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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63빌딩보다 높게' 재건축…초고층의 시대가 온다?

  • 2022.11.09(수) 06:30

시범·잠실5 등 초고층 재건축 추진
랜드마크화·도시경관 개선 등 기대 
공사비 상승·기부채납 부담 등 관건

'65층'(시범아파트), '50층'(잠실주공5단지), '49층'(은마아파트·추진 검토)…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들이 앞다퉈 초고층 건립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발을 묶었던 '35층 룰' 등 각종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자 층수를 높여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고 랜드마크화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부동산 조정기에 접어든 만큼 초고층 재건축에 따른 집값 자극이 적어 정부 차원의 '브레이크'도 피해갈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기부채납, 공사비 상승 등의 부담이 뒤따라 초고층 재건축이 본격화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경./송재민 기자

막혔던 재건축 하나 둘…'더 높게!'

최근 서울 한강변에 위치한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초고층 건립에 힘을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서울시 서울도시기본계획(2030 서울플랜)에 따라 한강변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35층 룰'을 지켜야 했다. 

그러나 '규제 완화'를 약속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4월 취임한 이후 올해 3월 해당 규제를 폐지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곳곳에서 초고층 재건축에 나서는 추세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단지인 시범아파트(1971년 준공)는 지난 7일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되면서 최고 65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하게 됐다.

기획안에 따르면 현재 최고 13층, 1584가구인 시범아파트는 서울 시내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높은 최고 65층(높이 200m 이내), 2500가구로 재건축된다. 

이 아파트는 오랜 기간 재건축을 준비하며 재건축 연한(30년)을 20년도 넘겼지만 정부의 제동으로 사업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특히 2018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집값 상승 우려를 이유로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보류하면서 사업에 진척이 없었는데, 지난해 말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1979년 준공)도 지난달 19일 서울시의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재건축 심의안이 가결됐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2003년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 이후 19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상정 5년 만에 재건축 사업에 물꼬가 트인 셈이다. 

이번 심의를 통해 현재 최고 14층, 4424가구를 재건축 해 최고 35층, 5778가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다만 추진위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 '최고 49층'으로 재건축 계획 변경 절차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1978년 준공)도 지난 2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에서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 및 경관심의(안)'이 통과됐다. 

이 아파트는 2014년부터 재건축 사업에 착수했지만 학교용지 확보, 층수 상향 등의 문제로 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한강변 35층 규제가 깨지면서 잠실역 역세권에 걸쳐 있는 땅은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최고 50층까지 올릴 수 있게 됐다. 

현재 최고 15층, 3930가구를 최고 50층, 6815가구로 재건축한다. 이는 서울시가 2014년 이후 한강변에 처음으로 허가한 고층건물이기도 하다.  

초고층으로 도시경관 개선…관건은 '사업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초고층으로 건립되면 다른 재건축 단지들도 '줄 맞추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서울 곳곳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 사이에선 층수 상향 검토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오세훈 시장의 대표 주택공급 공약인 '모아타운'도 최고 50층 건립을 앞두고 있다. 관련 심의기준을 개선하면서 기부채납을 통해 3종 주거지역 종상향 등으로 최고 50층 설계도 가능해진 상태다. 

이처럼 재건축 단지들의 층수가 높아지면 한강변 스카이라인이 바뀌면서 도시 경관이 한층 개선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비슷한 층수의 아파트가 한강변에 쭉 늘어서 있는 것보다 초고층 건물과 저층 건물이 혼재해 있는게 도시계획 측면에서도 입체감 있고 통경축(조망 확보 공간)도 확보할 수 있다"며 "초고층 빌딩의 밀도도 높지 않은 편이라 오히려 도시 경관을 개선하고 랜드마크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사업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재건축 단지들이 초고층 건립을 원하는 건 용적률 상승으로 일반분양 물량이 확대되면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이 줄어들어 사업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층수를 올릴수록 공사비가 증가하는데 이미 자잿값 급등 등으로 건축 비용 부담이 커진 데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며 일반분양이 잘 될 거란 보장도 없다. 

기부채납 부담감도 크다. 도시 계획상 용도지역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그만큼 공공기여를 더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높이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도심 종묘~퇴계로 구간의 재개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용도지역 상향 시 사업자의 기부채납 비율은 20%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에 재건축 단지들의 '초고층 바람'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층수 상향을 하면 지자체는 공공기여를 많이 얻을 수 있고 조합원들은 랜드마크화, 수익성 등을 노릴 수 있어 '윈윈'"이라면서도 "다만 층수가 높아질수록 공사비가 비싸지고 공공기여가 많아져 재건축 후 일반분양이 잘 되고 가치 상승이 확실한 사업장이 아니고선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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