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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받은 공사인데, 들인 돈만 103만원입니다"

  • 2024.10.03(목) 07:07

주요 상장 중견건설사 상반기 원가율 평균 94%
원가율 100% 넘긴 동부·신세계건설 '영업손실' 
지방 미분양, PF사업장 정리 등 숙제도 산적

건설 경기 악화와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원자잿값, 인건비가 크게 오르면서 올해 상반기 일부 중견 건설사의 원가율이 10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을 낸 것보다 보다 공사비 등 지출이 커지면서 수익악화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중견 건설사 상반기 원가율 추이/그래픽=비즈워치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중견 건설사 10곳의 평균 매출원가율이 94%에 육박했다. 10대 건설사를 제외한 시공능력 35위 이내 중견 상장 건설사 10곳을 들여다본 결과다. 이 중 8곳은 매출원가율 90%를 넘어섰다. 

건설사 원가율은 원자재 조달 비용, 인건비 등 매출에서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즉 이를 통해 건설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다. 동부건설과 신세계건설 두 곳은 100%를 초과했다. 금호건설도 원가율이 100%에 육박했다. 

도급순위 22위 동부건설은 올해 상반기 기준 원가율 100.2%를 기록했다. 1년 전(2023년 상반기 93.5%)과 비교해 원가율이 6.7%포인트 치솟았다. 상반기 8643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나 이를 넘어선 8662억원을 매출원가로 지출했다. 이에 동부건설은 상반기 58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상반기 1.1%에서 1년 만에 -6.8%로 낮아졌다. 회사는 "고금리 장기화, 높은 건설공사비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도급순위 33위 신세계건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 회사는 원가율이 103.2%로 조사 대상 10개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년 동기(100.8%) 대비 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공사 현장에서 100만원을 벌어 원가로 1만300원을 지출한 셈이다. 여기에 본사 지원비용 등을 포함한 판관비까지 들인 걸 감안하면 손실은 더 커진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2022년 미분양이 속출한 대구지역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대손 반영하며 영업손실를 내고 있다. 지난해 1878억원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상반기 64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900% 이상 치솟으면서 사업부문 매각과 그룹사를 통한 유동성 확보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대주주인 이마트는 신세계건설 경영정상화와 빠른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30일 공개매수를 통해 자발적 상장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코스피 떠나는 '신세계건설', 돌아오는 '태영건설'(9월30일)

도급순위 20위 금호건설은 매출원가율 99.5%로 100%에 육박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지만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 상반기 1%였던 영업이익률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견 건설사 상반기 경영실적 추이/그래픽=비즈워치

다른 중견 건설사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동원개발, HL디앤아이한라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원가율이 90%를 넘어선 상태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크게 상승했던 일부 원자잿값이 회복하고 있다지만 인건비 상승과 고물가 지속으로 전반적인 비용이 크게 늘었다"며 "한번 높아진 자잿값 등을 낮추기도 쉽지 않아 원가율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이 악화하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차입금을 늘리다 보니 이들 건설사의 부채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동부건설은 상반기 말 기준 순차입금이 462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12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11642억원에서 960억원으로 줄어 부채비율이 211.3%에서 292.9%로 올랐다. 

같은 시점 부채비율은 △코오롱글로벌 551.4% △두산건설 388.8% △금호건설 302.7% 등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10개 중견 건설사 가운데 전년 말 대비 부채비율이 높아진 곳은 5곳이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레저사업 매각 등 적극적 유동성 조달로 상반기 말 부채비율을 161.1%까지 낮췄다.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중견 건설사 10곳 중 7곳에서 전년 대비 1인당 평균 인건비가 같거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감축을 위해 총임직원 수를 줄인 곳도 절반이었다.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집값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지방 사업장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분양 적체와 인구 감소에 따른 청약 수요 감소, 신규 공급 저조 등이 영향을 미쳐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 경기가 좋았던 때는 건설사들이 쉽게 돈을 벌었지만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주택 비중이 큰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면서 "일부 지방 사업장 등은 금융당국의 PF 정리로 수익성 회복을 기다리지 못해 손해 보고 넘겨야 하는 처지라 직원을 줄여 인건비라도 낮추려는 곳들이 많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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