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3000포인트 돌파를 앞두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 전망이 엇갈린다.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이어져 추가 상승 동력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밸류에이션 과열로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17일 2950.30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2998.62까지 오르며 4년 만에 삼천피(코스피 3000) 돌파까지 1.38포인트를 남겨두기도 했다. 그러나 상승분을 일정부분 내주며 2950선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4월 2200대까지 곤두박칠쳤던 코스피는 새정부 출범 기대감에 힘입어 단숨에 700포인트 뛰었다. 특히 6월 이후 9.36%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는 전세계 주요지수 가운데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PHLX)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상반기 수익률은 22.96%로 러시아, 폴란드, 그리스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증권가에선 삼천피 복귀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유동성 랠리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상승세를 "하반기 정부 2차 추경안 추진, 내년 예산 확대 기대에 따른 유동성 확대 움직임이 선반영된 시장"이라며 '잉여 유동성 랠리'로 평가했다. 그는 "현재 국면에서 실적은 보조 수단에 더 가깝다"며 "주가수익비율(PER) 상승을 저해할 정도만 아니라면 유동성 확대에 따른 주식시장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공조 속 유동성이 늘어나는 추세를 이어간다면 지수 상승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노 연구원은 "올해 내 잉여 유동성 증가 속도가 5%를 돌파한다면 과거 PER 11배 이상과 맞닿는다"며 "12개월 추정 주당순이익(EPS)이 하향 조정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승 여력은 3000포인트 위에서도 남아 있다"고 점쳤다.
그러면서 "팬데믹 당시 유동성 랠리는 통화정책에 기댄 바가 크고 긴축 전환 시 사이클 종료를 고했으며, 이는 금리 인하기 중반에 있으며 재정 지출 확대 초반에 위치한 현재 국면에서 시사점을 남긴다"며 "통화와 재정 공조가 정점을 기록하기 전까지 우호적 유동성 상황과 PER 확대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새 정부 전후로 보면 많이 올랐다고도 할 수 있지만 1년 전으로 시계열을 넓혀보면 디커플링됐던 한국증시의 정상화로 볼 수 있다"며 "여전히 상승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는 달러 약세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있고, 국내에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가시화되고 기준금리도 낮춰둔 상황"이라며 "유동성 측면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동성 국면과 새 정부가 추진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봤을 때 전세계 자산배분 측면에서 한국 유인이 희석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단기적인 급상승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보수적인 시장 전망도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코스피지수의 올해 예상 순익 PER은 10.7배이며, 2026년 예상 순익 PER은 9.3배다. 지수 랠리를 보인 2015년과 2021년에는 당해년도 기준 PER이 각각 11.7배, 13.7배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도 이익 기준 11배 위에선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코스피가 3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안착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기 위해선 몇 가지 확인할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장을 밀어올린 '주주가치 제고 시장여건'과 'R&D 정부지출 강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주주가치 제고가 실제 기업들의 배당성향 확대로 이어지고, 정부지출의 우선순위가 벤처시장 활성화에 있다는 사실로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부동산시장이 서울을 중심으로 과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시장의 기대만큼 유동성이 풀리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연구원은 "추경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장기금리가 반등했고 한국은행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 폭을 키우면서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해졌다"며 "유동성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 예산안의 윤곽이라도 볼 수 있는 때는 올해 9월경인데 기업들이 실제 자본배분을 바꾸는지는 내년 초에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섣불리 주식시장에 뛰어들기엔 늦은 감이 있으며, 증거들을 기다리며 시장을 지켜볼 것"이라고 권고했다.
글로벌 경기 악화 속 국내 기업들의 이익상승 동력이 약하다는 점도 조정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다.
조창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거 국면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부분은 멀티플의 확장으로 증시가 상승한 후, 펀더멘탈의 반등이 따라와주지 않는 국면에서는 대체로 증시가 조정을 받았다는 점"이라며 "증시 전반의 펀더멘탈 회복 시그널이 확인되지 않는 국면에서 단기 조정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 실적에 따른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한국 증시 이익 전망치의 추가 악화 우려는 제한되고 있으나 추세 반전 가능성도 요원하다"며 "상사, 자본재, 기계, 조선 업종의 이익 컨디션이 여전히 양호하며 2분기 실적시즌까지 실적 차별화 양상은 지속 확인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