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건설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올해 상반기였지만 최상위 대형 건설사들은 작년보다 매출을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그룹 계열사 공사 물량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해외 사업물량을 확보해둔 결과다.
특히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포함)은 삼성그룹 내 건설사를 모두 합한 매출을 뛰어넘으며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매출 기록도 세웠다. 반면 주택 비중이 크고 해외수주 경쟁에서 부진했던 주요 건설사들은 작년 대비 상대적으로 몸집이 줄었다.
올해 상반기 7개 대형 상장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삼성E&A)가 거둬들인 매출액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총 50조4173억원(잠정)이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3조8367억원(8.2%) 늘었다. 지난해 이 건설사들이 거둬들인 사상 최대 매출(96조8560억원)의 절반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올해 가장 큰 외형 성장을 이룬 곳은 '현대건설'이다. 상반기에만 17조16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기 매출 17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년 동기(13조1940억원) 대비 30% 이상 몸집을 불렸다.
현대건설이 8조6600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이 8조1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파나마 메트로 3호선,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을 비롯해 국내 샤힌 에틸렌시설 공사 등 대형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화한 결과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이 42.7%로 전년 동기(37.7%)와 비교해 5%포인트 상승했다.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효과도 톡톡했다.
매출 2위는 부동의 시평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10조4990억원을 기록해 반기 만에 10조 클럽 문을 두드렸다. 개별 건설사(별도재무제표 기준)로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합산 제외)을 넘는 규모다. 몸집은 작년 상반기(9조3510억원) 대비 12.3% 증가했다. 특히 해외매출이 4조907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6.7%를 기록했다.
다만 중동 카타르 태양광발전소 건설공사 등 대형 프로젝트 공정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면서 올해 1분기 대비 2분기 들어 매출은 소폭 감소했다.
3위는 6조3681억원을 기록한 GS건설이다.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 늪에서 빠져나오며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 규모가 9.1% 줄었다. 플랜트·인프라 부문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오히려 건축·주택은 견고한 매출을 기록했다. 신규 주택분양은 올해 목표치 1만9880가구 42.7%인 8486가구를 달성했다. 이를 통해 상반기 4조919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플랜트 1141억원, 인프라는 5221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 비중이 각각 0.5%포인트, 0.1%포인트 줄었다. 신사업은 637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10%를 넘겼다.
매출 4위는 시평 3위 대우건설이 차지했다. 매출액은 5조3088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8795억원) 대비 5000억원 넘게 줄었다. 9.7% 줄어 7개 주요 건설사 중 가장 감소율이 높았다.
고금리와 원가율 상승, 현장수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삼성물산, 현대건설과 달리 기댈 수 있는 그룹 물량이 없다는 점에서 해외 수주 확보 안정성이 떨어진다. 상반기 수주 규모는 연간 목표치의 38%, 해외 수주는 3.4% 달성에 그쳤다.
매출액 중 주택·건축이 3조4754억원(65.5%)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토목 1조883억원(20.5%) △플랜트 684억원(1.3%) △기타연결종속 1767억원(3.3%) 등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 매출 목표를 10조4000억원으로 지난해(11조6478억원)보다 낮춰 잡아 당초 계획 대비 달성률은 51%를 넘어섰다. 낮은 해외 수주 매출도 체코 원자력발전 사업, 베트남 신도시 개발 등 대형 수주가 예상돼 주목된다.
5위는 삼성E&A가 기록했다. 상반기 5조7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7% 줄어든 수치다. 다만 지난해 2분기 깜짝 일회성 요인에 따른 역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란 게 회사측 설명이다. 올해 매출 목표치도 상반기 절반 이상을 채웠다.
삼성E&A 관계자는 "다수의 화공 프로젝트가 종료단계에 있어 정산과 원가 개선 등 안정적 수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E&A는 올해도 시평 산업환경설비 분야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를 지켰다.
6위는 시평 5위를 회복한 DL이앤씨가 차지했다. 자회사 DL건설 매출을 포함해 작년(3조8206억원) 대비 3.7% 증가한 매출 3조9608억원을 냈다. DL이앤씨가 2조4043억원, DL건설이 1조2693억원을 올렸다. DL이앤씨는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지만 DL건설은 13.8% 증가했다.
하지만 DL이앤씨 매출 증가를 이끈 것은 플랜트 분야였다. 883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8.4% 늘었다. 반면 주택은 1조3886억원으로 같은 기간 15.5% 줄었다. 원가율 높은 주택 사업비중 감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부문 원가율은 작년 92%에서 올해 93%로 소폭 올랐으며, 토목과 플랜트 부분도 각각 90.5%, 84.3%로 작년 대비 확대됐다.
7위는 매출 2조426억원을 기록한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올해 목표치(4조2781억원)의 47.4%를 달성하며 작년 대비 1.7% 매출이 성장했다. 광주 사고 여파로 외형성장이 주춤했던 시기를 지나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주택경기 악화로 이익률 높은 자체사업 등 매출 비중을 줄인 대신, 둔촌주공 등 수익성 높은 대형사업장 매출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하반기에는 H1 프로젝트(광운대역세권 사업) 착공이 예고돼 있어 매출 확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작년말과 비교해 상반기 매출 순위 변동은 없었다. 다만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DL이앤씨가 한단계 오르며 5위를, GS건설은 한 단계 내린 6위를 기록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호반을 제치고 다시 10위에 올랐다. ▷관련기사 : 시평 '톱5' 복귀한 DL이앤씨…HDC현산 10위 재진입(7월31일)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건설사가 주택 원가율 부진, 현금흐름 악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면서 "건설사별 펀더멘탈 개선 속도는 차이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