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여파로 폭락했던 미국주식이 단기간에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면서 미국 대표지수 S&P500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다시 늘고 있다.
특히 10년~30년 뒤를 바라봐야 하는 퇴직연금 계좌에는 S&P500만한 종목이 없다는 믿음이 커졌다. 이에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발빠르게 이 종목 비율을 최대로 가져갈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상품을 개발해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하나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S&P500지수와 미국 단기국채를 각각 50%씩 담은 '1Q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와 'PLUS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 ETF를 동시 상장했다.

워런버핏의 권고처럼 미국지수와 초단기채에 투자
두 ETF 모두 퇴직연금 계좌에서 운영할 수 있으면서 퇴직연금 '안전자산'으로 구분되는 상품이다.
현행 규정상 퇴직연금 계좌에는 주식비중을 최대 70%로 제한하고 있다. 나머지 30%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 그런데 주식 절반과 채권 절반을 담은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 ETF로 나머지 30%를 채운다면 실제 주식비중을 85%까지 늘릴 수 있다. 안전자산 비중(30%)의 절반인 15%도 주식으로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70%의 주식비중도 일반 주식이 아닌 S&P500지수형 ETF로 채운다면 워런버핏형 투자에 가장 가까운 S&P500 85%와 미국 단기채권 15%라는 비율이 나온다.
워런버핏은 지난 2013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에서 자신이 죽으면, 남긴 자산의 90%는 저비용의 S&P500 인덱스펀드, 나머지 10%는 단기 미국채에 투자하라고 밝혔다.
아내를 위해 유산의 신탁운용방식을 권고한 것인데, 보통사람도 장기적으로 우수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포트폴리오로 대표된다. 과거 수십년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미국 시장이 우상향 할 거라는 강력한 신뢰가 깔려 있는 투자법이다.
'1Q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와 'PLUS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 모두 3개월 미만의 미국 초단기채를 절반 담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단기채는 만기까지 시간이 짧고 금리변동에 따른 손실이 적으면서 연 4% 이상의 이자까지 누릴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만약 장기채를 담았다면 S&P500 주가가 빠질 때, 채권에서도 손실이 나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된다.
금정섭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S&P500과 미국 초단기 국채의 조합은 성장과실을 충분히 얻으면서도 변동성을 줄일 수 있어 퇴직연금계좌에서 장기투자하기 좋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자산비중, 놀리지 않고 최대로 활용하는 법"
퇴직연금에서 30%인 안전자산 비중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수익률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된다.
하나자산운용은 1Q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를 출시하면서 퇴직연금계좌에서 이 상품을 안전자산 비중에 담아 운용했을 때의 수익률 변화를 백테스트한 결과도 공개했다.
S&P500 지수ETF를 70% 담고, 나머지 30%를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 ETF로 채웠을 경우를 기준으로 과거 15년 데이터를 반영해 비교한 테스트다.
우선 S&P500 지수 ETF로 퇴직연금의 70% 비중만 주식상품을 운용했을 때 연수익률은 23.62%가 나왔지만, 두 상품을 섞어서 주식비중을 85% 가져가고, 나머지를 단기 미국채로 운용했을때에는 연수익률이 36.37%를 보였다. 두가지 방법의 수익률 격차가 12.75%에 달한다.
두 방법으로 15년간 운용했을 때에는 전자가 560.5%, 후자는 364%로 무려 196.5%의 수익률 격차가 발생한다.
김승현 하나자산운용 ETF·퀀트솔루션본부장은 "퇴직연금은 장기적으로 억단위의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초기 운용에서의 작은 차이가 노후에는 큰 차이를 일으킨다"며 "안전자산 비중을 놀리지 말고, 파킹형ETF나 머니마켓ETF, 중장기회사채 등이라도 반드시 활용해서 수익이 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수채권혼합형 ETF 더 출시될까
최근 퇴직연금의 운용방식이 저축에서 투자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식비중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수채권혼합형ETF의 향후 성장세도 주목된다.
중소형사인 하나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이 동시 상장하며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대형사들이 복합적인 아이디어 상품을 추가로 출시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기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나스닥100채권혼합Fn,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미국S&P500채권혼합액티브도 있지만, 이들 상품은 주식비중이 절반이 아닌 30%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채권혼합형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10일 기준 3조8967억원으로 2022년말 5500억원대비 7배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상품 수는 35개에서 53개로 늘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S&P500처럼 성장이 담보되는 지수는 공격적이면서도 안정적인,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고 싶은 수요를 노린 채권혼합형 상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