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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극적인 자사주 반격…끝나야 끝난다

  • 2024.10.02(수) 10:51

[고려아연 분쟁]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기각…고려아연 승소
고려아연, '영끌' 자사주 매입해 경영권 방어

벼랑 끝에 내몰렸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사는 것을 막아달라고 영풍이 제기한 가처분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다. 막강한 자금을 앞세운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영풍이 공개매수로 선공한 것에 대해 풍부한 사내 현금을 가진 고려아연이 자사주로 반격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풍·고려아연 법적으로 남남…자사주 허용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9일 영풍이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에 대해 기각했다.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사장,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고려아연 자사주를 사는 것을 막아달라는 요청이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지 않은 것이다. 

쟁점은 고려아연과 영풍이 특수관계인지 여부에 있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가 공개매수 기간에 공개매수자와 특수관계자는 공개매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주식을 매수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가운데 영풍과 75년간 동업해온 고려아연이 특수관계인지에 따라 공개매수 가능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되는 것이었다. 법원이 두 회사가 남이 된 것으로 판결하면 고려아연은 자사주를 매입해 경영권 방어에 나서게 되고, 두 회사가 여전히 특수관계이면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날 법원은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무효 소송,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반대 등을 고려하면 두 회사는 '주식의 공동취득·공동처분·상호양수·의결권 공동행사 등'에 관해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판결했다.

고려아연 경영진은 이번 판결로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논란에서 벗어나게 됐다. 법원은 "자기주식 취득행위가 이사의 충실의무 또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이날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한 이사회를 소집한 가운데 이사진의 어깨가 가벼워진 셈이다.

더욱이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사주를 모두 소각할 예정으로, 실제적인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매입 가격이 시가보다 높더라도 회사의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행위인 만큼 배임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영끌'로 자사주 사들인다

이번 판결로 고려아연은 자사주를 활용해 반격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공개매수 기간이 임박한 가운데 고려아연은 외부에서 백기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고려아연 지분 기반이 약한 최 회장 입장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는 묘수로 평가된다. 

최 회장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1.84%로, 일가를 합치더라도 15.65%에 머문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는 방법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한화·현대차그룹 등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계산하면 33.6%까지 늘어나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고려아연 지분 33.13%를 가진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가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MBK와 손을 잡고 공개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고려아연이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대항해 자사주 매입 카드 맞불을 놓을 수 있게 됐다.

자사주는 회사가 자신의 회사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평소엔 의결권이 없지만 경영권 분쟁 때 제3 자에게 처분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 기존 경영진 우호지분이 된다. 고려아연이 영풍·MBK 연합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75만원)보다 더 높은 가격에 자사주를 사들이게 되면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선공이 무력화되는 셈이다. 

고려아연은 '영끌'로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말 연결 재무상태표 기준 고려아연의 현금·현금성자산은 9381억원이 넘는다. 최근엔 처음으로 기업어음을 발행해 4000억원을 확보했다. 이달 중에 1조원 규모의 회사채도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고려아연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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