달 정도면 다시 거래가 살아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거래가 안 되면 마음 급한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춰 집을 내놓게 되고, 이런 '급매물'을 사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차츰 거래량이 회복되는 흐름입니다.

2008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반기에 위축하던 거래는 2009년에 들어서면서 금세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떨어지던 주택 가격 역시 서서히 반등했고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하지만 이번 거래절벽의 흐름은 그때와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집주인들은 쉽게 가격을 낮추지 않았습니다. 집을 당장 팔아야만 하는 이른바 '급급매'가 아니라면 호가를 내리지 않으니 집값도 크게 내려가지 않은 건데요. 집값은 꽤 장시간 '보합' 혹은 '조정'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다 보니 거래절벽은 더욱 길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집값이 오를 거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인데요. 무엇보다 새 정부가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를 예고하고 있는 만큼 일단 버텨보자는 인식입니다. 집주인들과 잠재 수요자들 간에 가격에 대한 인식이 괴리되면서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씨가 마른' 형국입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그렇다면 앞으로의 흐름은 어떻게 될까요. 일단 거래를 막는 요인들이 여전한 영향으로 거래절벽 현상은 당분간 지속할 거라는 전망인데요.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흐름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설명입니다.

이후에는 정부가 내놓을 정책과 경기 흐름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할지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고요. 지금과 같은 거래절벽이 이어지다가 앞으로 집값이 쭉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더욱 뚜렷해지면 하락세가 가팔라지기 시작할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드는 거죠.

임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대내외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여전히 서울의 경우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 등 변수가 여전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침체기로 갈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조정기에 그칠 것인지는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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