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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는 할당관세]③ 퍼주고 욕먹는 이유

  • 2014.04.03(목) 16:11

26개 품목은 자동 감면…실적 없어도 지원
물가안정 효과 미미…재벌 대기업 혜택 집중

할당관세 품목을 정하는 권한은 정부가 갖고 있다. 관세법이 위임한 시행령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의 통제 없이 정부 스스로 결정한다. 국회에는 할당관세 부과 실적을 사후에 보고하면 된다.

 

연간 1조원대의 관세를 깎아주는 일이 기획재정부 공무원 몇 사람의 판단에 달려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는 올해부터 정부가 할당관세 효과를 조사·분석한 보고서를 별도로 제출하도록 법을 바꿨다.

 

정부의 할당관세 운용 방식을 향한 국회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정부의 주먹구구식 품목 선정과 물가안정에 대한 실효성 부족 문제가 지적되고, 대기업에 세금을 퍼준다는 '부자 감세'에 대한 논란도 나온다.

 

◇ '철밥통'과 '계륵' 품목

 

세금 감면을 별도의 특례법에서 관리하는 국세나 지방세와 달리 관세는 상대적으로 깎아주는 절차가 수월하다. 할당관세가 시행령에 규정된 이유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국회를 거치면 정치적 논리에 따라 미뤄질 수 있고, 관세 감면이 시급한 품목들을 놓칠 가능성도 생긴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아니라 행정부가 좌지우지하는 세금, 여기서 마찰과 알력의 소지가 발생한다. 정부가 할당관세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국회를 중심으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계속 나온다. 물가 동향에 따라 한시적으로 관세를 깎아주는 취지와 달리 매년 자동적으로 연장하는 품목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적용한 할당관세 품목은 26개였다. 반면 한해만 시행하고 폐지한 품목은 2012년의 경우 5개에 불과했다. 할당관세도 국세처럼 일몰이 정해져있지만, 특정 품목에 대한 감면이 장기간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관세 감면이 이뤄지지 않는 '계륵' 품목도 있었다. 국세의 경우 조세감면 실적이 없으면 일몰 종료에 맞춰 정비하지만, 할당관세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올해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50개 품목 중 5개(탄산이나트륨, 당밀, 야자박, 팜박, 사료용 매니옥칩)는 지난해 감면 실적이 제로(0)였다.

 

◇ 물가안정 효과 없다(?)

 

할당관세가 본연의 목적인 '물가안정'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조정식 의원은 "할당관세로 인한 조세지출액이 1조원에 달하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며 "수입 후 물가가 오히려 상승한 품목도 나타나는 등 실효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양파의 경우 2012년 7월부터 12월까지 기본관세율 50% 대신 할당관세율 10%를 적용했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2010년=100)는 101.15에서 127.28로 상승했다. 2012년 상반기에만 할당관세를 적용한 분유도 2011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 100.3에서 2012년 6월 106.98로 올랐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0년과 2011년 할당관세를 적용한 화장품과 향수도 실제 가격이 인하되지 않았고, 일부 제품은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 감사원은 화장품 수입업체가 65억원의 관세 감면액 중 상당 부분을 취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재벌만 신났다

 

서민들을 위한 관세 감면 혜택이 재벌 대기업의 배만 불린다는 통계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상호출자제한 적용을 받는 재벌 대기업이 6862억원의 세수 특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할당관세로 인한 세수 감소분은 6조6090억원이었고, 재벌 대기업이 가져간 세금 감면 혜택은 3조8094억원으로 58%를 차지했다. 홍 의원은 "할당관세가 재벌기업에게 세금을 덜 받는 숨겨진 줄푸세 전략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할당관세를 향한 국회의 감시 체계는 한층 강화됐다. 지난해 말 바뀐 관세법은 정부가 회계연도 종료 후 5개월 이내에 할당관세 부과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토록 했다. 종전에는 회계연도 종료 3개월 이내에 할당관세 부과 실적만 국회에 보고해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할당관세로 인한 세수 부족은 다른 분야의 세부담 증가로 전가된다"며 "국내 생산자 등 이해관계자의 재산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책 효과의 평가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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