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실상 명맥만 남은 등록임대사업 정상화 방안을 연내 내놓기로 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임대 시장 안정과 미분양 물량 소화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자칫 집값 자극의 기폭제가 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처럼 전방위적으로 세제·금융 혜택을 주는 방식보다는 임대사업 확대라는 취지에 맞는 적정 수준의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등록 임대' 부활로 주택 공급 원활하게
정부는 지난주 내놓은 부동산 시장 현안 대응 방안을 통해 '등록임대사업제 정상화' 방안을 연내에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주택 공급 기반이 흔들리는 데 따른 대응의 일환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이들에게 세제 혜택 등을 줄 경우 다주택자들이 집을 사들인 뒤 전월세 등 물량을 내놓게 돼 임대 시장이 안정화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급증하는 미분양 물량을 다주택자들이 소화해줄 여지가 있어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다주택자들에게 혜택을 줘 주택 시장 안정화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도록 유도한다는 의미다.
이런 방안은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시도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대주택 보급과 양성화 등을 위해 등록임대사업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런 취지와 달리 투기세력의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로 전락,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혜택을 대거 축소했다. 지금은 기존 4년·8년짜리 등록임대사업은 폐지됐고, 아파트를 제외한 단독·연립주택에만 10년 등록임대사업을 허용하고 있다.
"과도한 혜택 불필요" vs "인센티브 있어야 효과"
정부가 이번 개선안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세제·금융 혜택을 제시할지와 더불어 등록임대 대상에 아파트를 포함할지 여부, 기존 단기(4년·8년) 임대 부활 여부 등이 관심사다.
일단 정부의 이런 방침에 기존 임대인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성명을 통해 "등록임대사업제도 정상화는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리에 높아진 전세자금대출 이자로 주거비용 부담 급증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역전세 위험에서 국민의 주거를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임대주택에 과한 혜택을 주는 것은 애초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데다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처럼 취득·보유·양도 전 단계에서 전방위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것보다는 안정적인 임대 주택 공급을 유도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제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한국처럼 양도세 감면 혜택까지 부여하는 방식은 임대주택 매각을 유도해 결국 공급 감소와 임대료 상승의 원인이 된다"며 "임대사업자에 대한 차등 혜택을 통해 장기 임대차로 유인하는 정책적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강훈 변호사 역시 이날 토론회에서 "민간 임대사업자에 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그 목적과 방향을 재조정해 불필요한 조세 감면 혜택은 축소해야 한다"며 "세입자에게 더 오랫동안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임대사업자에게 그에 맞는 세금 감면 등을 지원하도록 연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주택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만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하게 되면 임대료 인상을 연 5%까지만 해야 하는 등의 의무가 있는 만큼 세제 혜택을 병행해야 투자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며 "아파트를 등록 임대 범위에 포함하고 장기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종부세뿐 아니라 양도세 혜택도 주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