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상장 건설사들이 올해 상반기 건설환경 악화에도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수익성은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경기 부진, 고금리 장기화, 원가율 상승 등 부담에 영업활동에 질적 한계를 보이는 것이다.
7개 상장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삼성E&A) 가운데 전년 대비 수익성이 개선된 곳은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뿐이었다. 사고 후유증에서 벗어나고 있는 2개사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5%를 넘어선 곳은 삼성 '건설 형제' 단 두 곳뿐이다. 시공능력평가 2위인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과 5, 6위인 DL이앤씨, GS건설 등은 2%대에 머물렀다.
삼성 vs 현대, 수익성 '희비'
7개 대형 상장 건설사가 올해 상반기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총 2조628억원(잠정)이다. 작년 상반기(1조9212억원)와 비교하면 1416억원, 7.4% 늘었다. 매출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같은 기간 이 건설사들의 총 매출액은 전년 대비 8.2%(3조8367억원) 늘었다. ▷관련기사: 대형건설사 몸집 경쟁 '해외·비주택'이 갈랐다(8월7일)
하지만 사별로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 건설사 대부분 수익성이 악화했다. 일한 것에 비해 손에 쥐게 된 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원가율이 오르고 판관비가 늘어서다.
영업이익 규모는 △삼성물산 건설부문(6200억원) △삼성E&A(4719억원) △현대건설(3982억원) △대우건설(2196억원) △GS건설(1642억원) △HDC현대산업개발(954억원) △DL이앤씨(935억원) 순이었다.
시평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서며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6000억원 넘어서는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도 3.9%(230억원) 늘어난 규모다. 올해도 1조 클럽 달성이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5.9%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6.4%)와 비교하면 0.5%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며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1분기 337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분기 283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분기 매출은 1분기 대비 감소했지만 국내외 프로젝트 공정 호조로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기저효과로) 하반기 매출은 상반기보다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수익성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두번째로 많은 영업이익을 올린 건설사는 삼성E&A다. 상반기에만 471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다만 지난해 2분기 일회성 요인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던 만큼 기저효과로 1년 전(5698억원)에 비해선 다소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9.3%로 7개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하지만 원가율이 개선된 화공부문과 달리 비화공부문의 원가율 상승과 판관비 증가로 수익성은 소폭 둔화했다.
화공부문 매출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18%에서 올해 2분기 19.5%로 1.5%포인트 상승한 반면, 비화공부문은 같은 기간 14.7%에서 10.8%로 3.9%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판관비도 1078억원에서 1336억원으로 258억원 늘었으며 판관비율은 3.9%에서 5%로 상승했다.
시평 2위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포함)은 올해 상반기 7개 건설사 가운데 수익성이 가장 낮았다. 영업이익률이 2.3%에 그쳤다. 작년(3.0%) 대비 0.7%포인트 하락했는데, 삼성물산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3분의 1 수준이다.
상반기 17조1670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매출액이 3조9730억원(30.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1억원 증가한 3982억원을 기록했다.
건설원가와 판관비 등이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데다, 전남 무안 현장 부실로 인한 품질관리비용 등이 추가된 탓이다. 원가율은 작년 상반기 94.1%에서 올해 94.9%로 0.8%포인트 올랐다.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도 같은 기간 3804억원에서 올해 4773억원으로 25.5% 늘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속적인 원자잿값 상승과 최근 늘어난 준공 단지들에서 협력업체 정산비용으로 인한 매출원가, 품질안전 관련 추가비용 발생 등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원가율 상승, 판관비 증가에 모두 '시름'
시평순위 3위 대우건설도 고금리 지속과 원가율 상승 등 건설경기 악화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대우건설은 상반기 219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작년 대비 1748억원, 44.3%가 줄어든 규모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6.7%에서 4.1%로 2.6%포인트 내렸다. 7개 건설사 중 낙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판관비도 2255억원에서 2709억원으로 20.1% 증가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고금리 지속, 원가율 상승, 현장 수 감소 영향으로 매출이 줄고 수익성이 악화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 기존 수주 프로젝트 착공과 국내·외 대규모 수주를 앞두고 있어 실적 반등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GS건설은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로 작년 '10년 만의 적자'를 기록한 후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숨고르기 단계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642억원으로 작년 1분기(1590억원) 영업이익을 조금 넘어선다.
GS건설은 검단아파트 재시공 비용을 반영하며 지난해 2분기 4140억원, 4분기 193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2.58%다. 다만 영업이익률이 5%를 웃돌던 예년과 비교하면 수익성은 절반 수준이다.
이에 신규주택 분양을 비롯해 건축·주택부문에서 견조한 매출을 내며 수익성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전략적 사업 수행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는 매출 성장은 꾸준하지만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조9608억원으로 3.7%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35억원으로 42.3% 줄었다. DL이앤씨(해외법인 제외한 별도)가 511억원, DL건설이 316억원의 영업익을 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5.8%, 86.4% 줄어든 규모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4.2%에서 2.3%로 낮아졌다. 올해 2분기 들어서는 영업이익률이 1%대까지 떨어졌다. 주택부문의 높은 원가율 상승과 판관비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2분기 들어 DL건설이 7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주택부문 원가율은 올해 상반기 93%를 기록했다. 토목, 플랜트 원가율도 작년 상반기 각각 88.4%, 79.6%에서 올해 90.5%, 84.3%로 크게 올랐다.
100% 자회사인 DL건설 일부 현장의 원가율 상승과 미분양 등 위험 요인을 선반영한 영향이 컸다. 미분양 발생 위험 등을 예상해 손실예상금액을 대손상각비로 반영하며 판관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당초 5200억원에서 2900억원으로 44.2% 낮춰 잡았다.
HDC현산, 숨 고르며 수익성 개선 중
HDC현대산업개발은 상반기 95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558억원) 대비 71% 증가한 규모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시평순위도 올해 다시 10위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2.8%에서 4.7%로 1.9%포인트 개선됐다. 악화했던 수익성이 정상궤도로 향하는 중이다. 주택경기 악화로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면서 원가율이 개선된 효과다. 지난해 2분기 5.6%로 한자리수에 머물렀던 매출총이익률은 올해 2분기 10.4%로 배가량 뛰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70% 수준이던 매출 내 주택 비중을 올해 2분기 66.9%까지 줄였다. 자체주택 매출 비중도 6%대에서 5% 아래로 낮췄다. 주택 비중을 낮추면서 수익성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주력사업 한 축인 외주주택 사업은 축소될 전망이다. 대신 광운대역세권(H1프로젝트) 등의 대형 개발사업이 준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