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가 건설경기 악화 상황에서도 지난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냈다. 특히 14조원이 넘는 신규 일감을 거둬들이며 사상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최대 영업이익을 냈던 2023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했다. 연말 해외 프로젝트에서 깜짝 손실이 발생하며 순이익도 소폭 줄었다.
영업익 9716억…"목표액 1700억 초과"
삼성E&A가 23일 공시한 연결재무제표(잠정)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9조966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716억원, 당기순이익은 6387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10조6249억원) 대비 6.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9931억원)과 당기순이익(6956억원)도 각각 2.2%, 8.2% 줄었다. 2023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만큼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E&A 관계자는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등이 소폭 감소했으나 연간 영업이익이 목표액 8000억원을 1700억원 넘게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매출 2조5785억원, 영업이익 2958억원을 거뒀다. 순이익은 111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8.8%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9.5% 늘었다. 이에 따라 8~9%대를 유지했던 분기 영업이익률이 11.5%를 기록하며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원가율도 크게 개선됐다. 2023년 86.3%였던 원가율은 지난해 84.9%로 1.4%포인트 개선됐다.
하지만 순이익은 전년(1124억원) 대비 1.2% 감소했다. 지난 16일 태국 '타이 오일 클린 퓨얼 프로젝트(Thai Oil Clean Fuel Project)'의 사업주 타이 오일(Thai Oil)이 삼성E&A가 제공한 계약이행보증금에 대해 일부 본드콜(계약이행보증 청구권)을 행사해 영업외손실이 발생해서다.
삼성E&A는 17일 공시를 통해 보증금 발급은행에 888억원의 구상금을 지급했고, 태국법인에서도 576억원의 구상금을 내 총 1464억원의 손실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4분기 순이익이 1400억원 넘게 줄었다. ▷관련기사: 삼성E&A, '-1464억원' 태국 본드콜 없었다면…(1월17일)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2018년 삼성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이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나 코로나19로 2022년 종료돼야 했을 사업이 지연됐다"며 "타이오일이 18억5000억달러의 추가 자본을 조달하고 2028년까지 기간을 연장했으나 사업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서 계약이행보증 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4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이었다. 공시 당일(17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9% 넘게 올라 거래를 마쳤다.
삼성E&A는 "모듈화, 자동화 등 차별화된 수행체계 적용과 수익성 중심의 원가관리로 주요 화공 프로젝트 이익이 개선됐다"며 "태국 프로젝트 본드콜(계약이행보증 청구권) 등 일회성 비용 발생에도 견조한 실적 흐름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2년 만에 배당…'수주도 사상 최대'
실적 호조에는 해외 사업이 한몫했다. 삼성E&A는 지난해 4분기 2조9055억원을 더해 연간으로 14조4150억원의 역대 최대 수주를 기록했다. 종전 최대 실적였던 2023년 신규 수주(8조7913억원) 대비 64%가 증가한 규모다.
수주잔고는 21조3261억원 규모로 지난해 매출 기준 2년 2개월치 일감이다. 화공 프로젝트(14조8148억원) 비율이 전체의 69.5%를 기록했다. 비화공 프로젝트 수주 잔고는 6조5113억원(30.5%)으로 이 중 80%는 삼성전자 등 관계사를 통해 수주한 물건이다.
주요 수주로는 △사우디 가스 플랜트 △말레이시아 바이오정유 플랜트 △카타르 석유화학 플랜트 등이 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바이오정유 플랜트 수주를 통해 친환경 대체연료인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최근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원가율 상승, 건설경기 악화 등 건설업황이 부진한 상황이지만 수년간 호실적을 이어온 덕에 배당도 재개하기로 했다.
삼성E&A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지배지분 순이익의 15~20% 수준으로 주주환원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지배지분 순이익은 7569억원(잠정)이다. 삼성E&A는 2024년 결산 배당을 통해 보통주 1주당 660원의 현금을 배당할 계획이다. 배당금 총액은 약 1294억원, 시가배당률은 3.9% 수준으로 12년 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이 회사 지분 1.54%를 쥐고 있다.
삼성E&A 관계자는 "수년간 꾸준히 좋은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주들이 배당요구가 높아 배당시기를 고민해 왔다"면서 "수익성 중심의 수주전략을 이어가고, 에너지 전환 분야 신사업 추진도 가속화해 중장기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