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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는 할당관세]① 반토막난 '세금 잔치'

  • 2014.04.02(수) 08:50

관세감면 품목 110개→50개…돼지고기·치즈 제외
할당관세 규모 27% 감소…국세도 세금 깎기 '인색'

수입물품에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할당관세 제도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세수를 확보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국세·지방세 뿐 아니라 관세에도 작용하면서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품목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2년전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품목들의 관세가 예전보다 덜 깎이면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정부에게 할당관세는 딜레마다.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더라도 불만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관세 감면을 늘리면 조세형평성과 세수부족 문제가 제기되고, 깎던 세금을 되돌리면 세부담이 늘어나는 쪽에서 반발이 생긴다. 

 

정부는 일단 서민 지원을 줄이는 대신 흐트러진 조세형평성을 다잡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할당관세 축소를 둘러싼 쟁점을 살펴보고 보완이 시급한 문제들을 점검한다. [편집자]

 

 

1978년 원활한 물자 수급을 위해 도입된 할당관세(당시 명칭은 관세할당)는 과세가격의 50% 세율 범위 내에서 관세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수입품의 관세 부담을 줄여 국내 유통가격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정부가 조절하는 관세율의 범위는 82년부터 40%로 줄었고, 현재까지 3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기본관세율이 40%인 수입품은 할당관세를 통해 세율을 0%까지 만들 수 있다. 100만원짜리 분유를 수입할 때 내야 하는 관세 40만원을 면제하는 셈이다. 할당관세 적용 품목은 관세법이 아닌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는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국무회의 의결로 처리할 수 있다. 정부의 재량권이 그만큼 높고, 정부 의지에 따라 수급과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예를 들어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했다면 기획재정부가 할당관세를 적용해 수입산 돼지고기의 관세율을 대폭 낮춘다. 저렴한 돼지고기가 들어오면 시장 가격이 떨어지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 2년새 절반 축소

 

관세를 깎아주던 관행은 2011년을 기점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127개에 달했던 할당관세 적용 품목은 2012년 110개에 이어 지난해 68개로 줄었다. 올해는 현재 50개 품목만 할당관세를 운용하고 있다.

 

 

국가 재정에서 빠져나가는 관세도 적어졌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개발한 측정모델에 따르면 할당관세 규모는 2012년 1조1690억원에서 지난해 8509억원으로 27% 감소했다. 세금을 깎아주던 품목을 줄인 결과 세수확보 여지가 그만큼 커진 셈이다. 

 

국세 감면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매년 늘어나던 국세 비과세·감면 규정은 2012년 16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도 9개 항목이 감소했다. 정부와 국회가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세금 깎기에 인색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 할당관세 품목 'Top10'

 

지난해 할당관세로 가장 많이 깎은 수입품목은 원유로 3790억원 규모였고, LPG와 LNG가 각각 1613억원과 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자상거래용 경유(123억원)까지 합치면 석유류에만 6326억원이 지원돼 전체 할당관세의 74%를 차지했다.

 

 

옥수수는 사료용과 가공용으로 각각 400억원과 171억원씩 지원됐고, 설탕은 264억원, 맥주 원료로 쓰이는 맥아는 150억원의 관세를 감면했다. 사료용 대두박과 소주 원료인 매니옥칩(주정용)도 각각 128억원과 9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2012년에는 연간 지원규모가 100억원이 넘는 품목들이 17개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9개에 그쳤다. 돼지고기(734억원)와 치즈(133억원), 알루미늄(105억원) 등 대형 품목들의 할당관세 적용이 끝나면서 감면 규모가 크게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2년 상반기에는 구제역 이후 돼지고기의 가격상승 압력이 높아 부득이하게 할당관세를 적용했다"며 "국내 물가 동향과 원자재 수급상황, 산업경쟁력 등 제반 여건을 검토해 물가 안정과 경제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할당관세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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