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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세금 변수...외국기관 선택은

  • 2024.10.04(금) 12:40

자사주 공개매수 특성상 양도세 아닌 배당세 적용
수익률 변수 작용…가처분 결과도 변수로 남아있어

고려아연이 4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자사주 공개매수는 일반적인 공개매수와 다른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회사가 자사주를 다시 사들여 소각키로한 만큼 일반적인 배당행위와 같아 양도세가 아닌 배당세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해외 기관투자자자 수익률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금 변수뿐만 아니라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법적 리스크까지 아직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점도 관건이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은 4일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이날부터 23일까지 자사주식 372만6591주(발행주식총수의 18%)를 주당 83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고려아연이 320만9009주, 베인캐피탈이 51만7582주를 사들일 예정이다. 공개매수 응모주식수가 매수예정수량 이하여도 전량 사들이고, 매수예정수량을 초과하면 안분비례해 매수한다. 개장 전 이러한 조건을 제시하자 4일 주식시장에서 고려아연 주가는 장초반부터 줄곧 MBK가 제시한 공개매수가격(75만원)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75만원을 웃도는 가격에서 줄곧 움직이면 MBK의 이번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럼에도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특수성으로 인한 세금 문제, 법적 문제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신중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우선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는 일반적인 공개매수와 다르게 양도세가 아니라 배당세가 적용될 수 있다. 정확히는 베인캐피탈이 사들이는 물량은 일반 공개매수와 같은 세법을 적용하지만, 고려아연이 사들이는 물량에 대한 세법이 다르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신고서에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사주를 공개매수 종료 후 관련 법령상 절차에 따라 이익소각할 계획"이라며 "세법상 회사가 매수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주권을 회사에 반환하는 절차로서 주권의 양도에 해당하지 않아 의제배당에 대한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회사가 주주로부터 자사주를 다시 사들여 소각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배당과 같은 이익이 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의제배당)과 마찬가지이므로 배당에 대한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소득이 적은 일반 개인투자자는 오히려 배당세가 이득이 될 수 있다. 공개매수는 장외거래에 해당해 양도소득세(세율 22%)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배당세는 15.4%로 이보다 낮다. 다만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해 누진세율을 적용해 최대 49.5%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개인과 다르게 배당세 적용은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조세협약을 체결한 나라(조세회피처)에 법인을 두었다면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지만,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약 10%의 세금(법인세)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조세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에 법인을 두었다면 22.5%의 법인세를 적용받는다.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고민하는 해외 기관 입장에서는 배당세를 내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에 응하던지, 세금이 적용되지 않지만,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던지 고민이 들 수 있는 지점이다. 기관별 매입 단가, 수량에 따라 기대수익률이 달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법적인 리스크가 아직 온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매수 참여를 저울질하는데 판단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공개매수로 높아진 주가 상황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특정 주주(최윤범 회장)를 위해 회사에 손해는 끼치는 배임 행위라는 주장이다. 또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는 이익잉여금을 '임의적립금'으로 별도 적립해 제한해 왔으면서, 주주총회없이 이를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만약 법원이 MBK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중단된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75만원에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다. 

다만 고려아연은 MBK측의 가처분 신청과 관련, 또다시 기각될게 뻔한데도 시간을 벌기위해 신청한 것이라며 시장교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MBK와 손잡고 있는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발표했다. 고려아연 측은 "동일한 이유로 자신들의 가처분이 기각될 것을 알면서도 일단 시장 불안을 키우고 시간을 벌기 위해 또다시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까지 MBK-영풍 연합이 진행하는 공개매수 청약은 업무시간(오전9~오후3시반)까지 청약 사무처인 NH투자증권에 신청서를 제출해야한다. MBK 측은 주가와 청약신청 흐름을 살피며 공개매수 가격 조정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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