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5.8%가 땅주인. 세대 기준으로는 61.7%가 토지 소유'
얼마 전 국토교통부가 전국의 토지소유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이 통계는 지난 2007년 처음 공표한 뒤 올해가 일곱 번째 발표라고 하는데요. 개인과 법인의 소유 현황을 총 39종의 통계로 작성해 비교적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관련 기사: 국내 총가구 중 62%가 땅 보유…60대 비중 가장 높아(7월 4일)
이 통계를 처음 접하면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전 국민의 셋 중 한 명이 땅주인이고, 세대 기준으로는 무려 3분의 2가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주변에 땅을 산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는데요.
물론 우리가 알게 모르게 땅을 사둔 이들도 있을 겁니다. 엄청난 규모의 땅을 보유한 '땅 부자'들도 꽤 있고요. 그런데 사실 본인도 평소에 인지하지 못하지만, 알고 보면 '땅주인'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아파트 한 채, 혹은 연립주택 한 채 보유한 유주택자들이 그렇습니다.
아파트·연립 집주인도 '땅주인'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서 땅을 보유한 인구는 1851만명으로, 전체 인구(5146만명)의 35.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땅주인'들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요. 지난 2018년 1732만명에서 3년 만에 100만 명 이상 증가했습니다.
한 세대를 기준으로 하면 비율이 더 높아지는데요. 총 2347만 세대 가운데 무려 61.7%인 1449만 세대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땅주인'들이 많아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통계에는 우리가 흔히 '땅'이라고 생각하는, 즉 건물이 없는 논·밭 같은 토지 외에도 아파트나 다세대·연립주택 등 대지권이 설정된 토지 역시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단독주택을 보유하게 되는 경우 '땅'까지 포함된다는 인식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데요. 아파트를 살 때는 본인이 땅까지 갖게 되는지 잘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겁니다. 아파트 전체 단지의 대지면적을 가구 수로 나눠 등기부에 표시되는 면적을 '대지지분'이라고 하는데요. 이게 바로 '토지'입니다.
예를 들어 한 단지의 전체 대지면적이 10만㎡라고 해볼까요. 이중 전용면적 84㎡의 대지면적이 40㎡라면, 전체 단지 토지의 2500분의 1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통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개인 토지를 면적 별로 보면, 50㎡ 미만을 소유한 이들이 상당수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총 1851만명 가운데 653만명으로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입니다. 세대를 기준으로 봐도 총 420만세대가량이 50㎡ 미만의 토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보유한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50㎡ 미만의 경우 작은 단위로 토지를 소유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공동주택의) 대지권이 설정된 토지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위 1%'가 전체 32% 차지…평균 3만평 보유
토지를 소유한 세대의 비율이 높아 보이는 데에도 이유가 있는데요. 이 '세대'라는 건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가구'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이 통계에서는 주민등록상의 '세대'로 소유 여부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혼자 독립해 사는 '1인 가구'라도 주민등록상 세대 명부에 가족과 함께 기록돼 있다면 '같은 세대'가 됩니다. 부모님이 땅을 가졌다면, 본인도 땅을 소유한 세대에 속하게 되는 셈이죠.
또 토지를 공동 소유하는 경우에는 그 수만큼 나눠서 통계에 반영하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부부가 아파트를 공동명의로 보유한다면, 총 2명이 땅주인이라고 산정을 하는 겁니다.
이밖에 이 통계에서는 우리나라 토지 소유 현황의 여러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일단 우리나라에 땅부자들이 많다는 사실이 눈에 띕니다.
가액 규모, 즉 땅값으로 따져봤을 때 100억원 이상의 땅을 보유한 부자들이 1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억원에서 5억원 미만의 땅은 가진 이들이 630만명가량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요.
또 면적 기준으로 토지소유자 상위 3%가 전체 땅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상위 1%만 따져봐도 전체 땅의 32%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평균 10만 3600㎡(약 3만1346평)의 땅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땅주인도 다 같은 땅주인은 아닌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