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머니게임이 끝을 알 수 없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영풍 장씨일가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추진중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대항공개매수에 맞서 공개매수가격을 재차 올린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1.85%)을 가진 곳이어서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반드시 차지해야할 요충지로 꼽힌다. 영풍정밀을 놓고 벌어지는 치고받기식 흐름을 볼때 고려아연에서도 또한번 매수가격 상향이 예상된다.
MBK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4일 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 정정 공고를 통해 주당 매수가격을 기존 2만5000원보다 20% 높은 3만원으로 높인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마지막날에 가격조건을 변경하면서, 자본시장법(136조)에 따라 공개매수기간은 열흘 더 늘어난 14일로 조정됐다. 앞서 MBK는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선언할 때 영풍정밀 주식도 공개매수하겠다고 동시 선언했다.
고려아연 지분(1.85%)을 가진 영풍정밀에 대한 주도권을 최윤범 회장으로부터 가져와 고려아연 지분싸움에서 유리한 구도를 그리겠다는 의도다. 이후 MBK는 지난달 26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격을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높이면서 영풍정밀 매수가격도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려잡았다.
그러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 2일 영풍정밀 주식을 주당 3만원에 사들이는 대항공개매수를 선언한 것이다. 영풍정밀은 현재 최 회장 측 지분(35.45)이 영풍 측(21.11%)보다 많다. 최 회장이 공개매수로 15%가량 지분만 확보해도 지금처럼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으로 최 회장이 공개매수 가격면에서 우위에 서자 MBK도 전략을 수정해 가격 키맞추기에 나선 것이다.
MBK의 공개매수 가격은 최 회장측과 같은 주당 3만원이지만, 매수수량(684만801주, 발행주식총수의 43.43%)이 최 회장 측(393만7500주, 25%)보다 더 많다.
MBK가 제시한 매수수량은 현재 영풍정밀 발행주식 중 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유통주식 전부를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공개매수를 고민하는 주주 입장에서는 MBK에 팔면 신청수량을 전부 차익실현할 수 있는 조건이다.
반면 최윤범 회장측의 조건은 가격이 같아도 수량에서 모자라, 만약 초과신청이 들어오면 모든 주식을 팔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더군다나 MBK의 공개매수기간(14일까지)이 최 회장(21일까지)보다 먼저 끝나는 만큼, 결국 지금 조건이라면 투자자들은 무조건 MBK 공개매수에 응하는게 타당한 상황이다.
따라서 최윤범 회장 측도 영풍정밀에 대한 주도권을 계속 쥐기 위해서는 결국 공개매수가격을 더 올리거나 수량을 늘리는 대응책을 늦어도 다음주 주중(11일 이전)까지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고려아연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이날부터 23일까지 자사주식 372만6591주(발행주식총수의 18%)를 주당 83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고려아연은 특히 지난 2일 공개매수 계획 발표때는 공개매수 응모수량이 121만5283주(발행주식총수의 5.87%)에 모자르면 매입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4일 공개매수공고에서는 이 조건을 삭제하고 신청 주식을 모두 사들인다고 밝혔다.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한 시장 의구심을 지우는 동시에 이날까지 진행예정인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주당 75만원, 최저수량 6.87%)보다 가격, 수량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MBK-영풍도 재차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주가다. 이날까지 진행하는 공개매수 청약은 업무시간(오전9~오후3시반)에 신청서를 제출해야한다.
따라서 장중 특히 오전 주가흐름이 MBK측의 공개매수가(75만원)에 근접한다면 MBK도 매수조건 변경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MBK는 이날 매수조건을 변경해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기간(23일)보다 먼저 공개매수를 끝내며, 고려아연 측을 압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