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00조원을 돌파하며 또 한 번 이정표를 세웠다. 순자산총액 100조원을 넘긴 지 불과 2년 만의 성과다. ETF가 이제 명실상부한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4일) 기준 국내에 상장된 ETF 984개의 순자산총액은 201조2845억원으로 집계됐다.
2002년 10월 코스피200을 기초지수로 한 ETF 2종이 처음 상장된 이후 약 23년 만의 기록이다. 국내 ETF 순자산 총액은 △2006년 7월 1조원 △2011년 11월 10조원 △2019년 50조원 △2023년 6월 100조원을 각각 돌파했다. 100조원을 넘은 지 2년 만에 두배로 성장한 것이다.

시장 성장과 함께 자산운용사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각각 77조9366억원(이하 점유율 38.7%), 67조4427억원(33.5%)으로 '양강'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두 운용사의 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70%를 웃돈다.
다만 두 운용사 합산 점유율은 2년 전인 2023년 6월(77.3%)에 비해 현재 72.2%로 소폭 하락했고, 그 틈을 중위권 운용사가 치고 올라왔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은 시장 평균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같은 기간 4조7242억원(4.7%)에서 16조1544억원(8.0%), 신한자산운용은 1조5832억원(1.6%)에서 7조3064억원(3.6%)으로 몸집을 키웠다.
KB자산운용은 8조5975억원(8.6%)에서 15조7305억원(7.8%), 한화자산운용은 2조3501억원(2.3%)에서 4조8348억원(2.4%)로 각각 성장했다.
ETF 상품의 질적 성장도 눈에 띈다. 초기에는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 추종형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외 투자형 ETF와 파킹형, 산업 테마별 상품은 물론 커버드콜과 버퍼형 등 다양한 옵션 전략 기반의 ETF도 출시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2023년 6월부터 2025년 6월까지 ETF 순자산총액이 2배로 증가하는 동안 국내 시장 지수를 바탕으로 한 ETF 순자산 총액은 19조5000억원에서 22조2000억원으로 13%가량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해외지수형 ETF는 같은 기간 23조6000억원에서 66조2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또 레버리지와 인버스, 옵션형 상품을 포괄한 파생상품형 ETF도 8조2000억원에서 16조8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몸집을 키웠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개인투자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퇴직연금 시장의 확대, 다양한 테마형 ETF 출시에 더불어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이 200조원을 돌파했다"며 "ETF는 앞으로도 국민의 안정적인 자산 증식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 대표도 "최근 새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도 ETF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보면 ETF가 진정한 국민 재테크 수단이 된 것"이라며 "운용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상품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