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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부잡]집값, 얼마나 떨어져야 '대세하락'일까

  • 2022.08.02(화) 15:30

집값 12주째 내리막길…'하락' 전망 늘어
'대세냐 일시조정이냐'…"아직 판단 어렵다"
IMF사태·금융위기 '다른 양상'…이번엔?

집값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가 7월 마지막주(25일) 기준으로 12주째 하락하고 있는데요. 과연 이 하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망은 엇갈립니다. 일각에서는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금부터 오랜 기간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전망입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일시적인 조정'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워낙 변수가 많아 미래를 예단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전망은 전망일 뿐이기도 하고요. 다만 궁금한 점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로 집값이 떨어져야 '대세 하락'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요.

지금 흐름처럼 소폭 하락세가 2~3년간 이어지면 대세 하락일까요. 아니면 낙폭이 점점 커져서 누구나 실감할 만큼, 자고 일어나면 억 단위로 뚝뚝 떨어져야 하는 걸까요. 또 지금까지의 분위기만 보면, 이번에는 대세 하락기 진입에 가까운 걸까요. 아니면 일시 조정에 가까운 걸까요.

낙폭 커지는 집값…전망도 '하락'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적어도 올해나 내년까지는 집값이 오르기는 힘들 거라는 데에 이견이 없는 편입니다. 금리인상기인 데다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6% 하락하면서 낙폭이 더욱 커졌습니다. 12주째 하락세입니다. 서울도 0.07%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흐름입니다.

앞으로 집값이 하락할 거라는 전망도 늘고 있고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2분기 부동산시장 동향'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매매가격이 하락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은행이 같은달 27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1년 뒤 집값 전망치를 보여주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82로 지수 작성을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고요. 집값 하락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짧았지만 강했던 IMF…길었던 금융위기

다만 '대세 하락기'냐 '일시 조정기'냐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입니다.

이처럼 의견이 엇갈리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요. 우선 미래를 예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도 어렵고요. 국내에서는 새 정부의 규제 완화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추진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변수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얼마나 오랜 기간, 또 어느 정도로 집값이 떨어져야 대세 하락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도 없습니다. 

그간의 대표적인 '하락기'들을 살펴봐도 알 수 있는데요. 지난 30년간 서울 아파트의 연간 매매가격이 하락한 적은 두 번 정도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터진 1990년대 말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10년대 초입니다.

두 시기 모두 '대세하락기'라고 기억되고 있지만 양상은 많이 다릅니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IMF 사태 때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998년 1년간 무려 14.6%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회복은 빨랐습니다. 다음 해에는 다시 12.5% 오르며 하락기는 1년에 그쳤습니다. 충격은 컸지만, 하락기는 단기간에 그친 셈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볼까요.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불황도 길게 이어졌습니다. 다만 낙폭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1~-5% 정도의 하락세가 2010년부터 4년가량 이어졌습니다.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했고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일시적이냐 대세냐…현 시점선 판단 어려워

결국 대세하락기라는 건 집값 하락세의 기간이나 강도로 판단할 수도 있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연계해서도 판단할 수 있을 듯 합니다. IMF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사회 시스템이 흔들릴 정도의 경기 경착륙 속에서 집값 하락이 일어날 경우 '대세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세하락을 전망하는 가장 큰 전제조건은 거시경제가 침체하는 시스템적인 위기"라며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시스템적인 위기가 온다면 당연히 집값은 대세 하락하게 돼 있지만, 아직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하락을 점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세하락이라고 하려면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1가구 1주택자들이 줄줄이 매도 관점으로 돌아서야 하는데, 이 경우는 이미 유동성의 위기이자 경기침체로 들어선 뒤라고 보면 된다"며 "아직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경우 대세하락을 넘어 부동산가격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는 우리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역시 "주택 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아무래도 경기침체인데, 아직 이에 대한 직접적인 징조가 있지는 않다"며 "결국 지금은 금리의 영향에 따라 집값이 하향 안정화할 거라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송 대표는 금리가 고점을 찍은 뒤 적어도 1년가량은 하향 조정 기간은 이어질 거라고 전망합니다.  

이런 이유로 대세하락을 점치길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로 보이고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규제 완화 변수도…"개개인 충격 다를 것"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 경우 최근의 집값 하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새 정부의 정책에 달렸다는 분석입니다.

윤 수석연구원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정부가 규제 완화 기조로 계속 가고 있다는 점과 수도권에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점 등을 봤을 때 가격 하락을 방어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부동산 가격 사이클을 따져보면 이제는 집값이 떨어지는 시기가 왔다고 볼 수 있지만, 새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으로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가격을 낮춰 내놓는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사려는 사람도 없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하락이 이어질지, 일시 조정이 될지는 새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송 대표 역시 "정부의 주택 정책은 기본적으로 '연착륙'을 목표로 설계하게 된다"며 "새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와 주택 공급 등 수요를 일으킬 수 있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걸 보면 가격이 천천히 내려가는 연착륙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이번 집값 하락세는 언제까지 이어지고, 얼마나 가파를까요. 그리고 훗날에는 지금의 이 '집값 하락기'가 어떻게 기억될까요. 결국 지나봐야 '정답'을 알 수 있을 텐데요.

다만 그동안의 집값 급등기가 장기간 이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당사자에 따라 체감은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대세 하락으로 여겨지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시조정으로 치부될 수도 있을 겁니다.

송 대표는 대세하락기라는 게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그는 "대세 하락이라는 건 보는 시각에 따라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다"며 "예를 들어 작년에 집을 샀다면 집값 하락세가 크게 보일 수 있고, 몇 년 전에 매수했다면 크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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