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형 종합건설사들의 하도급금 지급 일정이 전년 대비 늦거나, 법정 지급기일인 60일을 넘긴 곳이 늘었다. 건설업계의 빠듯해진 자금 사정과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드러나는 대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사대금을 늦게 받게 된 전문건설사는 건설경기 악화 충격을 더 크게 받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종합건설사보다 전문건설사들의 시장 영향이 후행하는 만큼 하반기 부실 업체들이 늘어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8월 공시 기준) 10대 건설사 중 하도급 대금 법정 지급기한인 60일을 초과해 지급한 건설사는 1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하도급금 법정 지급기일 초과 지급 건설사가 6곳으로 늘었다.
도급순위 10대 건설사 중 올해 상반기 60일을 넘겨서야 대금을 지급한 곳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등이다.
상대적으로 지급기일 10일 이내 지급 비율은 낮아지는 추세다. 지급방법도 현금, 수표 등 현금성 지급에서 어음 등 대체결제수단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도급순위 30위로 범위를 넓혀보면 법정 지급기일을 초과한 건설사는 총 13곳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3배 증가한 결과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의 하도급대금 결제조건 공시의무는 2022년 하도급법 개정으로 처음 생겼다. 지난해 8월 첫 공시 이후 올해 1년째를 맞았다.
첫 공시 때만 해도 대부분의 건설사들 현금결제 비율과 법정기일 내 지급 비율이 높았지만 올해 들어 지급기일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액이 수억원대에서 수십억원대로 크진 않지만 60일을 초과해 하도급금을 지급할 경우 별도의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한 10대 건설사 관계자는 "업체들과 하도급금 정산 과정에서 금액 자체에 대한 이견이 벌어지면서 정산이 지연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도급 공사 뒤 대금을 늦게 받게되는 전문건설업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8월19일 기준 건설사 폐업신고 공고건수는 2233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225건)보다 소폭(0.4%) 늘었다. 이 중 폐업신고한 전문건설사는 1859곳에 달한다.
다만 전체 업체수는 전년 대비 늘어난 모습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전문건설사 업체수는 지난해 7월 5만3786곳에서 올해 7월 5만5993곳으로 1년 새 2207곳 늘었다.
하지만 전문건설사들의 경기가 종합건설사에 비해 후행하는 만큼 대금 지급 지연에 따른 영항이 하반기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전문건설사들의 부실이나 부도가 크게 늘 것을 우려했으나 상반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다만 전문건설사 경기는 종합건설사와 비교해 6개월~1년 정도 후행하는 데다 국내 주택 수주 규모가 올해 들어 줄어든 만큼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10대 건설사 중 올해 상반기 10일 내 하도급금 지금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도급순위 2위인 현대건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하도급 대금 10일 이내 지급비율이 91.3%로 가장 높았다.
이어 △HDC현대산업개발(83.3%) △GS건설(80.0%) △롯데건설(66.8%) △삼성물산(54,8% 전사포함) △대우건설(53.6%), △DL이앤씨(51.8%) 순으로 높았다. 50% 미만인 곳은 △SK에코플랜트(48.5%) △현대엔지니어링(43%) △포스코이앤씨(29%)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