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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후폭풍]③건설업계 새 분양 전략…'일단 미루자'

  • 2022.12.14(수) 06:30

분양은 최대한 '보류'·신규 수주는 까다롭게
수주~분양 경쟁 치열해질 듯…마케팅 비용 늘어

올해 분양시장 최대어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마저 흥행에 실패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 전략을 다시 짜느라 분주해졌다. 강남권에 위치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조차 아쉬운 성적을 거두면서 '완판'이 확실한 사업은 없다는 위기감이 커진 모습이다.

수도권 외 지역이나 비역세권 등 선호도가 떨어지는 단지는 최대한 분양을 미룰 전망이다. 이미 이주 등 본 궤도에 접어든 사업들은 청약 대기자들을 위한 마케팅을 대폭 확대한다. 또 내년 신규 사업 수주에는 한층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2023 분양 전략은 '미루기'

건설업계가 공통으로 꼽은 새 분양 전략은 '미루기'다. 둔촌주공을 비롯, 강북 '장위자이 레디언트' 등이 잇달아 저조한 경쟁률을 보이면서 시장 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영향이다. '최상급' 입지가 아니라면 분양을 보류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다.

A건설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이미 사업계획을 대대적으로 발표했을 텐데 아직 구체적인 분양 일정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도 시장이 좋지 않아 분양을 많이 못했는데 내년에는 현장이 더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 규모는 대폭 축소하고 기존 현장을 관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분양 전망을 기존보다 보수적으로 계산하고, 내부 기준에 미달하는 단지들은 시장이 나아질 때까지 사업을 잠정 중단할 예정이다. 지방, 비역세권 등 입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단지들이 주로 보류 대상이다.

B건설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도 실수요자가 꽤 있는 성남, 수원, 용인마저 미분양 조짐이 있어서 입지가 괜찮은 지역 위주로 분양 전략을 짤 것"이라며 "올해 기준이었으면 초기 분양율이 70~80%가 나올 지역이 내년에는 50%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 분양 자체를 고민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분양가 하향은 무리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이미 국내 주택사업 이익률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C건설 관계자는 "건설사 내부 수익률을 아무리 낮게 잡아도 분양가를 지금보다 낮추긴 어렵다"며 "손해를 감수하고 마진을 깎는 건설사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수주는 까다롭게, 마케팅은 치열하게

앞으로 수주는 더 선별적으로 진행할 전망이다. 집값이 계속해서 떨어지면 미분양뿐만 아니라 미입주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직접 토지부터 조달하는 자체 사업은 물론이고, 도급사업까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건설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토지를 직접 조달하고, 공사까지 진행하려면 여유자금이 풍부한 회사가 아니고서야 PF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데 최근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의 압박이 크다"며 "게다가 분양까지 어렵다고 하면 아예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방법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급사업을 주로 진행하는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원 요구에 따르다 보면 정해진 공사비를 맞추기가 어려워서 원래 입지나 사업성을 까다롭게 따진다"며 "최근에는 미분양 우려에 사업이 중단되는 등 또 다른 리스크가 생길 수 있어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미 사업이 궤도에 올라 분양을 미룰 수 없는 경우 '마케팅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이주를 시작한 정비사업지가 대부분이다. 과거 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계약까지 이어지도록 마케팅을 진행했다면, 이젠 청약 수요자 모두에 호소해야 한다.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청약이 미달되는 것만 피하자는 마음으로 시행사, 건설사, 분양 대행사까지 머리를 짜내고 있다"며 "재작년까지만 해도 계약자용 이벤트만 있었는데, 이젠 청약을 인증만 해도 경품을 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1·2순위 청약뿐만 아니라 무순위 청약, 그 이후 선착순 분양까지 고려해야 해 마케팅 비용 또한 크게 늘었다"고 털어놨다.

이렇다 보니 수주부터 분양까지 건설업계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내부에서는 과도한 경쟁의 부작용을 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죄다 선별 수주에 나서는 지금도 한남2구역 같은 곳은 경쟁이 치열한 것을 보면 사업지마다 빈익빈 부익부가 심각해질 게 분명하다"며 "분양 경쟁도 점점 심각해져서 과대·과장 광고가 증가하는 등 소비자들이 꼼꼼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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