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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공개매수,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 2024.10.09(수) 07:00

[고려아연 분쟁]
공개매수 인상 경쟁에 '승자의 저주' 우려
부채로 공개매수 참여, 부채비율 등 부메랑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과열되면서 '승자의 저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당 공개매수 가격은 66만원에서 83만원으로 껑충 뛰었고, 한차례 더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빚투'에 나선 고려아연·베인케피탈 연합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분쟁이 과열될수록 '승자의 저주' 수렁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얼마까지 쓸 수 있을까?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을 위해 투입하기로 한 최대 매입 가격은 1주당 약 174만여원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한도인 배당가능이익 6조4986억원과 베인케피탈의 자사주 매입 예산 4000억원을 더한 총액(6조4986억원)에, 자사주 공개매수 물량 372만6591주를 나눈 값이다.

지난 2일 고려아연은 주당 83만원 자사주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지분 싸움이 가열될 경우 자사주 매입가를 최대 2배 이상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배당가능이익 6조4986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다 쓰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배당가능이익은 회계상의 '숫자'일 뿐, '현금'이 아니어서다. 배당가능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현금이 확보되지 않으면, 자사주 매입은 원활히 진행될 수 없다.

지난 6월 말 연결 재무상태표 기준 고려아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382억원이다. 최근 고려아연이 정정 공시한 공개매수신고서를 보면 이달 6일 기준 고려아연의 자기자금은 7600억원에 불과하다.

공격적인 공개매수에 나선 고려아연은 부족한 현금을 빚으로 채우고 있다. 주당 83만원에 진행되는 공개매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총액(2조6635억원) 중 81.2%( 2조1635억원)를 부채로 마련했다. 현금 재원은 5000억원에 불과한 것이다. 향후 공개매수 가격이 더 오를 경우 부채는 더 늘어나게 된다. 

고려아연 입장에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적정 수준의 공개매수 가격을 산정하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 셈이다.

MBK가 현재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투입한 자금은 2조5024억원이다. 여기에 영풍의 현금 83억원을 더해 총 2조5141억원을 재원으로, 고려아연 주당 83만원에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앞으로 공개매수 가격이 더 오를 경우 MBK도 '영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MBK는 현재 8조원 규모의 5호 펀드와 5조6000억원 규모의 4호 펀드를 운용 중이며, 이 펀드는 이미 다양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성한 상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펀드 자금 일부를 특정 인수에 활용할 수 있다"며 "MBK는 두 펀드의 20~30% 정도를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투입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MBK가 추가로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은 약 2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 6월 말 기준 영풍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924억원이다. 부족한 현금을 부채로 채우는 방식은 영풍도 같다. 지난달 영풍은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3000억원을 한국기업투자홀딩스에 다시 빌려줬다. 빚을 내 공개매수 자금을 댄 것이다. 향후 공개매수 가격이 오를 경우 영풍이 추가 대출을 낼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그래픽=비즈워치.

상처뿐인 승리

고려아연·베인케피탈 연합과 영풍·MBK 연합 모두 경영권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이 회삿돈으로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서게 되면 부채 비율 증가와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차입에 의존하게 되면 이자 부담과 유동성 압박이 커진다.

만약 고려아연이 지난 6월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나머지 5조5605억원을 부채로 마련하게 되면, 고려아연의 총 부채는 3조5618억원에서 10조604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부채 비율은 36.5%에서 108.7%로 뛸 것으로 계산된다. 

영풍·MBK 연합도 추가 차입과 레버리지는 장기적인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결국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경우, 양측 모두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안아 장기적으로 기업 성장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 모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주요 산업에 투자할 여력이 그만큼 줄어드는 승자의 저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서로 경영권에만 집중할 경우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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