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앞으로 출산 가구에 연 7만 가구를 우선 공급하고 소득 기준을 대폭 완화해 저금리 주택자금 대출을 지원해 주는 대책을 내놨다. 혼인 여부와 관계 없이 출산에 직접적인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연 7만 가구 특별 공급…청약 소득 기준 완화
국토교통부는 출산 가구에 주택을 우선 공급하고, 저금리로 주거비용을 대출하는 등 파격적으로 출산을 지원하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을 29일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 3월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제시한 저출산 5대 핵심 분야 중 주거 정책 분야의 후속 대책으로 마련했다.
그간 출산장려 주택 정책이 기혼 가구에 혜택을 부여해 간접적으로 출산을 장려했다면 이번 방안은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출산에 대해 직접적으로 혜택을 부여해 집 때문에 출산을 망설이는 부부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혼인으로 인해 불리해질 수 있는 청약 소득 기준을 완화하고, 2자녀 가구도 민간분양 청약 시 다자녀 특별공급 신청이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정부는 출산 가구에 연 7만 가구 수준의 특별(우선)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공공분양에 신생아 특별공급을 신설해 연 3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혼인가구를 중심으로 한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다르게 혼인 여부와 무관하게 자녀 출산 시 특별공급을 신청할 수 있다. 입주자모집 공고일로부터 2년 이내 임신·출산이 증명되는 경우 특별공급 자격을 부여한다.
소득 기준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50%와 자산 3억 7900만원 이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도시근로자의 가구 수 별 월평균 소득은 2인 가구 501만원, 3인 가구 672만원 수준이다.
또 민간분양으로도 연 1만 가구를 공급한다.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 시 해당 물량 20%를 출산 가구에 우선 공급하는 방식이다. 소득요건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60% 이하로 소득이 낮은 가구에 우선 공급한다.
남은 3만 가구는 공공임대 방식으로 공급한다. 자녀 출산 시 신규 공공임대를 우선 공급하고 기존 공공임대 재공급 물량에 대해서도 출산 가구를 우선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소득·자산 기준은 공공임대 우선공급 기준을 적용한다. 건설 임대의 경우 중위소득 100% 이하, 자산 3억 6100만원 이하다. 매입·전세 임대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를 적용한다. 자산은 3억 6100만원 이하다.
이번 공공·민간 분양 특별공급 방안은 내년 3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공공임대 우선 공급 방안의 경우 건설 임대는 내년 3월, 매입·전세 임대는 올해 12월에 각각 시행한다.
출산 가구 주택구입자금 대출…금리 연 1.6~3.3%
출산 가구에 소득 제한을 대폭 완화한 저금리 주택자금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도 내놨다.
출산 가구의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해 저리 구입자금 대출을 신설하고 기존 대비 소득 요건을 2배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내년 1월부터 적용한다.
우선 대출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한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폭넓은 지원을 위해 소득 1억 3000만원 이하 가구를 지원한다. 기존 대출 대비 주택 가액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대출한도는 4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금리는 소득에 따라 연 1.6~3.3% 특례 금리를 5년간 적용할 계획이다. 시중 금리에 비해 약 1~3%포인트 저렴한 수준이다. 아울러 특례 대출 후 추가 출산 시 신생아 1명당 0.2%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 혜택을 제공하고 특례 금리 5년 연장 기간도 부여한다. 기간은 최장 15년까지다.
신생아 특례 전세자금 대출도 도입한다. 저리 전세자금 대출을 신설하고 기존 대비 소득요건을 2배 이상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의 소득요건은 미혼·일반 5000만원, 신혼 6000만원 이하다. 이번 특례 전세자금 소득요건은 구입자금 대출과 동이랗게 출산 가구 1억 3000만원 이하로 완화했다.
보증금 기준은 기존 수도권 4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리고, 대출 한도도 3억원을 적용할 계획이다. 금리는 소득에 따라 연 1.1~3.0% 특례 금리를 4년간 적용한다. 전세자금 대출 역시 특례 대출 후 추가 출산 시 신생아 1명당 0.2%포인트 추가 금리 인하 혜택을 제공한다. 또 특례 금리를 4년 연장할 수 있게 한다. 최장 12년까지다.
혼인 시 불리한 청약 조건을 혼인‧출산에 유리하도록 개선하는 방안도 내놨다.
현행 제도에서는 2인 가구의 소득 기준이 1인 가구 소득 기준의 2배보다 낮아 맞벌이 신혼부부는 미혼일 때에 비해 청약 시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로는 공공주택 특별공급(신혼·생애최초 등) 시 추첨제를 신설해 맞벌이 가구는 월평균 소득 200%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그동안은 동일 일자에 발표되는 청약에 부부 2인이 각각 신청해 중복 당첨될 경우 둘 다 무효 처리해 사실상 청약 기회 1회로 한정됐는데, 앞으로는 중복 당첨 시 선 신청은 유효 처리해 청약 기회를 2회로 확대해 줄 방침이다.
다자녀 기준도 완화한다. 지금은 민간분양 다자녀 특공 기준이 3자녀로 높아 출산 유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로는 기준을 낮춰 2자녀도 다자녀 특공을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대신 자녀 수 가점으로 자녀가 많을수록 유리한 구조는 유지한다.
배우자의 이력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내놨다. 그간 청약 신청자가 주택 소유 이력이 없어도 배우자가 주택소유·청약당첨 이력이 있으면 특공 신청을 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청약 신청자가 청약 기회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배우자의 결혼 전 주택소유·청약당첨 이력은 배제한다는 계획이다.
청약 시 신청자 본인의 청약 통장 가입 기간만 산정하던 방식을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청약 통장 가입 기간도 합산해 미혼보다 신혼가구가 유리하게 개선하는 방안도 내놨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청년특공 당첨 시 입주 기간 동안 미혼을 유지하도록 해 혼인을 막는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입주 계약 후 혼인해도 입주와 재계약이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출산 가구의 주거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집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