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등 신축 아파트 분양은 물론 국내 부동산 시장 전반에 경착륙 경고음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일부 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등의 완화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최근 미분양 주택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주택시장이 침체해 자칫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등록임대사업제를 부활하고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폐지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부 건설사나 분양 사업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가 직접적으로 지원해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도 함께 내비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추가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지만 대대적인 지원책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등록임대사업제 부활·다주택 취득세 중과 폐지
정부는 최근 다주택자에 대해 최고 12% 세율을 적용하는 취득세 중과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는 지난 2020년 8월 도입됐다. 주택 구입자는 구입가격의 1~3%를 취득세로 내는데,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은 12%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간 배제해준 데 이어 종부세 중과를 폐지하는 세법개정안을 내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번 방안까지 확정하면 주택 취득·보유·양도 등 전 과정에서 다주택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셈이 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연내 등록임대사업자제 개편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로 끌어들여 임대주택 공급은 물론 시장의 주택 물량을 일정 부분 소화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기사: 다주택자가 구원투수?…'등록임대' 혜택 얼마나 줄까(11월 17일)
정부가 이처럼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줄줄이 내놓는 것은 둔촌주공 청약 흥행 실패 등 주택 경기 침체 흐름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미 앞서 서울과 과천, 성남 등 5곳을 제외하고 규제지역을 전면 해제하고 중도금 대출의 경우 보증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등의 규제완화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등으로 정책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어 추가 대책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리 앞에 장사 없다"며 지금은 시장 전반이 위축한 터라 정부가 완화적 정책을 써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이어 "(경기가) 추락하지 않도록 낙하산을 펴는 등 불필요한 충격이 오는 것을 완화하는 게 정부의 일"이라며 시장 연착륙 정책이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또 "거래가 제한되고 가격이 침체해 있을 때는 규제를 풀 수 있는 여건 면에서는 적기"라며 "규제 푸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커지는 우려에…정부, 추가 완화 속 '속도 조절'도
시장에서는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내년에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지속해 나온다. 지금과 같은 거래 절벽이 이어질 경우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는 등 건설사들의 자금난도 심화해 줄도산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12일 '2023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장 침체가 가속하면서 부동산 PF가 중단되는 등 건설 업체의 자금난이 증폭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정부가 PF 신용 보강 등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지원 규모 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급증할 미분양과 계약 해지 등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의 금융난을 완화하는 방안은 물론 등록임대사업 복원과 부동산세 정상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앞서 중소 건설업체 주축의 대한주택건설협회 역시 얼마 전 국토교통부에 '주택경기 침체 해소 방안'을 건의한 바 있다.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주거나 분양권 전매 규제 등을 완화해달라는 요구 등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당장 추진하는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나 등록임대사업제 부활 등이 미분양 완화 등 시장 충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착륙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당장 위기가 가시화한 것은 아닌 만큼 신중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하게 되면 국가 경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금 시점에 완화 정책은 꼭 필요하다"며 "금리의 영향으로 당장 큰 효과는 없겠지만, 정책으로 시장을 조정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니만큼 지속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금리 인상기이기 때문에 무주택자 등 서민들은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침체기에는 다주택자 등 현금이 많은 이들이 '소비'를 주도해줘야 거래 활성화나 미분양 급증을 막는 데 효과가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관련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건실한 건설사가 일시적인 자금난 등으로 흑자도산하는 건 막아야 하겠지만, 방만하게 경영하다가 최근 들어 부실화하는 것을 일일이 도와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금융위기 정도의 충격이 오지 않는 이상 자정 작용을 거치도록 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규제 완화책을 단계적으로 내놓고 있으면서도 당장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어주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원 장관 역시 "일부 지방이나 사업장에 부채 상환이 돌아오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 일부 있다"면서도 "아직 전반 금융 경색은 아니라고 보고 있고, 여러 상황과 심각 단계에 따라 플랜은 짜 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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