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침체된 국내외 부동산 시장과 원자잿값 상승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눈에 띄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국내외 대형 플랜트를 잇달아 수주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의 성과를 거뒀다.
작년 연 매출액은 29조원을 기록해 '30조 클럽'을 눈앞에 뒀다. 연간 수주목표도 12% 초과 달성해 수주잔액 90조원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세계 경기침체와 정세 불안, 국내 부동산 시장 불안과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영업이익률이 지속 하락해 수익성 확보는 과제로 꼽힌다.
중동 수주 공정 본격화…매출·영업익 30% 이상 급증
24일 현대건설이 공시한 연결 재무제표(잠정)에 따르면 2023년 연간 매출액은 29조6514억원, 영업이익은 785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9.6% 늘었고, 영업이익도 36.6%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6543억원으로 전년 대비 38.9% 증가했다. 이는 현대건설이 지분 38.6%를 쥔 관계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실적이 포함된 수치다.
현대건설 별도 기준 매출액은 15조7788억원으로 전년 11조9785억원에서 31.7% 늘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 공정이 본격화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작년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1단계,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과 함께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폴란드 올레핀 확장공사 등 해외 대형 현장의 공정을 본격화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최대 규모 석유화학 사업인 샤힌프로젝트 본격 착수에 나섰다. 샤힌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9조2580억원을 투자해 울산 온산산업단지에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이를 통해 지난해 연간 매출 목표를 16.3% 추가 달성했다.
수주 실적도 예상 규모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냈다. 지난해 신규 수주액은 연결기준 32조4906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던 전년(35조4257억원)보다는 8.3% 감소했지만 연간 목표치를 11.7% 초과 달성했다.
메가 프로젝트인 사우디 아미랄 패키지 1·4 등 해외 수주액 증가 영향이 컸다. 해외 수주액은 전년 대비 80.3% 증가한 12조8684억원을 기록했다.
또 신한울 원자력 3·4호기 주설비 공사를 비롯해 남양주 왕숙 국도 47호선 지하화 공사, GTX-C 등 수도권 교통망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연이은 수주로 수주잔고 90조49억원을 확보했다.
외형성장 못 미친 '수익성' 과제로
외형성장에 못 미친 수익성과 건설업황 악화에 따른 잠재리스크는 과제다. 한때 5%를 기록하기도 했던 현대건설 영업이익률은 2021년 4.2%에서 2022년 2.7%로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는 2.6%를 기록해 악화 일로를 겪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원자잿값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상태도 다소 나빠졌다. 2021년 108.3%였던 현대건설 부채비율은 2022년 111.9%, 지난해 126.8%로 계속 오름세다. 같은 기간 지불능력인 유동비율은 2021년 190.8%에서 2022년 177.6%로 낮아졌고 작년엔 179.7%로 소폭 회복하는데 그쳤다.
단 신용등급은 AA-(안정적)으로 건설 산업 위축에도 업계 최상위 수준을 유지 중이다. 지난달 22일 실시한 1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4.3대 1의 경쟁률로 6850억원의 초과수요를 달성해 재무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4조5815억원, 순현금은 2조2809억원으로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재무 및 경영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신재생에너지 초격차 기술로 '성장동력' 마련
올해 매출과 수주 목표는 다소 보수적으로 잡았다. 대신 에너지 전환 신사업 부문에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내실 다지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지난 23일 발표한 올해 연간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0.2% 늘어난 29조7000억원이다. 샤힌 프로젝트와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를 통해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수주 목표는 28조9900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0.8% 낮춘 규모로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미래기술 개발 등 내부 역량 집중을 통해 향후 성장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다. 집중 분야는 △핵심분야 초격차 기술 확보 △에너지 밸류체인 확대 △고부가가치 해외사업 추진이다. 특히 대형 원전을 포함한 소형모듈원전(SMR), 원전 해체, 사용 후 핵연료시설 등 원자력 분야 전반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높일 계획이다.
앞서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대형원전·SMR 등 핵심사업과 수소·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미래 기술 개발에 전략적으로 집중할 것"이라며 "건설시장의 글로벌 흐름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해 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특히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 확보와 핵심역량 재정비에 나설 계획도 밝혔다. 이를 통해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비경쟁·고부가가치 해외 수주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건설산업이 직면한 대내외적 위기를 돌파하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 태양광, 해상풍력, 바이오가스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전력중개거래 사업을 본격화하는 등 글로벌 수준의 에너지 그리드 구축에 힘쓸 계획"이라며 "수소·CCUS 등 지속 가능한 핵심기술과 미래형 주거공간 건설기술을 내재화, 고도화해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